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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y 09. 2019

디즈니 전시에 왜 아이들이 없지?

디즈니의 특별한 채용박람회!?, 애니메이션 특별전(DDP)

디즈니 전시회에 아이들이 없다?


5월 8일 어버이날 오후, 나는 동대문 DDP를 찾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다. 평일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관람객들이었다. 홀로 또는 커플, 단체로 사진도 찍고 캐릭터 설명도 꼼꼼하게 읽어보는 모습이었다. 왜 이리 젊은 사람들에게 디즈니가 인기일까. 오히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궁금했다. 아이들이 없는 디즈니 전시회라.  시간 남짓 전시장을 다 둘러보고 난 후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디즈니 특별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전시로 보인다. 하지만 전시 공간 전체에 그들이 꼼꼼하게 숨겨놓은 마케팅 장치를 발견하면서 '역시 디즈니!'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지 정도로 이 특별전이 왜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 왜 젊은 층이  공간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내 맘대로' 분석해 보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특별한 이유 가지


1. 디즈니의 '비전과 ' :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있


전시장은 <미키 마우스>를 시작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디즈니가 창조해 낸 수십 개의 대표 캐릭터와 영화를 섹션별로 나누어 꾸며졌. 디즈니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다채로움은 예상대로 남달랐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각 캐릭터의 구상과 개발까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최초 스케치 그림부터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킨 노력을 세심하게 설명한다. 내가 기억하는 미키 마우스가 그랬듯이 디즈니라는 브랜드 이미지가진 장난기, 착함, 밝음, 창조성 등 그것들이 전시 공간 속 각 캐릭터들의 탄생과정 전반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굳이 디즈니의 비전이나 꿈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관객들이 이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런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당연한 거니까 우린 이렇게 보여줄게!'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봐'


2. 디즈니의 과거와 현재 : '불가능'이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님'을 증명하다


살아있는 두 마리 사슴을 스튜디오에 데려 와 실제로 오랜 기간 관찰하여 탄생한 '밤비 Bambi' 캐릭터.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최초의 만남 '판타지아 Fantasia'. 두 애니의 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세상에 없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주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것, '최초'에 대한 기본적인 부담감을 가진다. 그리고 굳이 내가 안 해도 나중에 누가 하겠지라며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즈니는 그걸 업으로 하는 곳이기에 지금까지 없었던 캐릭터나 색다른 기법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노하우를 아주 친절하게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결코 '불가능은 불가능한 게 아니라 그냥 그걸 넘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피노키오, 밤비, 덤보, 판타지아 등등 디즈니가 세상에 내놓은 캐릭터들의 초기 스케치와 영상, 기법들을 둘러보며 나는 디즈니가 특별했던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것도 능력이다)깊이 내재된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당연하고 뻔한 얘기같지만 현실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곳이 그걸 시도하고 또 실패할 수 있을까? 성공한 캐릭터만큼 동시에 실패한 캐릭터와 영화도 많이 가진 디즈니다.



전시는 디즈니의 유명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각 캐릭터의 탄생,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이를 현실로 만든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렇게 전시 코스 거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래도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거지?' '특별전이라는데 뭐가 특별한 거야?' 그렇게 나는 전시회 마지막 공간 도착한다.


3. 디즈니의 미래 : 결국 답은 디즈니의 꿈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의 마지막 코스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스태프들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중요한 건 인터뷰의 내용이었다. 미국인은 물론 아시아, 중동,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스태프들. 그들이 디즈니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흥분과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그 경험이 어떻게 디즈니에 와서 일하게 만들었는지 자신들 이야기를 열정 가득 찬 목소리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진심이 스크린 너머 고스란히  느껴졌.



왜 이 영상을 전시 마지막에 배치했을까? 그렇다. 디즈니는 그들의 '미래'를 열정과 꿈을 가진 '사람들'에서 찾은 듯했다. 그제야 전시 공간 전반 디즈니의 직원 사진이 곳곳에 걸린 이유를 알았다. 이번 전시는 이름은 '애니메이션 특별전'이지만, 주인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고 또 앞으로 만들어 낼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다.


나와 전시 출발부터 비슷한 시간에 같이 전시를 돌게 된 젊은 여성이 한 명 있었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청바지 차림의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였다. 관람 코스가 정해져 있다 보니 나는 본의아니게 그 여학생을 관찰? 하게 되었다. 학생은 캐릭터별 초기 스케치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고 또 그걸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서는 때때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아마 그 여학생도 마지막 인터뷰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영상 앞에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디즈니는 그렇게 그들의 비전과 꿈이 녹아있는 현실의 결과물들을 생생한 증빙자료와 함께 이 여학생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 마지막, '화룡정점' 마냥 그 꿈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로 그 학생의 마지막 남은 의심마저도 확실하게 날려 버린다. 이게 기업 마케팅이 아니고 뭔가?




아이들보다 꿈과 열정을 가진 어른들을 위한 전시


아이들은 아직은 애니메이션 그 자체가 주는 현란한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에 더 끌린다. 그래서 이 전시회에는 아이들이 많이 다. 즉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그럴 의도로 기획한 것도 아닌것 같고. 바로 어른들의 이야기가 핵심기 때문이다.


디즈니사의 특별 채용박람회?


아마도 이 전시회가 세계 순회를 한다면 전 세계 대상 디즈니 '특별' 채용박람회가 되지 않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마지막 영상이 내게 준 메시지는 강렬했다. 이후 각 나라의 꿈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디즈니사에 더 많이 몰려든다면 바로 전시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리라.


기업 마케팅이 별거 있을까. 바로 이같은 전시로 디즈니는 그들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잠재적인 그룹 자연스럽게 어필한다. 이제 글로벌 기업은 제품을 구매할 사람들이 아닌 '제품을 함께 만들 사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게 더 확실한 방법인 시대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직원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힘들어하는 소규모 스타트업과 수많은 중소기업들. 심지어 내가 속한 공직에서도 발령 초기 많은 신입 공직자들이 조직을 떠난다. 일부는 대기업에 일부는 다국적 기업에 일부는 해외로. 나름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왜 젊은 사람들이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에 몰리는지 이 전시회를 와보면 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전시다.


현재 수백조의 기업가치를 지닌 문화 왕국 디즈니도 처음에는 작은 생쥐 한 마리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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