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조직을 다니는 게 부끄럽다'. 이 글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과거 부끄러웠던 나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한 나의 공직 이야기. 나란 공무원이 만들어 낸 소소한 직장인의 일상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 그동안 내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지, 나의 이야기를 글로 엮은 일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들.
무엇보다 나에게 생긴 새로운 습관이 있다. 뭔가 복잡한 마음일 때 나는 내가 써 놓은 글들을 버릇처럼 읽어보게 되었다. 글을 통해 보여지는 나란 공무원의 모습. 때론 익숙하고 때론 너무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이랬었구나'... 이처럼 다채롭게 다가오는 나란 공무원의 일상의 단면들을 내가 '감상'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한 가지 더 변화가 있다면. 지금까지 나 혼자만의 구경거리에서 이제는 함께 해 주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누적 조회수 약 60만. 글 하나에 십만이 넘는 조회수와 수십 개의 댓글들. 그리고 내 일상의 이야기를 계속 읽어보고 싶다는 오백명이 넘는 구독자들까지. 격려와 공감의 댓글들. 그리고 부정적인댓글들. 첫 악플에 의기소침해져서 '그만 써야 하나' 고민하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젠 관심이 바로 '댓글'이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반응'을 늘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공무원. 이 시대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달콤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직업. 동시에 수많은 공시생들과 공무원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비정한 직업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희망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어두운 독서실 한편 하얗게 빛나는 스탠드 아래에서 마지막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생사의 현장에서 '사명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이 직업이 만들어 내는 삶의 다양한 일면들. 그만큼 다양한 '반응'도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바로 어제였다. '나는 이 조직을 다니는 게 부끄럽다'. 나의 공직 이야기 첫 글에 오랜만에 새 댓글이 달렸다. 임용된 지 채 1년이 안된 새내기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활기찬 소개와 함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선배 공무원'인 나의 과거 모습에 작은 위로를 받았단다. 차마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10년 전 어리숙한 내 모습. 그걸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 그렇게 10년이 지나 2020년 3월 어느 새내기 공무원의 가슴에 문득 닿은 것이다. '나만 잘 못 따라가나 싶어서 속으로 끙끙 앓고...' 이 대목에서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바로 이런 거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솔직해질 때 진정한 공감이 생길 수 있다는걸. 그것만이 답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지금 나는. 이 책을 읽게 될 누군가를 위해 지난 11년 나란 공무원의 이야기 마지막을 쓰고 있다. 고민했다. 무엇으로 마무리할까. 어떻게 하면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수개월을 고민했지만 결국 답은 '나'에게 되돌아왔다. 나란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슴으로 들어가 진심 어린 감동을 주는 것. 그 답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언제 감동했고, 언제 슬펐고, 또 언제 공감했는가. 모든 답은 '나'에게 있다. 내가 진심을 다해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말해 준 답만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비슷한 고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가 닿을 수 있음을.
이 책이 '공직 안에서 그리고 공직 바깥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는 누군가의 '나'로 가는 길을 찾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란 공무원이 가야할 길을 어느곳도 아닌 바로 여기서 찾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