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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aZyEcoNomist Jan 20. 2020

베트남 배낭여행 - 3

고산지대 사파(Sapa)

하노이를 거점으로 사파를 다녀왔다. 사파는 라오까이 주에 있는 작은 고산 지대 마을이다. 중국 국경에 가깝고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이 오는 지역이다. 사막과 눈이 오는 지역을 같이 가지고 있는 나라. 가장 북쪽으로 가보았다.


사파는 이미 신서유기에 나와서 유명세를 많이 타서 한국 사람들도 많이 아는 지역이다. 시내에는 개발이 많이 되었다. 호텔이나 바와 식당으로 가득한 높은 건물들이 생각보다 많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고산 지대에 시원한 피서지로 개발했다고 한다.


사파를 간 이유는 정말 미친 듯이 아름다운 안개와 계단식 논에 있다. 5시에 일어나 쌀국수를 먹고 5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 사파가 나온다. 내렸더니 5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마주한다. 처음에는 우와 신기하다 이랬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러면 뭐 아무것도 못 보고 갈 판이었다. 일기 예보는 틀리지 않았고 내가 떠나는 날 조금 햇빛이 배웅했다.


사파를 다녀온 사람들이 상당히 실망스러운 후기를 많이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너무 상업화가 많이 되어 있고 산 쪽에 있는 깟깟 마을은 택시비가 담합해서 고정 10만 동이었고 인위적으로 나무 구조물을 설치해놓은 그런 그럼이다. 또한 소수민족 어린이들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돌아다니면서 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팔찌나 기념품 같은 것을 들이댄다. 만으로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물건을 파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 동양인 같으면서 조금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보인다. 인디언 사람들이 국립공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들처럼 이 지역 아이들과 어른들은 조금은 다르게 생겼다. 베트남어를 못해서 사투리가 얼마나 심한지 모르겠지만 없진 않을 것 같았다. 아기들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손에 든 물건을 내 눈 앞에 들이댄다.


소수 민족의 원래 모습이 어땠을지 모르겠다. 이들의 모습이 너무 상업화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 모든 변화가 싫을 수 있지만 우리 같은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생긴 변화인 것 같다. 본모습을 잃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


안개를 뚫고 걸으려 했던 길을 따라 걸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너무 아쉬웠기 때문에... 갑자기 무슨 검문소 같은 게 있다. 차단 문도 있고. 알고 보니 마을 주민들이 통행료를 걷는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차는 잘 받지 않는데 나같이 걸어가거나 어리바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는 것 같았다. 택시를 타는데 마을 통행료를 또 낸 적이 있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복불복이거나 운전기사가 마을 사람들과 한 통속인 것 같다.


갑자기 어떤 청년이 나에게 손짓을 하며 다가온다. 더 깊게 들어가려면 돈을 내라고 했다. 10만 동도 안 했으니 5천 원은 안 되는 돈이었다. 그 길로 쭉 가면 유명한 숙소들이 많은 외곽 지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서 폰으로 지도를 보여주면서 숙소를 간다고 했다. 그래도 안 된다고 돈을 내란다. 그래서 절반 정도의 가격을 부르니까 베트남어로 마을 어른들께 말을 한다. 할인해줘도 되겠냐고 물은 것 같았다.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나보고 그냥 가도 된다고 보내줬다. 후드에 배낭 하나 매고 있어서 불쌍해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좀 어이없으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가만히 앉아서 마을 통행세나 걷고 택시 가격을 그랩에 잡히는 가격으로 받지 않고 미리 프린트한 고정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하노이 시내에서도 안 나올 가격을 내라 그런다.


그랩 바이크도 없어서 그냥 동네 아저씨들이랑 가격 협상해서 타야 한다. 하노이에서 좀 멀리 가는 그랩 바이크를 잡아도 3만 동을 넘기기 힘든데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다들 5만 동 정도를 불러서 주로 2만 동이나 3만 동에 협상하고 탔다.



원래도 뭐 가격 흥정을 못하는 편은 아닌데 베트남에서 워낙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제시한 가격보다 낮게 부르고 본다. 등 한번 돌리면 가격이 반으로 떨어지는 마법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경치만 보고 있어도 좋을 도시지만 안개가 도시의 매력을 가리고 사파의 단점이 많이 보여줬다. 그래도 사파 특유의 시골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걷는 것을 싫어하면 사파가 더 싫었을 것이다. 걷고 찍고 먹는 게 내 여행의 핵심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즐길 준비는 되어 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오르막을 오르다가 빠른 속도로 걷히는 안개를 보며 잠시 어느 호스텔 1층 로비에 양해를 구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카페에 있는 난로 앞에서 사진도 정리하고... 날씨 운이 없다는 것을 이렇게 원망해본 적은 처음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절대 비와 안개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흠... 다시 가야겠다. 사파는

베트남에서 가야 할 곳은 푸꾸옥, (나짱+달랏), 사파! 세 도시만 다녀오면 정말 더는 갈 큰 도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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