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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Jun 08. 2019

'착한 끝'이란 게 진짜 있는걸까

'비즈니스 천재는 없다' 칼럼이 내게 던진 단상

가족사가 복잡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침실에 틀어박혀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너무 많은 책을 빌려 읽다가 대여 기한을 넘겨 툭하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물론 어느 날 그녀에게도 영감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영감을 작품화할 구상을 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구상에 구상을 거듭해 7편으로 쓰기로 했고, 모든 작품에 필요한 플롯 노트를 따로 작성했다. 얼마나 다듬었던지 첫 번째 책 제1장은 변종만 15가지를 써놨을 정도였다. 에피소드 하나에 관해 물어보면 문이 몇 개 있고, 문마다 어떻게 다르게 생겼는지 줄줄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5년 동안 다음고 또 다듬어 완벽한 히트상품을 '기획'한 것이다. 그 노력을 상상해 보라.
< 2019. 6.6. 한국경제 칼럼, '비즈니스 천재'는 없다' 중 >


누구의 이야기 일까?


바로 소설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작가 조앤 롤링의 이야기다. 1997년 <해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07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총 7편의 시리즈를 쓴 세계적인 작가다.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4억 부 이상 팔렸고, 그녀는 2004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552위까지 올랐다. 이는 영국 여왕보다도 높은 순위였다. 이렇듯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조앤 롤링의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성공은 과연 '천재성'을 가진 어느 작가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것이었을까?


만약 그녀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편을 쓴 곳이 영국의 작은 도시 '에든버러' 집 근처 작은 카페였다면? 심지어 당시 어린 딸을 돌보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국가의 생활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면? 더욱 놀라운 건 시리즈의 전체 구성을 완료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무려 5년이다. 단순히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5년이나 버텨 낸 그 시간이 내게 조금은 의아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이제 겨우 2개월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30여 개의 글을 쓰면서 매순간 닥쳐오는 다채로운 감정의 '굴곡'들. 적어도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의 성장'이라는 나름의 작은 목표에 기댈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잘 버티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글쓰기처럼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연과 나름의 창의적? 핑계로 또 그렇게 많이들 포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무려 5년이란 시간을 버티면서 7편의 시리즈 구상을 끝낸다. 무엇이 그렇게 만든걸까? 타고난 그녀의 천성일까? 노력일까? 아니면 모든 게 우연일까? 그녀가 앞에 있다면 당장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칼럼에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단순히 각본을 쓰고 '필'대로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쓴 각본의 모든 장면을 만화로 그려 배우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콘티를 직접 그려 배우와 스태프에게 공유할 정도라면 그는 이미 그 영화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의 주인공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한 인물, 바로 '봉준호'다. 나는 마침 오늘 조조로 영화 <기생충>을 보고 왔다. 거의 반년만에 찾은 영화관이다. 사실 나는 영화관을 잘 가지 않는다. 예전만큼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내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요즈음은 뭔가 '신선한 고민'을 던지는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는 느낌 때문이다.


런 나도 봉 감독의 <기생충>은 망설임 없이 보러 갔다. 그만큼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16년 전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와 지금의 그는 또 다른 듯하다.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걸 전달하는 메시지의 농도와 바탕의 여백까지 거의 완벽했다. 확실히 그의 영화는 더욱 성숙해지고 또 깊어졌다. 아니면 내가 변한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기생충> 은 뭐랄까 한층 더 절제된 세련미가 있었다. 반면 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더 강렬하게 의 머릿속에 남았다. 그는 진정 영화 천재인 걸까? 원래부터 한테 이럴려고 태어난 사람인가?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짧은 시간. 그가 던진 시대의 화두. 그 깊은 여운 때문에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사실 칼럼 속에 묘사된 '감독'과 '봉준호'라는 이름을 연결하면 조금은 낯설다. 왜냐고? 모든 장면을 삽화로 그리다니 솔직히 너무 애쓰잖아? 내가 아는 천재들은 그냥 '느낌' 하나로 뚝딱 뭔가 근사한 걸 만들어 내는 특별한 사람이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화로 그려내고 또 그걸 배우들에게 설명하는 종류의 '일상 속 세심한 애씀?'이 내게는 낯설기만 하다. 그의 영화 이력이 새삼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그는 11편의 장편과 5편의 단편 영화까지 총 1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중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옥자>, <기생충> 그리고 5편의 단편영화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봉 감독이 '감독'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썼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또 다른 거장 '박찬욱'감독은 어떨까? 도 각본을 쓰지만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그를 명장의 반열에 올려  영화들 각본은 모두 다른 이의 작업이었다. 그래서 뭘 얘기하고 싶냐고? 솔직히 나는 봉준호, 그의 천재성에는 관심이 없다. 그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열정과 노력'이다. 그가 그걸 어떻게 유지하고 성장시켜 왔는지 그게 진심 궁금하다.  


