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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11. 2021

'르네상스 예술이 지루하다고?'

미켈란젤로 특별전 in m컨텀포러리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더없이 맑다. 외출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맞이한 봄날씨.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산뜻하다. 차막힘도 없이 오늘은 모든게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미술관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뭐지?' 낯선 야외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미술관이 있는 건물로  천천히 들어섰다. 그리고 알았다. 뭐가 달라진건지.


"지하주차장이 안열렸네요? 예전에는 거기에 주차했는데..."

"아..호텔이 영업종료하면서 야외주차장만 사용가능하세요"

"그렇군요.."


매표소에서 그말을 듣고 난 후 뒤를 돌아보니 그제서야 예전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1층 로비 카페의 휑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사이 미술관만 남기고 호텔이며 카페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르네상스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거짓말처럼 또 시들해졌듯.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로 경쾌하게 반짝거리던 건물도 카페도 회색빛 과거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가벼운 출발과 달리 다시금 무거워진 마음으로 나는 전시관을 들어섰다.




미켈란젤로 특별전은 (르메르디앙) 엠컨템포러리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예술가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골리앗과 다비드 일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농부 다비드는 미켈란젤로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처음에 종교적인 의도로 제작했지만 원래 놓으려던 종교시설이 아닌 왕궁에 설치되면서 정치적인 의미가 붙여져 더 유명해진 조각상이다.


#대리석
13살 때부터 회화를 시작하고 80살이 넘어서까지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다비드상', '로마의 피에타' 등 대작을 수없이 남긴 당대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반세기가 넘는 오랜 작품 활동 기간 동안 그가 가장 사랑한 소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대리석이다. 20번도 넘게 대리석 자재를 직접 찾아 나서고 심지어 수개월 동안 채석장에 머물기도 했단다.


#화이트
그래서 이번 전시는 유난히 하얀색이 많이 보인다. 전시회 입구 흰 대리석의 질감을 그대로 표현한 것과 전시장 마지막 공간을 새하얀 커튼으로 연출한 것까지. 전시 기획자의 미켈란젤로를 향한 깊은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피에타의방
전시에는 세 가지 '피에타'가 나온다. Pieta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의미한다.

로마의 피에타

'로마의 피에타' 상은 마리아의 아들 예수에 대한 모성을, '피렌체의 피에타'상은 말년의 미켈란젤로가 너무도 갈망했던 '완벽한 예술'에 대한 자조감을,

피렌체의 피에타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에타의 방' 이란 이름인 현실의 (전시) 공간이 나온다. 부제인 '고백과 위로'가 말하듯이 일상에서 완벽함이든 뭐든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게 위로하는 치유의 장소였다. 나도 한참을 그 방에 가운데 나란히 놓인 벤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하고 또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피에타의 방 ; 고백과 위로


#종교색채
사실 표를 예매하면서도 그의 작품에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짙으면 어쩔까 조금 걱정을 했다. 하지만 실제 전시는 종교적 의미가 그의 재능과 열정에 파묻혀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머무는 시간 내내 마음 편하게 그의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또 이해할 수 있었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은 예상대로 지루할 것이다?'

#역동적인
그리고 나의 이 어설픈 예상은 너무 쉽게 빗나가고 말았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여러 작품에서 표현한 남녀 가릴 것 없이 춤을 추듯 역동적인 '근육질의 인간과 신'의 모습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근현대 예술가들의 시선과는 확연히 다른.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아우라'가 생생하게 때론 거칠게 드러나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우리 모습은? 조금은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실제로 우리가 그동안 너무 무덤덤하거나 약해졌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다시금 느낀 게 있다면. 오래된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가지는 의미보다는.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비교와 재해석이 '내 맘대로' 가능하기에 그래서 더욱더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라는 점이다. 고대 이탈리아 르네상스로의 짧은 여행, 꽤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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