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산(山)의 얽힘

호크사이, 붉은 후지, 나의 마음을 비추다

by Quantum 김남효


"쉿, 쉿..." 바람 소리가 붓끝을 스쳐 지나간다. 붓에 묻은 먹물이 종이 위에 스며들 때마다, 내 마음속 후지(Fuji)가 다시 살아난다. 수많은 파도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이 산을 몇 번이나 그렸던가. 후지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그 표정은 매일 달라진다. 때로는 푸른빛으로 고요히 잠들어 있고, 또 어떤 날은 불꽃처럼 붉게 타오른다.


오늘은 붉은빛이다. 아침 햇살이 산봉우리에 스며들자마자, 산은 '화르륵' 불타오르는 듯 붉게 물들었다. 마치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로 솟아오른 것만 같다. 그 붉은 기운은 온 세상을 뒤덮을 듯 강렬하면서도, 산자락을 감싸고 있는 푸른 숲은 '쏴아'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그 붉음을 고요히 감싸 안는다. 산 정상에 쌓인 하얀 눈은 그 모든 것을 초연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가츠시카 호쿠사이 '후가쿠 36경'


하늘은 어떤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훨훨' 날아간다. 푸른 하늘 아래 흰 구름들이 마치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오는 모습은, 그토록 사랑했던 바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바다는 나에게 거대한 힘과 아름다움을 주었지만, 후지산은 나에게 고요함 속의 강렬함, 그리고 변치 않는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나는 붓을 들 때마다 깨닫는다.


이 그림 속 후지와 나는 어쩌면 양자얽힘처럼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에서 두 입자가 얽히면,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결정된다고 한다.


붓을 들어 후지의 붉음을 그리는 순간, 저 멀리 있는 후지산의 심장이 '쿵, 쿵' 하고 뛰는 것처럼. 예술적 영감이 후지의 존재와 얽혀 있기에, 나는 끊임없이 이 산을 향한 경외와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산, 나, 그리고 이 그림은 이제 하나다.


가츠시카 호쿠사이 작가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Katsushika Hokusai, 1760-1849)는 일본(에도 시대)의 대표적인 우키요에 화가로, 특히 연작 판화 《후지산 36경(富嶽三十六景)》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The Great Wave off Kanagawa)》와 《호쿠사이 만화(北斎漫画)》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