묘하게 닮았다. <해리 포터> 조앤 롤링과 <기생충> 봉준호.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내게 '착한 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MBA를 공부하며 수 백개의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접했고, 책을 좋아해서 수백 명의 경영자들의 리더십을 읽었다. 하나하나가 특별했고 그때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들처럼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 <기생충> 속 적나라한 '그 현실'을 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한때의 강렬한 감동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수많은 성공 사례와 위대한 리더들의 이야기는 원래부터 '특별함'을 타고났기에,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 이야기로 그냥 남게 된다.


하지만 이 짧은 칼럼은 그런 성공의 이면을 보라고 한다. 뭔가 다른 게 있으니 그걸 봐야 한다고. 그래서 두 번, 세 번 자꾸 읽어보게 된다. 칼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 7년 동안이나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한 빌 게이츠, 독일 함부르크의 3류 클럽에서 수년간 매일 연주했던 비틀즈 그리고 일생동안 무려 600여 곡을 작곡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 모차르트도 등장한다.


그럼 소위 말하는 '착한 끝'이란 게 진짜 존재하는 걸까? 여기서 나는 '착한'의 의미를 '순수한 열정과 노력'으로, '끝'은 '유형 또는 무형의 보상'으로 정의한다. 즉, 선한 의도로 뭔가를 계속할 때 결국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그에 합당한 보상이란 걸 받게 되는 걸까?


당대에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는 사례가 속출하는 기회의 시대다

칼럼니스트 권영설 교수는 그 '착한 끝'이 당대에 가능하다고 한다. 작가 조앤 롤링과 영화감독 봉준호, 이들이 만약 약 2,000~3,000년 전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알다시피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모두 '현생'에서는 평범하다 못해 실패한 인생이었다(공자의 말년은 고국인 노나라에서도 쫓겨나 떠돌아다니는 쓸쓸한 모습이었고, 소크라테스는 그의 사상이 신을 모독한다는 오해를 받아 결국 형장에서 독배를 마시고 생을 마감한다). 사후에야 그 제자들에 의해 이들의 '말'과 '생각' 그리고 '인생'이 기록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그리고 재해석되면서 오늘날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위대한 현자로 인정받고 있다. '기록과 공유 그리고 확산'의 관점에서 당시에는 그렇게 수백 년이 걸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구나 당대에 '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얼마전 다녀온 특강이 하나 있다. 전시마케팅 강의였고 내용 중 요즘 셀프 브랜딩의 유용한 방식으로 언급된 공식이 하나 있었다.

<저장(블로그/브런치) + 확산(페이스북)> - 브랜드를 살리는 전시마케팅 -


만약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이걸 가졌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분명한 건 지금 우리는 누구나 이걸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도구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세계 70억 명의 인류를 실시간으로 '한방에' 연결하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바로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린치핀>의 저자 세스 고딘도 '오늘날 가장 강력한 생산수단은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 '착한 끝'은 내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당대에 누구라도 가능한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이 갖춰졌다 이해한다 조금 과장일까? 조앤 롤링과 봉준호. 이들의 성공을 단지 타고난 재능과 우연만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2019. 6.6. 일자 한국경제, <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의 결론이다.

비즈니스 세계에 머리로만 성공한 천재는 없다. 성공한 이들은 오히려 목표에 몰입하는 '열정', 성취를 위한 '노력'과 '끈기'로 승부했다. 그런데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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