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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19. 2019

나의 공직 후배들 그리고 BTS 선한 영향력

동 주민센터 시간제 근무 그 세 번째 이야기

'선한 영향력'을 드리겠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 방탄소년단 -

지금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이란 새 앨범으로 미국, 영국, 일본의 대중음악 차트를 석권하며 K팝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지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선한 영향력'이 도대체 뭘까? 바로 그룹명에 힌트가 있다. 총알을 막아내는 소년들. 이 소년 그룹이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10~20대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감성, 상처, 방황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이 선한 영향력을 통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처들, 매일매일 우리를 향하는 크고 작은 총알들의 방패가 되어 주겠단다. BTS 멤버들은 특유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멤버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작사, 작곡한다. 자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음악으로 재탄생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엄청난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의 대성공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얼마 전 사무실을 벗어나 처음으로  주민센터 2명의 후배 멘티들저녁을 함께 했다. 맥주 한 잔씩앞에 놓고 나는 편하게 후배들에게 물었다. 공직에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명의 후배가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 이랬.


'아무것도 모르는 나,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그 친구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처음 발령을 받아 사무실에서 첫 업무를 맡은 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네. 아.. 막막하다
 

바로 이 순간.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 누구도 선뜻 나서서 나를 챙기는 건 고사하고 다들 자기 업무 하기도 바빠 보인다. 수십 번 머릿속으로 고민한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지금 이런 거 물어보면 짜증 낼까?' 이런 생각들로 시간을 계속 허비한다. 결국은 그냥 일 터질 때까지 깔고 앉아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일을 더 그르치는 후배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그때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도와줄 방법을 몰랐고, 내가 그 정도밖에 되질 않았기에...) 아니면 끙끙대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처리하다 상사나 동료에게 한소리 듣고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다. 이 후배는 후자 또는 그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이 이러않을까.


'그때 나는 완전히 혼자였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10여 년 전 나의 주민센터 첫 근무 때와, 그 후 다른 부서로 옮겨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가 떠올랐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던 세상 혼자인 것 같은 그 시간들. 오히려 '너 어떻게 잘하나 두고 보자'하는 그 분위기. 그래서 상처 받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아직도 나는 선명하다. 10년이 흘러도 이리 선명한 감정인데 불과 1년이  채 안된 이 어린 친구가 그동안 느꼈을 상처들이 너무도 이해가 되었다. 적어도 그 순간 그 일터에서 이 친구 곁엔 아무도 없었다. 오롯이 혼자였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언제 상처 받을지 몰라서...'

후배 그리고 대한민국 수천 명의 민원대 근무 공직자들의 또 다른 아픔은 업무에서 받는 일상의 크고 작은 상처들이었다. 10여 년 전 내가 그러했듯이. 이 후배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제대로 아물지 않은 채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후배는 '지금은 괜찮다' 한다. 하지만 난 왜 반대로 들릴.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고 같이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공감이 이런 게 아닐까.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너무도 잘 알게 되는 그 감정. 그걸 같이 느껴주고  이해하는 거.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마주 보며 눈물 그렁한 그 친구에게 '나도 그랬다'라고 말해 주는 거.


'여길 빨리 벗어나고  싶다'

보통 지자신규 공직자들의 첫 발령지는 동 주민센터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행정서비스의 최하부 조직동 주민센터 그리고 민원대 근무로 첫 공직 시작한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서류 발급과 각종 신고와 접수 업무를 하는 민원대.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말과 표정과 태도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와 감정이 생긴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상처가 되어 직원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 물론 민원실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하리라.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이 린 공직자들은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내가 그랬고, 이 후배가 그랬다.


'선한 영향력'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

이렇게 내가 속한 조직에서 누구도 내 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누군가 잠깐이라도 손을 내밀어 준다면. 공감해 주고 '그럴 수 있다'라고 다독여주고 '힘내라'라고 한 마디 해준다면. 나는 이걸 선한 영향력'사무실 버전'이라 하고 싶다. BTS 버전에서 장소가 세계 무대에서 '작은 동 주민센터'로, 대상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서 '동료들과 매일 민원실을 찾는 사람'로, 음악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도움'으 바뀐 것뿐이다.


후배에게 그랬다

상처를 쉽게 받는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 마음을 섬세하게 느끼는 특별한 '감각'을 가진 거라고. 우선은 상처를 통해 많이 단단해지라고. 그래서 이후 더 강한 자신으로 현실을 당당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으로 '나도 똑같이 해주지 뭐!'와 같은 앙갚음보다는 같은 처지에 있는 그 사람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고. 바로 '사무실 버전' 선한 영향력의 발현이자 실천이다. 나는 후배에게 '조금은 먼저 가 본' 내가 그 옆에서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얘기했다.


협력,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생존 능력이 '협력'이라고 한다. 35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 우리의 조상으로 살아남아 지금의 찬란한? 인류문명을 만들어 낸 핵심 역량. 바로 사람들 간의 협력이다. 이는 소통과 공감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중요한 결과물이 또한 신뢰다. 지금 우리가 조직에서 가장 크게 잃어버린 가치 중 하나.


확신이 없어도 지금은 가야 할 때

는 지금 동 주민센터라는 작은 조직에서 후배들과 작은 것부터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의 최종 목표는 '진짜 협력'다. 솔직히 결과에 대한 확신이 지금은 없다. 단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멘토링이 앞서 온 공직자로서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 이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선한 영향력의 '내 버전'은 바로 이 멘티들의 '작은 의지'가 되는 것이다. 이 친구들이 조금은 덜 좌절하면서 조직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임을 그날 다시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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