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공립음악원 콩서바토아(Conservatoire) 체험기 2탄
앞선 글에서 파리 공립음악원인 콩서바토아 1학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CE1 (만 7세)에 파리 15구 콩서바토아의 '모든 악기' 코스에 등록한 첫째는 2023년 9월 신학기부터 필수과목인 음악이론과 합창 수업을 매주 한 시간씩 들었다.
2024년 1월에는 다양한 악기를 소개하는 세 번의 아뜰리에에 참석해야 했는데, 여기서 만돌린, 오르간, 트럼펫, 트롬본, 튜바,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 바순, 오보에, 플루트, 비올라를 직접 보고, 연주도 듣고, 각자의 악기를 자랑(?)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설명도 들었다.
"악기 소개 아뜰리에"가 끝난 후, 관심 있는 악기를 최소 세 가지 선택해서 제출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아이는 고민 끝에 트럼펫, 플루트, 피아노, 기타를 선택했다.
트럼펫은 작은 사이즈가 마음에 들어서, 플루트는 이모가 예전에 배웠던 악기라서, 피아노는 집에 있으니까, 기타는 나중에 밴드를 만들고 싶어서... 이유도 다양했다.
콩서바토아에 아이가 선택한 악기 리스트를 보내자 곧 시범수업 스케줄이 도착했다.
각 악기마다 매주 한 번, 30분의 개인 혹은 소규모 수업을 3주 동안 들어볼 수 있는 귀한 기회!
3월 첫째 주 트럼펫을 시작으로 6월 중순 기타까지, 매번 아이를 데려다주고 밖에서 30분을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일이 수고스러웠지만, 콩서바토아 건물을 나서는 아이 얼굴이 매번 밝아 감사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 보는 경험은, 단순히 악기 연주를 구경하고 듣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는 듯했다.
6월 말, 대망의 최종 선택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답정너나 다름없었던 그녀의 선택은 역시나 '기타'였다.
작은 재즈바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던 나의 바람은 일단 후퇴이다.
2024년 9월에 CE2 (만 8세) 학년을 시작한 첫째는 콩서바토아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여름 방학에 앞서 6월에 재등록 (réinscription)을 했고, 7월에 확정된 수업 스케줄을 이메일로 받았다.
콩서바토아 2학년 현재까지의 상황과 지금까지 느낀 콩서바토아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1. 콩서바토아 2학년 - 본격적인 악기 수업 시작!
올해는 첫 번째 해와 마찬가지로 음악이론과 합창 수업을 매주 한 시간씩 듣고 있고, 추가로 월요일 저녁마다 30분씩 기타 개인레슨을 받고 있다.
기타 수업 첫째 날, 선생님께서 엄마도 같이 수업을 들어보라고 하셔서 참관을 했는데, 아이의 속도와 실력에 따라 맞춤 수업을 할 테니 모든 것은 아이가 하기 나름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단 10분이라도 매일 기타 연습을 하기로 나와 약속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타 수업을 시작한 지 네 달이 넘어가는데, 그래도 매주 조금씩 소리가 다양해지는 게 느껴진다.
나의 바람은, 아이가 본인이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꾸준히 반복해, 작은 성취들을 맛보는 것.
음악이론 수업은 한층 어려워졌다.
숙제로 읽기 연습을 해야 하는 악보가 점점 현란해지고, 전문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나도 옆에서 검색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합창 수업도 마찬가지.
작년에는 유머러스한 선생님과 재미 위주의 수업을 했다면, 올해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전문적인 선생님을 만나 발성 연습도 하고, 음역대에 따라 파트도 나누어 부른다.
학기말에 선생님이 지휘자로 계신 상드니 대성당에서 콘서트를 할 거라고 미리 공표를 하셨는데, 여럿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아이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바라본다.
