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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26. 2020

봄날 오후의 단상

구름 잔뜩 낀 봄날 오후. 간간이 햇살이 빼꼼히 비추지만 공기가 주는 포근함에 마음까지 따뜻한 날이다. 하지만 건물 안 무채색의 사무실 공간은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대통령은 1년 4개월 만에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여기저기 지자체들이 재난기금을 풀겠다고 선언했다는 호들갑스러운 뉴스들.


코로나19는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란다. 동시에 이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까지 가져왔다. 바이오산업의 약진. 위기 속 기회의 발견. 우리 시민성의 재발견 등등.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한 달 전 어두컴컴했던 터널을 통과하고 나니 예상치 못한 긍정의 신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생이 그런 게 아닐까. 매일매일의 일상이 이런 게 아닐까. 행복 뒤에 웅크리고 있는 불행. 슬픔과 좌절, 공포 뒤에 숨겨진 희망의 빛줄기. 그러기에 항상 행복할 수도 늘 불행할 수도 없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봄날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 창밖 저 세상 이면에 감춰진 차가운 양면성. 그래서 조금은 담담하게 또 무던하게 일상의 사건들을 마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늘 쉽지가 않다. 평. 정. 심. 그토록 어렵기에 그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 아닐까. 코로나19는 나에게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 그렇게 올해의 봄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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