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관찰', 그리고 ‘상상‘의 중첩

by Quantum 김남효

시간은 멈추고 세상의 소음은 저 멀리 사라진다. 오직 하얀 캔버스와 마주한 나 자신, 그리고 내 안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만이 존재한다. 오늘은 푸른 꽃과 푸른 새를 그렸다. 붓을 들고 물감을 짜내자, 찐득한 물감들이 팔레트 위에서 '찌익' 소리를 내며 나를 반긴다. 깊고 진한 울트라마린블루, 신비로운 코발트블루, 그리고 맑고 투명한 세룰리안블루... 다양한 푸른색들이 뒤섞이며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


푸른 물감이 '스윽' 하고 번지며 거대한 꽃잎을 만들어낸다. 한 겹 한 겹, 정성스럽게 겹쳐질 때마다 꽃잎은 '몽글몽글' 부풀어 오르며 생명력을 얻는다. 꽃잎의 섬세한 주름 하나하나를 묘사할 때는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마치 살아있는 꽃잎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꽃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자, 푸른 새들이 '사뿐사뿐' 날아와 꽃 옆에 내려앉는다. 새들의 깃털을 그릴 때는 붓을 '살랑살랑' 흔들며 털 한 올 한 올의 보송보송한 질감을 표현한다. 새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그릴 때는 숨을 멈추고 붓끝을 가늘게 세워 '콕' 찍어준다. 그 순간, 새들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나는 듯하다.


마치 푸른 꿈속을 헤매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이다. 푸른 꽃잎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푸른 새들의 맑은 눈빛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의 세상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생명력이 '펄떡'이고 있다.


김남효. ‘양자파동아트 Blossoms‘ 2025


물감을 섞는 순간, 수많은 색들은 마치 양자 중첩 상태처럼 존재한다. 푸른색, 흰색, 붉은색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관찰'하고 '표현'하는 순간, 즉 물성을 입히는 순간 그 중첩된 상태는 무너지고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와 색깔로 '결정'된다.


푸른 꽃잎을 그리는 행위는 수많은 푸른색의 가능성들, 어쩌면 붉은 꽃이나 흰 꽃이 될 수도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오직 하나의 현실을 선택하고 고정하는 행위이다.

'관찰', 그리고 ‘상상‘이라는 행위가 없었다면 그들은 영원히 본래의 깃털 색을 덮은 생명체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니, 푸른 꽃과 푸른 새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속삭이는 듯하다. '쏴아아'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짹짹'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가 창조한 작은 우주 속에서 푸른 생명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이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는 기록자일 뿐이다. 나의 붓은 세상을 관찰하고 하나의 현실을 선택하는 양자역학적 도구와 같다.



김남효 박사(Dr. Namhyo Kim)는 대한민국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학자, 그리고 양자파동아트(Quantum Wave Art)의 창시자로,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디자인 석사, 홍대 동양화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MBTI & 건축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우수상, 중앙회화대전(중앙일보주최) 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Quantum Wave Art Series 와 Eye Contact, 등 이며 Qwaf 포럼을 개최한 양자파동 예술가이다.

종로미술협회 교육위원장, 지민(址旻) 동서양디자인연구소 대표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