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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06. 2019

'모터쇼'가 원래 이런 건가요?

2019  서울모터쇼, 킨텍스

2019.4.4.() 오후

왕복 3시간을 달려 고양 킨텍스를 찾았다. 내 생애 처음 '모터쇼'라는 걸 보기 위해서다. #2019서울모터쇼 가 지금 킨텍스 제1~2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어쩌면 최신의 가장 에지 있는 전시공간이 여기아닐까'하는 높은 기대감으로 달려간 나에게 과연 '2019 서울모터쇼'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평범한 직장인 첫 모터쇼 나들이

나는 자동차 마니아도 아니고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하지만 매일 운전을 하고 자동차에서 보내는 적지 않은 시간을 아주 충만?하게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리고 요즈음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트렌드 속에서 '모터쇼'라는 공간은 앞으로 자동차 관련 문화나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증을 가지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근데 모터쇼 원래 이런 건가요?

2시간  걸리지 않았다. 킨텍스 두 개 전시관을 둘러본 소감은 만족스러움보다는 아쉬움 컸다. 눈을 확 끄는 콘셉트도 감동적인 스토리도 현란한 화려함도 신선한 자극도 솔직히 뭣도 찾기 어려웠다고 말하고 싶다.  교통 체증을 뚫고 찾아간 나의 열정이 조금은 무안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원래 모터쇼가 이런 건가?


 '2019 서울모터쇼' 관전평 3가지

1. '서울모터쇼'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는 서울 모터쇼. 올해의 주제는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Sustainable, Connected, Mobility)이다. 하지만 제1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실망스러웠다. 3가지 테마로 전시장 전체를 구성했어도 입구나 코너, 행사장 곳곳의 배너  다양한 장치를 통해 전시의 메인 주제를 적절하면서 일관되게 노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노력이 너무 안보였다. 출입구부터 놀라울 정도로 얌전(?). 소위 마음  끄는 '킬링스팟(killing spot)' 부재랄까. 얼마 전 찾았던 디뮤지엄의 'I Draw' 옴니버스 전시의 따뜻하면서 투박했던 곡선형의 입구.  특별함모터쇼에서도 기대한 건 나만의 욕심이었다.

제1전시장 입구

전체적으로 행사장은 모터쇼이기에 신형의 자동차로 가득 채워진 ... 팬시하면서 들뜬 분위기. 근데 그 이상을 넘는 특별한 감동이나 신선함이 느껴진 건 아니었다. 올해2년 전보다 다소 줄어든 20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공식 참가했단다. 저마다 다른 방식의 전시프로그램을 가지고 공간을 꾸미고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곧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비트박스와 샤우팅으로 방문객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전시장이 있는 반면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불러 세우는 곳도 있었다. 일과 관련하여 수년동안 국내외 여러 종류의 전시장과 행사장을 다녀봤지만 진짜 기획된 전시장은 '전체적인 테마 안'에서  전시부스 가진 다채로움이 묘하게  섞여 있다.  속에서 관람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각 부스를 흘러 다니게 된다. 처음  서울모터쇼는 일부 브랜드(도요타와 벤츠 전시장은 확실히 브랜드 자체가 가진 역량과 자신감으로 남달랐다)를 제외하면 여느 전시회와 다름이 없는 공간이었다.

화려함과 다이나믹의 조화, 도요타 전시장

자동차는 우리 일상의 가장 친근한 이동수단이다. 움직이는 '모터' 자체가 가지는 생동감만으로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할 텐데 이번 모터쇼는 나에게 그냥 평범했다. 오히려 자동차만이 가진 매력들이 전체적인 공간 연출의 '애매모호함'속에서 희미해져버린 느낌이랄까.

신형모델 전시의 전형을 유지한 쌍용 전시장

지금 서울 모터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동차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공간 속에 그것들을 늘어놓기만 한 건가? '어설픈' 시도나 새로움보다는 차라리 클래식한 전시 콘셉트를 고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나마 나름의 '품격'을 보여준 벤츠 전시장

2. 도대체 누구를 위한 쇼인가? 

평일 오후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80% 이상이 남성이었다. 오후 시간이라 아이와 함께 가족단위로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내게 가장 '모터쇼다웠던' 것은 특유의 활기참과 호기심을 장착한 젊은 관람객들이었다. 전시장을 돌면서 앞으로 자동차는 주로 누가 탈 것이며 그 사람들은 어떤 이동을 선호할까 상상해 봤다. 유럽에서는 이미 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지 꽤 되었다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고 단순한 이동과 공유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멀지 않았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이번 모터쇼는 자동차 마니아만을 위한 것도 실버세대를 위한 것도, 그렇다고 가족단위를 위한 특별한 코너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누구를 위한 전시였는지  공간 속에서도 잘 잡히지 않았다. 분명한  나처럼 자동차를 매일 운전하고 향후 트렌드에 대한 평범한 관심으로 찾는 사람은 그들의 메인 고객 그룹에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만약 공유의 개념이 자동차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면 기존 마니아층보다는 매일 자동차를 사용하는 일반인들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모터쇼는 누구를 위한 쇼가 되어야 할까?

비트박스 퍼포먼스, 쉐보레 전시장

3.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답일까?

-콜라보와 상생의 품격 있는 모터쇼가 보고 싶다

브랜드 나름의 이미지가 있기에 각 업체마다 다른 콘셉트의 전시관과 경쟁적인 분위기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이런 '각자도생'만이 항상 답일까. 지금까지는 일상개별 이동수단으로 자동차가 단연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걷기, 세그웨이, 산악자전거, 공용자전거 등등 타대체 수단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환경' 일상의 재앙이  시대.  원인으로 자동차가 단골 메뉴가 되었고, 미세먼지까지 가세된 지금. '자동차'는 더 이상 도로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쇼에 참가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봐야 할까. 이제는 다른 산업과의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이런 모터쇼 하나를 업계에서 준비하더라도 참가업체끼리 경쟁적으로 전시관을 꾸미고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려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봐서는 빨리 버리는 게 맞아 보인다.

BMW Mini 클래식 전기차

모터쇼에 대한  같은 일반 사람들의 관심부터 어떻게 잡아둘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것이다. 한정된 공간  과열된 경쟁 분위기는 행사장의 활기 만들어내지만 부스 간 소음과 시각의 과도한 간섭으로 관람객 피로도까지 같이 올린. 개별 브랜드 나름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면서 전시 콘셉트의 중복을 피하고 전략적인 동선 구성과 포인트 음향이 잘 통제된 '상생과 콜라보의 품격 있는 모터쇼'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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