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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Jun 18. 2021

영지의고민상담실 11

'매일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가는 당신에게'

'매일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가는 당신에게'

(6.17.자 서울신문 칼럼 제목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

밖에서만 바라본 모습이 너무도 그럴듯하게 보여서

나는 공무원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공무원이 되고 보니

그건 그냥 나만의 환상이었다.

동주민센터 민원대에서 하루에도 수백 씩 인감과 등본을 발급하던 나.


일이 싫었고 그러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싫어졌다.

출근길 사무실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자리에 앉아 있어도 나의 시선은 사무실 뒤 벽시계를 수시로 향한다.


‘언제 가지? 도대체 몇 시간 남은 거야? 시간 진짜 안가네.‘

그렇게 나는 공무원이 되었고,

반년 이상을 의미 없이 영혼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당시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퇴근 후 나의 일상은.


큼지막한 밤식빵 한 봉지를 사들고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걷는 모습과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게 TV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 빵 한 봉지를 다 먹을 때까지 나는 TV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랬다.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세상도 나도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나는 퇴근 후 빵가게를 들르지도

TV 앞에 앉아 멍한 얼굴을 하지도 않는다.


지금 나는 그때의 내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나름 의미 있었다고?‘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어디에 뭘 물어봐야 할지 몰랐으니까.‘

내안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내가 놓친것도 있었다.

비슷한 나이와 경험과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미친 듯이 운동에 빠져서 건강이라도 챙겼고,

누군가는 마음 맞는 동료들 만나서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청소라도 해서 그나마 쾌적한 집에서 쉬었다는 거.

그리고 또 누군가는....

 

사실 ’하기 싫은 일‘은 늘 사고처럼 내 앞에 들이닥친다.

말 그대로 .


그때마다 영혼 없이 미친 듯이 

식빵만 뜯다 보면. 내 일상도 함께 뜯기고 무너진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 나는 그냥 나의 일상을 사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게 마음을 단단하게 붙들고


그렇게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

거짓말처럼 일상의 작은 기쁨이 사고처럼 들이닥칠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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