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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20. 2022

종이 꽃병

꽃병 같은 친구에게

종이 꽃병.


친구로부터 받은 카페 오픈 기념 선물이다. 생각의 공간, 영지의 홈카페, 작업실 등등. 한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벌써 여러 용도로 쓸 생각에 이름 짓기도 어려울 정도로 설렘 가득한 곳이 되었다.


친구의 종이 꽃다발은 이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꽃이  굳이 생화일 필요가 있을까. 시들지 않고 꽃을 꺾지 않아도 되고 물을 갈아주는 수고스러움도 없다.


꽃병에 활짝 핀 꽃이 사계절 이 조그만 장소를 가득 채운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색 테이블 위에 봄의 점령군처럼 품위도 당당하게 다채로움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다.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에서 감동과 재미를 찾아내는 것. 친구가 주고 간 종이 꽃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까 문득 내가 이 친구에게 꽤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하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금은 수줍은 성격이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대범하고 사물을 보는 시선이 더 깊이가 있다.


내 곁에 이런 친구가 20년 가까이 있다는 것이 다시금 실감 나는 순간이다. 누가 이런 꽃다발을 생각해 낼까. 항상 이런 영감(inspiration)을 툭 던져두고 무심하게 가버린다. 하지만 나는 네가 주고 간 것에 대서 다시 한번 바라보고 뒤집어도 보고 그런단다.


그리고 너란 사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단다.

내가 한 번은 네게 그랬었지. 어느 에세이집에 나온 문구를 써주면서 '너는 내게 꽃병 같은 사람'이라고.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을 언제든 품을 준비가 된 꽃병처럼. 너는 나의 엉뚱함도 슬픔도 좌절도 기쁨도. 전부 품어주었다는 걸.


너의 꽃병은 그렇게 너처럼 말없이 내 앞에 놓여 있구나.

친구야. 고맙다.


#꽃병 #꽃다발 #친구 #우정 #집들이선물 #홈카페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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