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리트벨트, 레드 블루 의자
“나는 레드블루 의자(Red and Blue Chair), 혹은 리트펠트 의자라고 불리는 존재지. 내 크리에이터, 게리트 리트펠트는 나를 통해 세상을 향해 혁명적인 선언을 했어. 나는 1918년(초기 모델은 적색 없이 제작되었고, 색채가 더해진 버전은 1920년대 초반에 완성되었다고 해), 혼돈스러운 20세기 초반에 태어났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세상을 뒤집던 바로 그때 말이야.
나를 봐. 전통적인 의자의 '덩어리'는 나에게 없어.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것 같은 선과 면의 순수한 집합체야. 두꺼운 나무를 깎아 유려한 곡선을 만들지도 않았고, 푹신한 천으로 감싸지도 않았지. 왜냐고? 나는 편안함보다 철학을 담고 싶었거든.
내 몸은 오직 직각(수평과 수직)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검은색으로 칠해진 수직의 나무 막대들은 우주의 질서처럼 견고한 축을 이루고, 노란색 끝부분들은 그 교차점을 강조해. 그리고 등받이와 좌석은 순수한 원색, 즉 레드색(Red)과 블루색(Blue) 면으로 분리되어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지. 나는 '가구'가 아니라, 3차원 공간 속에 구현된 몬드리안의 추상화인 셈이야
나의 레드 등받이는 에너지를, 블루 좌석은 고요한 깊이를, 옐로우 미세한 조각들은 빛을 상징해. 이 세 가지 원색과 무채색(검은색과, 당시에는 나무 본연의 색이었다가 후에 검은색으로 통일되었지만)은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나타내는 거야.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물어. ‘앉기 편해?’ 내 대답은 이래. ‘나는 당신의 몸이 아니라, 당신의 정신에 휴식을 주려고 만들어졌다네.’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새로운 질서를 상징해.
모든 장식과 부수적인 것을 거부하고, 가장 기본적인 요소(점, 선, 면)로 돌아가려 했던 '데 스틸' 운동의 상징이야.
그저 당신의 방에 놓이는 물건이 아니라, 세상을 더 단순하고, 명쾌하고, 조화롭게 만들고자 했던 예술적 혁명의 좌표 그 자체인 거지.
앉아보지 않고 나를 눈으로 감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나는 이 세계의 불확실성 속에서 명확한 조화와 균형을 외치는 작은 목소리이니까. 나를 볼 때마다, 추상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동료 예술가였던 피트 몬드리안의 회화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캔버스 위에서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원색의 면들이 빚어내는 완벽한 조화와 균형은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데 스틸의 이념은 명료하다.
예술은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직선, 직각, 그리고 원색으로 환원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몬드리안이 이차원 평면 위에 유토피아적 질서를 구현했다면, 나는 그 질서를 실재하는 삼차원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전통적인 의자의 장식적인 곡선과 덩어리진 형태는 시대착오적이었다.
몬드리안, 컴포지션, 1921
의자를 해체하기로 마음 먹었다. 등받이와 좌석, 팔걸이, 다리 등 모든 요소를 독립적인 직육면체 부재로 나누고, 이 부재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겹쳐서 재구성했다. 마치 우주의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구조를 이루듯, 각 부재는 독립적인 실체이면서도 전체 구조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그리고 색채를 한 면씩 입히기 시작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골격은 공간의 추상적인 좌표축이다. 여기에 뜨거운 레드의 등받이, 이성적인 블루의 좌석, 그리고 구조의 접점을 강조하는 생기 넘치는 엘로우를 더했다. 이 색채는 형태와 기능이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도록 하는 나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공중에 원색의 면들이 부유하는 듯한 경쾌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저의 의도였다.
'레드블루 의자'는 안락의자를 포기하고, 새로운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언문이다. 당시의 귀족적인 가구 제작 방식을 거부하고, 대량생산과 조립의 용이성을 염두에 두었다. 새로운 직각 결합 방식은 가구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인 오브제가 되어야 한다는 저의 신념을 반영이다.
이 의자의 또 다른 혁신은 공간과의 관계 설정에 있다. 전통적인 가구가 그 자체로 공간을 점유하는 '덩어리'였다면, '레드블루 의자'는 '공간을 나누는 틀'이다. 의자의 개방적인 구조와 최소화된 접촉면은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내가 건축 설계한 슈뢰더 하우스에 이 의자가 놓였을 때, 의자는 건물의 축소판처럼 기능하며 벽과 바닥의 색채와 상호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의자는 사용자를 단단히 가두지 않고, 경사진 좌석과 등받이를 통해 자유로운 자세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허용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자유로운 정신이다.
게릿 리트벨트, 레드 블루 의자, 1923
이 의자를 디자인했던 1910년대 후반은 예술적 전환기였을 뿐만 아니라, 과학과 철학의 근본적인 혁명기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양자역학이 태동하며, 세상의 모든 것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확률과 불확정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새로운 진리가 밝혀지고 있었다.
내 '레드블루 의자'는 이러한 불확정성의 시대 정신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의자를 구성하는 각 부재는 독립적이고 명료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관찰자의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검은 골격 사이의 '열린 공간(여백);은 의자의 '확정된 형태'를 해체하고, 관찰자의 시선이 그 틈새를 통해 투과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양자 세계에서 입자의 위치가 '관찰되기 전'에는 확정되지 않듯, 의자의 실재 역시 관찰되는 순간마다 새롭게 정의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레드, 블루, 엘로우의 면들은 마치 공간 속의 에너지 양자처럼 개별적인 존재감을 주장하며, '의자'라는 거대한 구조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레드블루 의자'는 목재와 페인트로 만들어진 차가운 의자가 아니다. 그것은 데 스틸의 유토피아적 이상을 담아낸 삼차원 조형물이며, 동시에 새로운 과학적 진실과 시대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내포한 철학적 선언이다.
의자가 주는 파동으로 인해 당신의 삶의 공간에 명료한 질서와 생기 넘치는 활력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의자, 리트벨트 관점에서 예술품 읽어 가기
게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1888-1964)는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데 스틸(De Stijl) 운동의 주요 인물이었으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사용이 특징인 《적청 의자(Red and Blue Chair)》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슈뢰더 하우스(Rietveld Schröder Hous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