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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18. 2019

매 순간 내 인생을 'I Draw'

[관람후기] 디뮤지엄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2019. 2. 20. 늦은 오후 한남동 디뮤지엄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한남동의 문화 거점(Cultural Landmark) 디뮤지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라도 이 전시회는 꼭 가보고 싶었다. 설렘 가득 한 마음으로 '멋진 그림들의 공간'을 11살 아이와 함께 찾았다. 디뮤지엄 건물 한쪽 벽을 하얗게 차지한 전시회 현수막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단순하고 깔끔한 배경, 그리고 짧은 텍스트에서 '실제 전시는 뭔가 다채롭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다.

미술관 한쪽 벽면을 차지한 전시회 드롭


전시회 그 따뜻한 입구를 마주하다!

매번 전시회를 갈 때마다 가장 떨리는 순간이 언제냐면 바로 전시회 입구를 만나기 전이다. 모든 전가 그렇듯 입구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체 이미지가 결정되기에 그렇다. 'I Draw'는 그런 면에서 나의 기대감에 충분히 부응을 한 것 같다. 부드러운 곡선형의 입구를 통과하면 전시회 소개가 적힌 벽면이 정면에 나타나고 본격적인 전시 공간이 시작된다. 빛바랜 바탕에 검은색의 텍스트로 써 내려간 소개글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16개의 전시회가 하나의 공간 안에 옴니버스 전시!

는 다국적 16명 작가들의 작품을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각각의 공간으로 분리하여 구성되었다. 작가마다 개성이 뚜렷하여 한 작가의 전시가 끝나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때마다 어떤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으로 나도 모르게 발길을 재촉하게 된다. 작가 무나씨의 흑백의 잉크로 표현된 인물화, 영국 작가 언스킬드 워커의 화려한 색채의 감각적인 작품까지 미술이 담아낼 수 있는 그 다채로움에 매 순간 감탄하고 또 감동한다.


, 외로움, 유머, 비유, 상징...그림은 인생이야

작품마다 드러나는 작가의 개성과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라는 세계의 중심에서 나를 한번 더 되돌아보게 된다.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작가들의 표현 방식과 한국, 중국 등 동양권 작가들의 표현법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속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작가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작품들이 품고 있는 감정의 흐름을 느끼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건 바로 인생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나의 인생은 어떤 색채로 어떤 표현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궁금해 진다.

11살 아이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


디뮤지엄, 공간의 주는 자유로움에 맘껏 취하다

전시관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을 오르며, 작가 람한(Ram Han)의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과 직선의 계단이 함께 만들어 내는 그 공간의 '특별함'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미술관 복도의 '사방치기' 바닥그림은 단번에 아이의 동심을 사로잡았고, 신이 나서 그림 위에서 맘껏 뛰어놀아 본다. 이렇듯 공간이 주는 자유분방함은 그 속에 함께 있기에 교감하고 같이 즐길 수 있다. 또 시간이 지나도 잊혀질 수 없는 즐거운 장면으로 남았다. 아이와 내 마음 속 캔버스에.



매 순간 우리는 인생의 장면들을 그려가고 있다

엄유정 작가의 무심한 듯 단호한 이미지의 인물화부터 해티 스튜어트의 낙서 폭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미술의 다양한 감성을 이 전시회는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림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것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인 11살 아이와 함께 한 관람이어서 내겐 더욱 의미가 있는 전시였다. 작가마다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과 기법이 독특하고 특별해서 각 작품이 주는 의미를 해석하고 또 느낌을 이야기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2019년 2월 20일 오후 그렇게 내 인생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디뮤지엄이라는 공간, 다양한 국가, 인종, 화, 역사적 배경을 가진 16명의 작가들의 인생과 함께. 때론 심각하게, 때론 자유롭게, 때론 신나게. 옛날 골목길 사방치기 하듯 뛰어놀고 그렇게 한바탕 그림 한번 그리고 왔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작가 엄유정의 작품이었다. 인물의 단호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묘한 무게감이 무척 좋았다. 천의 질감과 잘 조화되는 인물화. 그리고 심플한 선과 색감.

엄유정


좌 : 무나씨   우 : 케이티 스콧
피에르 르탕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공식 소개 <출처 : 전시 소개 D 뮤지엄 사이트 >

'디뮤지엄은 2019년 2월 14일부터 2019년 9월 1일까지 마스터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포함해 최근 독창적인 작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등 350여 점의 작품을 소개...(중략)...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 내면으로의 여정 등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선보임'

'피에르 르탕(Pierre Le-Tan), 해티 스튜어트(Hattie Stewart),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오아물 루(Oamul Lu) 등 해외 작가들과 김영준, 람한, 무나씨, 신모래, 엄유정, 조규형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Multisensory experience'라는 컨셉으로 창문, 정원, 응접실, 박물관 등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에 영감을 준 공간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시노그라피(scenography), 향(Scent), 사운드(Sound)를 이용해 공감각적으로 연출된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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