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3시간을 달려 고양 킨텍스를 찾았다. 내 생애 처음 '모터쇼'라는 걸 보기 위해서다. #2019서울모터쇼 가 지금 킨텍스 제1~2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어쩌면 최신의 가장 에지 있는 전시공간이 여기가 아닐까'하는 높은 기대감으로 달려간 나에게 과연 '2019 서울모터쇼'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평범한직장인의 첫 모터쇼 나들이
나는 자동차 마니아도 아니고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하지만 매일 운전을 하고 자동차에서 보내는 적지 않은 시간을 아주 충만?하게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리고 요즈음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트렌드 속에서 '모터쇼'라는공간은 앞으로 자동차 관련 문화나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증을 가지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근데 모터쇼 원래 이런 건가요?
2시간채걸리지않았다.킨텍스 두 개 전시관을 둘러본 소감은 만족스러움보다는아쉬움이 더컸다. 눈을 확 끄는 콘셉트도 감동적인 스토리도 현란한 화려함도 신선한 자극도 솔직히 뭣도 찾기 어려웠다고말하고싶다.긴교통 체증을 뚫고 찾아간 나의 열정이 조금은 무안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원래모터쇼가이런 건가?
'2019 서울모터쇼'관전평3가지
1. '서울모터쇼'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는 서울 모터쇼.올해의 주제는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Sustainable, Connected, Mobility)이다. 하지만 제1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실망스러웠다. 3가지 테마로 전시장 전체를 구성했어도 입구나 코너, 행사장곳곳의배너등다양한장치를통해 전시의 메인 주제를 적절하면서일관되게노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노력이너무 안보였다. 출입구부터 놀라울정도로얌전(?)했다. 소위마음을확끄는'킬링스팟(killingspot)'의부재랄까.얼마 전 찾았던 디뮤지엄의 'I Draw' 옴니버스전시의 따뜻하면서투박했던곡선형의 입구.그특별함을 모터쇼에서도 기대한 건나만의 욕심이었다.
제1전시장 입구
전체적으로행사장은 모터쇼이기에 신형의자동차로 가득 채워진적.당.히.팬시하면서들뜬분위기였다.근데 그 이상을넘는특별한 감동이나 신선함이느껴진 건 아니었다. 올해는 2년 전보다 다소줄어든20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공식참가했단다. 저마다 다른 방식의 전시와 프로그램을가지고 공간을 꾸미고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지날수록그것은 곧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비트박스와 샤우팅으로 방문객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전시장이 있는 반면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불러 세우는 곳도 있었다. 일과 관련하여 수년동안국내외 여러종류의 전시장과 행사장을 다녀봤지만 진짜잘 기획된전시장은'전체적인 테마 안'에서각전시부스가가진 다채로움이 묘하게잘섞여 있다.그속에서관람객들은시간가는줄 모르고 각 부스를 흘러 다니게 된다. 처음 간서울모터쇼는 일부 브랜드(도요타와벤츠 전시장은확실히브랜드자체가가진역량과자신감으로남달랐다)를 제외하면 여느전시회와다름이없는공간이었다.
화려함과 다이나믹의 조화, 도요타 전시장
자동차는 우리 일상의 가장 친근한 이동수단이다. 움직이는 '모터' 자체가 가지는 생동감만으로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할 텐데 이번 모터쇼는 나에게그냥평범했다. 오히려 자동차만이 가진 매력들이 전체적인공간 연출의 '애매모호함'속에서 희미해져버린 느낌이랄까.
신형모델 전시의 전형을 유지한 쌍용 전시장
지금 서울 모터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동차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공간 속에 그것들을 늘어놓기만 한 건가? '어설픈'시도나새로움보다는 차라리 클래식한 전시 콘셉트를 고수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나마 나름의 '품격'을 보여준 벤츠 전시장
2. 도대체누구를 위한 쇼인가?
평일 오후 전시장을찾은사람들의80% 이상이남성이었다.오후시간이라아이와함께가족단위로온관람객은많지않았다.이번 전시에서 내게 가장 '모터쇼다웠던' 것은특유의활기참과호기심을장착한젊은관람객들이었다. 전시장을 돌면서 앞으로 자동차는 주로 누가탈 것이며 그 사람들은어떤이동을 선호할까 상상해 봤다. 유럽에서는 이미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지 꽤 되었다는데. 점점더많은사람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고 단순한 이동과공유의 수단으로 생각하기시작했다. 우리도 멀지 않았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이번 모터쇼는 자동차 마니아만을 위한 것도 실버세대를 위한 것도, 그렇다고 가족단위를 위한 특별한 코너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누구를 위한 전시였는지 그공간속에서도 잘 잡히지 않았다. 분명한건나처럼 자동차를 매일 운전하고 향후 트렌드에 대한평범한 관심으로 찾는 사람은 그들의 메인 고객 그룹에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만약 공유의 개념이 자동차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면기존 마니아층보다는 매일 자동차를 사용하는 일반인들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모터쇼는 누구를 위한 쇼가 되어야 할까?
비트박스 퍼포먼스, 쉐보레 전시장
3.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답일까?
-콜라보와 상생의 품격 있는모터쇼가 보고 싶다
브랜드 나름의 이미지가 있기에 각 업체마다 다른 콘셉트의 전시관과 경쟁적인 분위기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전시장에서이런 '각자도생'만이 항상 답일까. 지금까지는일상의 개별이동수단으로 자동차가 단연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걷기,세그웨이,산악자전거,공용자전거등등타대체 수단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환경'이일상의재앙이된시대.그원인으로자동차가단골 메뉴가되었고, 미세먼지까지가세된 지금. '자동차'는 더 이상도로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모터쇼에참가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봐야 할까. 이제는 다른 산업과의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이런 모터쇼 하나를 업계에서 준비하더라도 참가업체끼리 경쟁적으로 전시관을 꾸미고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려는 전략은장기적으로봐서는빨리버리는 게맞아보인다.
BMW Mini 클래식 전기차
모터쇼에 대한 나같은일반사람들의관심부터어떻게잡아둘 것인가를먼저고민해야할것이다.한정된공간내과열된경쟁분위기는행사장의활기도만들어내지만부스 간 소음과 시각의 과도한간섭으로관람객의피로도까지같이올린다.개별 브랜드 나름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면서 전시 콘셉트의 중복을 피하고 전략적인동선 구성과포인트별음향이 잘 통제된 '상생과 콜라보의 품격 있는모터쇼'진정 불가능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