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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Oct 05. 2019

'힘들 땐 잠시 쉬어가자' 어느 공무원의 휴직 이야기

지난 10년, 두 번의 휴직이 내게 남긴 것들

휴식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선물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제 나는 일상에서 나에게 깜짝 휴식을 선물한다.


지난 10년의 공직 생활. 나는 두 번의 휴직을 다. 1년의 육아휴직과 3개월의 어학연수를 위한 유학휴직. 휴식이 내게 남긴 건 무엇일까. 잠시 쉬어가는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란 공무원은 오롯이 나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


힘들 땐 잠시 쉬어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가졌던 길거나 혹은 짧았던 쉬어가는 시간이 준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의미였다.



 

휴직1 ; 공직에서 길을 잃은 나에게 그것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공직 첫 발령지. 작은 동 주민센터, 그곳에서 맞닥뜨린 첫 번째 위기. 1년이 채 안된 민원대 근무. 공무원이 되고 나니 그 안의 세상은 거칠고 투박한 말단 직장인의 현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공직 바깥에서 어설프게 가졌던 환상 속 공무원의 모습이 민원대 근무를 통해 산산조각 났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사실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애써 외면하고 회피했을 뿐이다. 첫 발령지에서의 내 모습은 조직에 대한 불평과 민원실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원망만이 가득한 까칠한 공무원 그 자체였다. 출근과 함께 퇴근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 수십 번 시계를 확인하는 불안한 나의 시선. 수시로 옆 자리 직원과 이런저런 소소한 불평과 불만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애써 달래던 모습.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천천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주민센터 민원대 근무...


그런 내게 찾아온 새 생명은 1년이라는 꿈만 같은 휴식도 함께 선물했다. 휴직 날을 달력에 X 표시를 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나. 당시 같은 부서 10여 명의 직원 중 3명이 육아 휴직을 앞두고 있었다. 부서장은 예정일 딱 한 달을 앞두고 휴직하는 나에게 너무 일찍 들어간다며 회의자리에서 핀잔을 주었다. 뭐 그때 내 머릿속에는 '빨리 여길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그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권리에 대해 꼭 그런 소리까지 해야 할까 조금은 기분이 그렇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어느 팀장님의 수십 년 전 출산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예정일을 훌쩍 넘겨 민원대 근무를 해야 했던 시절. 진통이 와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부서장에게 얘기를 하니 그제야 병원에 가보라고 허락을 했단다. 동 사무소의 1톤 트럭을 타고. 그 덜커덕거림 속에서 진통을 견디며 병원을 가야 했던 첫 출산의 기억을 그 팀장님은 담담하게 얘기한다.


공직에서도 나름의 시기마다 출산과 휴직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그렇게 나의 육아 휴직은 부서장의 '눈치줌'을 제외하고는 나름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렀을 즈음. 내게 찾아온 뜻밖의 허전함과 무료함. 육아와 가사만으로 채워진 일상에서 너무 빨리 찾아온 감정들이었다. 복직까지는 아직 5개월이나 남았는데.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민원대 근무가 새삼 그리워졌다. 놀라운 감정이었다. 집안일을 하는 내 모습에서 더 이상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없었다. 뭔가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것저것에 탐닉하는 것이 내게도 찾아왔다. 드라마, 연예인, 음악 등등 닥치는 대로 빠져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허전했다. 일을 함으로써 얻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아주 연약한 만족감으로 하루하루 그렇게 나는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복직을 했다. 또다시 앉게 된 동 주민센터의 민원대. 예전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금은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기 시작했고, 새벽시간 어학반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첫 번째 휴식의 시간은 내게 삶에서 잊고 있었던 '열정'을 되살려 주었다.


휴직2 ; 결국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어학연수


공직에서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추진한 대규모 행사가 상급기관의 감사대상이 되면서 나는 한없이 위축된 공무원으로 또 한 번 추락했다. 승진과 함께 동 주민센터로 발령이 나고, 동시에 감사실에 수시로 불려 다니는 상황이 수개월 이어졌다. 시청이라는 조직에서 1~2년마다 바뀌는 리더들과 또 수시로 바뀌는 조직의 원칙과 논리에 지쳐있던 나에게. 그래도 동 주민센터 다시 만난 주민들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공직이 가진 어두운 면을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많이 겪어버렸던 나란 공무원. 그냥 마을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렇게 나름의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날아든 동기의 인사 발령. 나랑 같은 시기 승진을 하고 다른 동에서 근무하던 동기가 먼저 구청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동기'가 가진 의미는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당시 인사발령이 났던 그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나의 모습이다. 친구에게 동료에게 심지어 아는 부서장에게까지 전화하여 '왜 내가 아니냐', '내가 뭐가 부족해서 못 간 거냐'며 울먹였다. 억울함과 원망이 온통 머릿속을 채웠다. 또다시 나는 누군가를 조직을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휴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 인사발령을 계기로 나는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바로 유학 휴직이다. 평소 영어를 좋아하고 공무원이 되어서도 영어가 필요한 부서에서 계속 근무했다. 그런 나에게 현지에서의 어학연수는 꼭 해보고 싶은 공부였고, 동기가 구청으로 먼저 올라 간 인사발령은 그렇게 나를 먼 타국으로 훌쩍 떠나게 한다.


유학 휴직은 현지 대학 부설 랭귀지 스쿨에 등록하는 조건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급여의 절반이 나오기에 절차가 조금은 더 까다롭다. 3개월짜리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수업료를 완불한 영수증까지 담당 직원에게 제출하고 나니 '진짜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이전에 다녀왔던 몇번의 해외 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롯이 혼자 3개월동안 현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 나이, 직업, 문화, 언어 심지어 식생활도 다른 사람들과 교실에서 섞여 지내는 생활. 내 나이 마흔 살이 넘어 20살도 더 어린 외국인 친구들과 치열하게 토론을 하고 과제물도 함께 준비했다. 때론 학교 밖에서 유쾌하게 어울렸던 그 시간들. 한편으론 내가 가진 수백 가지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스스로 깨야만 했던 망설임과 혼돈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두 개의 여행가방을 부치고 공항 대기실에 앉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순간. 적도의 강렬하고도 청량한 햇빛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나. 그날도 어김없이 그 햇살이 공항 창문을 통해 내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엔 어떤 원망도 근심도 없었다. 오로지 낯선 이국의 땅에서 나를 끊임없이 일깨워 준 다양한 면모의 '사람들'과 적도 가까운 햇살이 가져다준 특별한 '따뜻함'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찾아 떠난 두 번째 휴식에서 돌아왔다. 가슴 속  사람들 그리고 적도의 따스햇살도 함께.




혹시 지금 이 순간 힘들게 버티고 있는 누군가 있다면. 그럴 땐 잠시 쉬어가도 된다. 내가 가진 두 번의 휴직은 사실 공직에서 스스로 느낀 절망감과 원망에 대한 '회피와 도망침'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그러했다고 끝도 비루하리란 법은 없지 않을까.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내 안에 잠자던 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러겹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갇힌 불완전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조금은 얻은듯 하다.


힘들다고 느낄 때 잠시 쉬어 가자. 그렇게 나를 잠시 그 '힘듦'에서 떼어놓으면 내가 모르는 새로운 모습이 불쑥 나타나지 않을까. 나에게 두 번의 휴직은 그렇게 뭔가를 남겼다. 어설픈 공무원스러움에 갇힌 나를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 그것이 주는 가치는 그 무엇보다 의미 있다. 이제 나는 일상에서 수시로 '긴 휴직같은 휴식'을 내게 선물한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그래야 나도 숨 쉴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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