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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31. 2019

우아한 고려청자가 나는 왜 슬프지

[관람후기]대한콜랙숀 vs.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
-토인비-

'일제 강점기 '경성미술구락부'(1922년 9월 일본 골동품 상인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최대 미술품 경매기관), 고려와 조선의 희귀한 청자와 백자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후 유물들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 후 약 100년이 지난 2019년 서울 한 복판. 이 유물들이 다시 돌아왔다!'


근래 다녀온 두 전가 있다.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 간송 특별전, 대한콜랙숀'이다. 동일 시대(고려)의 유물을 대상으로 두 전시가 다른 공간(대고려전-국립중앙박물관), 대한콜랙숀-DDP)에서 열렸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새로운 영감(?),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요새 틈틈이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있는 나는  좋게도 두 전시 모두 다녀왔다. 우연히 찾아 간 두 공간이 주는 조금은 특별했던 느낌에 대하여 지금부터 풀어놓을까 한다.

대한컬랙숀 '모으다' 테마 입구, DDP


'경성미술구락부'는 위 두 전시의 유물들을 연결 짓는 공간이다. 왜냐하면 이 장소에서 합법적(?)으로 매매된 고려의 유물들이 상당수 바다 건너 일본, 영국, 프랑스 등지팔려갔고, 번 '대고려전' 전시를 위해 그 일부를 잠시 빌려 온 것이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대한컬랙숀'은 간송미술관에서 설립자 전형필(1906-1962, 문화재 수집가, 근대 최초 사립미술관 '보화각' 설립자)이 경성미술구락부 등을 통해 사비를 털어 평생을 수집한 고려와 조선의 보물들을 전시한 것이다. 그나마 당시 골동품 수집가였던 '존 가츠비'를 설득하여 구입한 청자와 백자 20여 점을 제외하면 전시된 유물의 수가 '대고려전'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각 전시품 하나하나가 가지는 가치는 정말 특별했다.

대한콜랙숀 '모으다' 테마, DDP


개인적으로 두 전시회는 우리의 아픈 역사, 일제 강점기의 고려 유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었다. 원래 창작자(originator)가 우리 중의 누군가였을 '과거' 속 그 유물들이 외국의 박물관 또는 소장품이 되어 한 세기가 지나 '현재'의 서울로 다시 되돌아왔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고련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일제 강점기 각국의 골동품 수집가들이 그러했듯이, 현재를 사는 우리도 그 유물들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다.('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은 약 17만 명이 방문했다). 바뀐 게 있다면 유물들의 상당수가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유물 그 자체를 넘어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며 우리의 민낯'이다. 내가 마냥 가볍전시회를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위해 망망대해를 건너 '잠시' 우리 곁에 온 고려청자(영국 피츠윌리엄 박물관 소장)와 아미타여래도(이탈리아 로마예술박물관 소장)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다시 타국으로 가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대한컬랙숀'에서 전형필이 전 재산을 털어 수집한 고려의 희귀한 청자들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를 지켜 낸 한 개인의 신념과 열정에 대한 경외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어떤 이유이든 개인 소장품 다수를 전형필에게 팔아 주었던? 존 가츠비가 고마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시회 속 별도 공간으로 꾸며진 '갇스비콜랙숀'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 한 켠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대한콜랙숀 '존 가츠비' 전시공간, DDP

두 전시회의 유물들이 어디에서 오든 누구의 소유이든 중요한 건 잠시라도 같은 시기 인접한 장소에서 그 찬란했던 고려의 문화유산들을 내가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의 저자 콜린 엘러드는 얘기한다. '유리관 너머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의 조각과 보석, 도자기를 들여다보면서 다른 식으로는 닿지 못할 시대의 생각과 공간에 접촉하는...긴박감과 현장감'. 그런 것들이 그 공간 속을 채우고 있었다.

고려의 불교문화, 비취색의 고려청자,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등등 나열하기에도 벅찰 만큼 위대한 고려의 유산들이 살아 숨쉬는 생동감 넘치는 전시 공간이었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고려 사찰로 가는 길', 국립중앙박물관


하지만 토인비의 말처럼 우리에겐 아픈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유물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내 마음에 담아야 할까. 전통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주는 심미적 가치에 더하여 그것이 현재 우리 앞에 있기까지 겪어 왔을 시공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래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때는 지켜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바로 '일상적 관심'이다. 뭔가 특별한 반전도 감동도 없는 결론같지만 지나 온 많은 것들은 내게 말해준다. 당연한것이 주는 작은 깨달음,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찾던 '소중한 그 무엇'이 될수 있다고. 소확행이 달리 트렌드가 된게 아니다.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최초 한글 금속활자',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918-2018, 그 찬란한 도전(전시기간 : 2018.12.4~2019.3.3.)

서민적 친근함 불교문화 불상 불화 청자 금속활자 미디어 파사드, 5개국 45개 기관 450여 점 전시

네 가지 테마 1. 고려의 수도 개경 2. 고려 사찰로 가는 길 3. 차(茶)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 4.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국외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예술박물관의 고려 아미타여래도, 영국 피츠윌리엄 박물관 곰퍼트의 수집품인 고려청자, 영국박물관의 둔황 불화 등 전시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전시기간 : 2019.1.4~3.31.)

심플 격조 세련된 공간미 백자 청자 정선 김정희 갇스비콜랙숀 등

배우 임수정 오디오 가이드

다섯 가지 테마 1. 알리다-간송미술관 VR/12개 미술품 디지털 전시 2. 전하다- 민족사학 보성학교 3. 지키다-최초 사립박물관 보화각  4. 모으다-청자 및 백자 5. 되찾다-갇스비콜랙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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