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매력
처음 발을 디딘 도시라서 그럴까, 습하지만 따뜻한 공기가 한국의 한 겨울 사이에서 온 나를 맞이해줘서 그럴까, 하노이가 가장 정이 많이 들었다. 하노이를 떠나지만 여전히 베트남 일정이 보름 가량 남았는데, 허전하고 다시 언제 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도시였다.
매연과 미세먼지가 넘치지만 하노이에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아 뭐 할 게 없네 이런 생각보다는 카페에서 사진 보정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 루프탑에서 운동도 하고 좋은 친구들 만나면 맥주도 마시고... 꿈과 생각은 다르지만 모두 다 같은 자유와 즐거움을 누리고자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괜히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두 번이나 하노이에서 찍었는지 알 수 있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범위 안에 유명한 곳이 너무나 많았고 관광객 덕분에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돈으로 3천 원이면 충분했다.
골목골목 사람 냄새나고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음과 동시에 걸어서 혹은 바이크로 어디든 갈 수 있는 하노이는 최고의 도시였다. 역사 공부를 하고 호찌민을 직접 보러 갈 수도 있었고 스푸파를 보고 바로 먹고 싶은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닌빈 투어를 떠났다. 오토바이를 빌려서 가기에는 조금 무리인 것 같아서 투어로 다녀왔다. 갔더니 갑자기 가이드가 베트남어를 엄청하고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만 외국인이란다. 그러고는 1대 1로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나 빼고 전부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가족이 세 팀 정도 있었고 베트남 대학생 두 명이 있었다.
가장 먼저 말을 붙인 건 베트남 학생들. 호찌민 근처에 사는데 놀러 왔단다. 또 가족이랑 같이 온 아저씨는 되게 나를 챙겨주셨다. 화장실 사용료도 내주고 계속 챙겨주셨다. 한국에서 한국 전통 문양 책갈피 같은걸 챙겨가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 여행은 꼭 챙겨 가야지.
닌빈은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린다. 평지에 갑자기 솟아오른 산들과 동굴 안에 있는 물 위로 배를 탈 수 있다. 호아루, 땀꼭, 짱안, 바이딘 사원 이렇게 크게 4가지가 있다.
배를 타면서 서로 찍어줬는데 사진을 받을 길이 없었다. 카톡도 안 하고 페북도 안 하셔서 베트남의 카톡을 깔았다. Zalo라는 어플이다. 페북 메시지랑 쟐로를 가장 많이 쓴다고 했다. 베트남 현지 번호가 있는 유심이라서 가입해서 사진을 주고받고 그 뒤로 파파고 번역으로 몇 번 대화도 하고 그랬다. 뱃사공 할머니랑 투어에 온 베트남 사람들 전부 혼자 여행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면서 많이 물어보고 그랬다.
투어를 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베트남의 국민 소득은 3천 불 정도. 지하 경제가 커서 만불 정도로 추정을 한다지만 내가 본 사람들은 2천 원짜리 쌀국수를 팔고 길에서 과일을 팔거나 도넛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다. 동시에 벤츠나 미국식 픽업트럭을 타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투어 버스 탄 어떤 꼬마 아이가 아이패드를 들고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이패드는 비싼데... 친해진 베트남 아저씨께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부동산 중개업을 하신다고 했다. 호찌민에 살고 가족 여행을 왔다고.
부산 사람이 서울 구경간 정도로 보면 되지만 내가 본 베트남의 절반 이상은 이런 경제력을 절대 갖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빈부 격차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커 보였다. 우리나라는 겉으로는 크게 보이지 않지만 상위 계층의 부의 축적이 상당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전체적인 국민 소득과 물가가 낮아 그 차이가 확연히 크게 보인다.
베트남에서 맥주를 시키면 얼음을 준다. 아니 말을 하지 않아도 얼음 컵을 주기도 한다. 베트남 맥주는 상당히 약하다. 술을 조금만 잘 먹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코올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베트남에서는 다양한 외국 맥주가 보이지 않는다. 버드와이저나 하이네켄 정도가 가장 자주 보이고 그 이외의 맥주는 잘 없다. 베트남의 맥주 시장은 해외 맥주가 뚫기 힘들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자리 잡은 맥주 브랜드가 많다. 333, 하노이 맥주, 사이공 맥주가 점유율 상위 3위 맥주이다. 그 뒤를 하이네켄이 추격하고 있다.
더워서 술은 도수는 약하지만 술을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똑같은 4도 정도의 알코올인데 물의 차이인지 너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실제로 코카콜라사도 지역마다 물의 맛이 달라 콜라 맛이 다르다고 했으니 말이다.
날씨 운이 좋지 않았다. 하노이에서 햇빛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 유명한 사파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서 계단식 논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도 그랬다. 파리만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여행 막바지에 가서야 구름은 햇빛을 허락했다.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덥지 않게 다닐 수 있었고 비는 첫날 딱 한 번 왔다. 그것도 소나기였다. 사파와 하노이를 다시 오라는 의미로 받아 들어야겠다. 날씨가 좋지 않지만 이렇게 좋은데 다시 오면 더 좋은 날씨로 반겨주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