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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Feb 25. 2020

공포가 일상을 잠식하면?

순식간에 모든 게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번 달 스터디는 어렵겠네요.."

"그러게요. 건강한 모습으로 곧 뵙죠!"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대학원 원우들과의 스터디 모임을 이번 달은 내가 먼저 건너뛰자고 제안했다. 왜 그랬을까.


단위로 쏟아지는 '속보' 뉴스를 접하며 나는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열명 남짓 작은 모임이지만 '혹시라도'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던 걸까. 곧 달린 몇 개의 답글에도 걱정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렇게 오늘 저녁으로 예정됐던 스터디는 열리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쾌한 발걸음으로. 동료들과 사무실 건물을 나서며 그날 점심메뉴에 대한 즐거운 고민과 함께 이웃한 나라의 문제로 가볍게 넘겼던 그 바이러스. 그것이 이제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순식간이다. 방금 꿈에서 깬 것만 같이. 모든 것이 낯선 공간에 누가 나를 툭 던져놓고 간 것만 같다. 공포가 일상을 잠식하면 바로 이런 느낌 아닐까.


동료들과 그리고 친구와. 편하게 밥 먹고 차  한잔할 수 있었던 일상의 작은 행복들. 사실 그게 뭐라고. 진짜 별거 아니었는데. 이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두려움이 그 공간을 채우고 앉아있다. 마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시 나는 그 공포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더 두려운 걸까. 미지의 바이러스. 알수없는 미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은 늘 두려운 무엇이다. 깜깜한 어둠 속.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무작정 걸어가야 하는 발걸음처럼. 나는 두렵고 또 떨린다.


막연한 두려움의 터널 한가운데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그나마 내가 얻은 게 있다면.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 그걸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일상 속 작은 의미를 찾아 헤매던 나인데. 이제는 공포가 잠식한 일상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인생 수백 수천개의 터널 중 하나. 그 끝자락어느덧 서 있는. 바로  순간. 알게 되겠지. 이 시간의 진짜 의미를. 아니 또 다른 의미라고 해두자. 그때까지만이라도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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