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따뜻하게 갈등을 해결하게 해주는 실용적인 길잡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한 대화가 뜻하지 않게 상처가 되는 순간들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다.
또한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그 의도가 순수함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저 요구 사항을 전달했을 뿐인데, 왜 말하다 보면 갈등이 심해지고 상대방과 더 멀어지게 될까?"
대화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셜 B.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는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이 책은 대화법 관련 서적 중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만난 시점은 아이가 거의 다 성장한 후였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알리고 싶었다.
현재 나는 유치원 교사로서 이 책의 내용을 아이들과 소통하고 지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상처와 편견이 있는 상황에서도 현명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비폭력 대화의 핵심 네 가지 요소인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 번째는 관찰이다.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평가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넌 게을러서 청소를 이렇게 못하는 거야" 와 같이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고
"학교 갔다 와서 책상에 책이 그대로 있네?" 와 같이 평가와 판단을 배제하고 관찰했던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친구와의 갈등상황이 발생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니?' 또는 '누가 그랬니?'
라고 묻는 대신,
'무엇을 보았니?' 또는 '무엇을 들었니?'
라고 질문하면,
아이들은 상대방에게 잘못을 떠넘기지 않고 자신이 인식한 사실을 그대로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가와 반대되는 개념인 관찰을 통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과 거리를 두게 된다.
두 번째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는 내 추측이나 나만의 생각, 판단에 불과하고,
'나는 요즘 많이 외롭다고 느껴'
는 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것을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욕구다.
감정에는 항상 그 배경에 내면의 욕구가 있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책임지고, 그 감정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왜냐하면' 뒤에 욕구를 덧붙여 설명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까 네가 내 말을 끊었을 때 나는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났어. 왜냐하면 나는 너와 대화할 때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야.'
네 번째는 부탁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머리가 그게 뭐냐, 머리 좀 잘라.'
라고 명령하고 강요하는 대신,
'너무 긴 머리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 앞이 안 보여서 넘어질까 봐 걱정돼. 머리를 조금 자르는 게 어떨까?'
처럼 구체적으로 내 욕구가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부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젠버그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진심을 이해하고,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 책이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해야 현명하고 따뜻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