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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Nov 19. 2022

공무원과 공부

영지의고민상담실 26

'OOO대학교 합격!! 축하드립니다.'


어젯밤 노트북 화면에서 마주한 문구다. 얼마 만에 는 합격 소식인지. 나도 모르게 "아!"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게 정말 현실인걸까. 고개를 들어 방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분명 꿈이 아닌 건 맞다. 다시 한번 화면 속 글자 두눈으로 확인했다.  합격이 맞다. 두번째 대학원.


2019년 MBA를 졸업하고 딱 4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비록 같은 교정도 아니고 분야도 다르지만. 새로운 학교로 걸어들어가는 내 마음속 목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저는 행정과 경영의 융복합을 위해 이 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조금은 뜬금없고 황당한 목표라고 해도 사실 난 상관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뭔가를 해내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내리는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의 바탕에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든든한 지지가 깔려있다. '세상 사람들 나를 믿게 만들려면 누구보다 '내가' 나를 먼저 믿어야 한다'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여러해를 고민하다가 망설이면서 지원했던 첫 대학원 입학에 비해 이번 두번째 지원은 거침이 없었다. 4개 분야로 나누어진 지원서를 나는 거의 반나절만에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나의 학문의 지향점에 대한 첫 질문은 그 어떤것보다 친숙한 것이었다. 수년간 내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이 바로 일과 자기계발의 이유와 의미 그리고 자기성장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지원서 전반에 걸쳐 나란 사람을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자신은 다. 면접날. 6명의 지원자와 함께 여러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진행된 그룹면접은 생소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낯선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으려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높였고 자신감을 최대한 끌어냈다. 그리고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왜 나를 합격시켰는지 무척 궁금하다)


어쨌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인생의 굵직한 결정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지. 반면. 매일매일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감보다는 끊임없는 성찰과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나에 대한 신뢰는 일상의 습관화된 성찰 없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여전히 나는 이 과제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 공부처럼!


그럼 공무원과 공부는 어떤 관계일까.

15년 전. 공무원 준비를 위해 집 근처 도서관과 독서실 그리고 노량진 고시원까지. 당시 나는 교정의 강의실을 찾듯 이곳저곳을 시험을 위해 옮겨 다녔다. 공무원 시험이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라고 계속 반복하면서 말이다. 당시 31살 늦깎이 수험생이었던 나는 1년 남짓의 수험생활을 그런 심정으로 버텨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공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연히 합격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두꺼운 행정학, 행정법 수험서들을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갖다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무원이 되어 14년이 흐른 지금. 나는 여전히 공부가 목마른 수험생처럼 어젯밤 날아든 합격소식에 이렇게 신이 났다. 무엇이 나를 계속 이 지긋지긋한 사각 책상머리 앞에 붙들어두는 걸까.


3주 전이다. 원래 맡고 있던 감염병 대응과 완전 정반대의 성격인 투자유치를 하는 부서로 나는 전보발령이 났다. 햇빛이 유난히 잘 들어서 따뜻했던 보건소 5층 사무실을 뒤로하고 꽤나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본청 사무실  짐들을 옮겼다.


새로 맡은 기업과 투자에 대한 업무는 나는 물론이고 이 조직에서도 생소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관련 법령도 찾아보고 여기저기 기관도 찾아다니면서  분야를 어떻게든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임무는 한밤중 짙은 안갯속을 걷는 기분처럼 여전히 내게 어렵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공무원이라면 무척이나 친숙한  '원래 하던대로'가  먹히지 않는 곳이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부터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지역의 공무원을 찾아가 물어도 지만 도시마다 다른 여건을 또 고려해야 다. 결국 답은 우리 안에서 찾는 것이었다. 그렇다. 2년여 만에 감염병 대응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맡은 일은 나를 또 다른 공부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실전 공부.


공부란 무엇일까. 학교 강의실에서 하는 일명 '학교 공부'가 그것일까. 사실 나는 업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실전 공부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학교 공부는 각 분야별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의 지원과 잘 짜인 커리큘럼까지 있기에 내가 잘 따라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과는 난다.


반면 새로운 업무를 위한 실전공부는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어디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무엇을 배울지.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어찌 보면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공부다. 솔직히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어찌 보면 학교 공부는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강의마다 수시로 떨어지는 과제와 연구. 궁극적으로 연구논문까지. 학교 공부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에서 예상치 않게 닥치는 공부에 수시로 써먹을 있기에 말이다. 일종의 예행연습이나 실험같은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공부하는 전문대학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조직이든 어디든. 하나 올라가는 나의 직급과 늘어나는 나의 급여만큼. 내게 떨어지는 책임은 무거워지고 나란 공무원에 대한 기대치같이 높아진다. 일단 승진하는 그 순간은 좋다. 하지만 곧바로 그와 함께 딸려오는 이런 부담들은 일단 무시하고 싶어 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공부는 내가 어느 조직이든 거기에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한 필요한 것이 아닐지. 잘 짜인 학교 공부와 날것의 실전 공부 둘 다! 두 공부가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다. 더욱이 '행정잡직'이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다채로운 일을 해야하는 지방행정직 공무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일 당장. 내가 또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누가 알까. 


그래서 3주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내 앞에 툭 떨어진 두 공부들이. 나는 뭐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겠지하는 긍정마인드, 이럴때 한번 써보면 어떨까. 앞으로 둘이 안 싸우고 사이좋게 잘 지낼 방법을 이제는 또 고민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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