2. 콩서바토아 장점
아이를 콩서바토아에 보내며 가장 편한 점 중 하나는 선생님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 공공 조직이다 보니, 내가 좋은 선생님을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 없이도 아이를 검증된 선생님에게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도 큰 장점이다.
우리 아이는 아직은 초반이다 보니 필수 과목에 묶여 있지만, 파리의 음악 콩서바토아에서만 50개 이상의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고전에서 현대음악, 재즈나 즉흥 연주, 코미디, 합창, 오케스트라, 음악 이론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또 콩서바토아에서 열리는 콘서트나 음악 행사도 많아서 음악을 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
마지막으로 저렴한 학비를 빼놓을 수 없다.
콩서바토아 학비는 각 가정의 소득과 부양가족 수로 결정되는 가족 계수 (quotient familiale)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우리 아이처럼 일반적인 음악 코스(음악이론+합창+악기)를 듣는 경우, 일 년 학비는 다음과 같다.
파리 시민 기준으로 가장 소득이 낮은 T1은 82유로 (약 12만 원), 가장 소득이 높은 T10은 1257유로 (약 190만 원)을 낸다.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일 년에 약 32주 동안 매주 두 시간 반의 수업을 듣는데, 특히 수업의 질을 생각했을 때 매우 저렴하다는 생각이다.
3. 콩서바토아의 단점
제인이가 콩서바토아에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프랑스 엄마들은 대부분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해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은 보낼 자신이 없다는 반응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미국인 엄마 한 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친구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른 미국인 가정이었는데, 아이가 콩서바토아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음악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콩서바토아는 일주일에 세 번의 수업을 참석해야 하는 것 외에도 학업 평가와 출석에 엄격하다.
일 년에 두 번 과목별로 성적표가 오고, 결석을 하면 결석 사유를 설명해서 보내라는 이메일이 재깍 온다.
성적이 일정 수준 유지되지 않으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가 없고, 이유 없는 결석이 두 번 이상 되면 콩서바토아에서 짤린다는 무서운(?) 소문도 들린다.
특히 음악 이론 수업은 매일 10-15분 숙제를 기본으로 하는데, 양도 많고 난이도도 높아지니 숙제가 밀린 날은 주말에 악보를 한 시간씩 붙잡고 있기도 한다.
콩서바토아의 이러한 특징은 전반적인 프랑스 교육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프랑스 교육은 학생에게 주는 압박과 경직성, 엘리트주의가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러한 문화가 콩서바토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지 않은가.
우리 동네에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사립 콩서바토아가 있는데,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흥미와 긍정적 정서를 중요시한다고 소문이 나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그곳에 아이를 보내는 한 친구 엄마가 최근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발표회를 한다고 해서 갔는데, 아이들이 다 띵띵 거리는 초보 수준의 연주만 하더란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도"만 쳐도 손뼉 치며 칭찬하는 분위기였다고.
이걸 본 엄마는 답답하고 돈낭비했다는 생각까지 들더란다.
우리는 "배움의 기쁨"과 "실력 향상" 사이의 적정 발란스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ça depend", "케바케", "아이마다 다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제인이는 한 번도 콩서바토아 선생님이 엄하다거나 부담을 느낀다며 불평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크리스마스에 콩서바토아 선생님들께 카드와 쿠키를 드리고 싶다고 하고, 수업시간 전에 미리 가서 친구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니, 우리 아이는 아마도 콩서바토아가 잘 맞는 듯싶다.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의 아이라면, 개인의 니즈에 더 관심을 갖고 맞춰줄 수 있는 다른 기관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특히 콩서바토아 초기 2-3년은 악보 읽기 훈련과 단체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무래도 유연성이 부족할 테니 말이다.
제인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음악수업이 있는데, 주로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에 대해 배우거나 연말에 있을 합창 공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이마저도 음악수업이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음악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은 따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콩서바토아의 체계화된 음악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가 된다.
향후 아이의 콩서바토아 생활에 새로운 변화나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업데이트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