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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Jul 19. 2021

나홀로 글쓰기 여행

여행의 의미에 대하여

여행이란 무엇인가.


문득 떠오른 질문이다. 대부분은 '누군가'와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그 누군가는 가족, 연인, 친구 등등이 될 테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여행은 조금은 남다르다.


얼마 전 1년여 만에 내가 생각하는 진짜 여행을 다녀왔다.(설마 이 코로나 시대에? 그렇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나'와 떠난 여행이었고 낯선 곳이 아닌 가끔 무심코 지나쳤던 인근 리조트가 목적지였다.


금요일 밤 9시. 생각보다 늦어진 퇴근에 사실 거의 포기하려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갑내기 직원이 던진 말 한마디에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었다.

"야, 일단 문이라도 열고 들어갔다 나와. 가는 길에 음악도 틀고 드라이브도 할 겸 말이야"


그렇게 20분을 달려 도착한 숙소. 체크인을 하면서 다음날 조식 예약을 미리 했다.

"몇 분이시죠?"

"혼자예요"


이때까지만 해도 '혼자' 왔다는 대답을 몇 번 더 해야 한다는 걸 예상치 못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뽀얀 상아색의 숙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방을 둘러보았다. 글쓰기를 위해 일부러 온돌방을 예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널찍한 책상 하나가 거실 한가운데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그렇게 짐을 풀고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나니, 문득 나의 숨소리와 창밖 풀벌레 소리가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얼마만의 고요함인가. 내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은 음악도 티브이 소리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 떠난 2박 2일의 여행은 생각보다 빨리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연히 예약한 골프리조트에 묵으면서 골프 빼고는 다한 것 같다. 첫날 조식이 골프코스 내 식당이어서 4인용 카트를 혼자 덩그러니 타고 갔다. 통유리창 너머로 정겹게 퍼팅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먹었던 그날의 우거지 해장국 한 그릇은 더욱 특별했다.


식사 후 잘 정비된 코스를 돌며 산책도 하고 싶었지만 (공에 맞을까 봐 그렇겠지?)규정상 할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두 번의 조식과 저녁 산책을 빼고 쭉 숙소에 틀어박혀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가끔 유튜브도 면서 '나'에게 어느 때보다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선물했다.


일요일 아침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고. 여행의 결과물인 종이 한 장을 집어 들고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뭐 나쁘지 않았다. 두툼한 원고 한 뭉치 정도 써보자고 떠난 여행이 결코 아니었기에. 겨우 페이지를 채운 분량이 더욱 흡족스러웠다. 대신 이번엔 종이 위가 아닌 마음 속 무언가를 가득 채워온 느낌이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특별한 여행'은 뭔가 특별한 사람도 장소도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모든 여행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란걸 잊지 말자.


여행이란 무엇인가. 이제 답을 할 차례다.

음...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멋진 선물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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