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
“그래, 날 봐. 그저 벽돌과 시멘트로 지어진 ‘집’이 아니야. 게리트 리트펠트라는 놀라운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의 손에서 태어난, 움직이는 추상화이자 3차원의 선언문이지. 사람들은 날 슈뢰더 하우스라고 불러.
내 주인은 트루스 슈뢰더 슈래더 부인. 그녀는 '관습적인 벽'이 싫었어. 자유를 원했지. 그래서 그녀의 대담한 정신과 리트펠트의 신조형주의(네오플라스티시즘) 철학이 만나 탄생한 유일무이한 존재야.
나를 찬찬히 들여다봐. 여기서는 '벽'이라는 단어가 좀 어색할 거야. 마치 레고 블록처럼, 혹은 몬드리안의 캔버스처럼 수평과 수직의 '면'들이 엇갈리며 서로를 지탱하고 있어. 하얀색, 회색의 넓은 면과, 검은색 창틀, 그리고 톡 쏘는 빨간색과 노란색의 가느다란 선 요소들. 이 모든 것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서로에게서 미끄러지듯 배치되어 있지. 전통적인 건축에서 모서리가 지니는 견고함은 나에게 없어. 무한한 공간으로의 확장을 꿈꾸는 개방성을 상징하니까.
특히 2층은 그야말로 혁명이야! 1층은 고정된 벽이 있지만, 2층은 그래, 마치 가구처럼 움직일 수 있는 슬라이딩 패널로 공간이 나뉘어. 낮에는 활짝 열린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가 되고, 밤에는 패널을 닫아 아늑한 침실 몇 개로 변신하지.
외부에 갇히는 것을 거부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경계가 거의 없어. 커다란 창문과 발코니를 통해 바깥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나의 면들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나는 고정된 건물이 아니라, 시시각각 빛과 그림자에 반응하는 공간의 구성 그 자체인 거야.
어때, 나를 보니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순수 예술'을 입고 태어난 입체적인 조형물 같지 않아? 나는 1924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태어난 이래로, 20세기 현대 건축의 이정표이자 자유와 개방성을 외친 하나의 대담한 예술작품으로 서 있어.
나는 '집'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재구성한 살아있는 추상화인 셈이지.“
의뢰를 받고 건축 스케치를 하면서, 수평과 수직의 면들로 완전히 해체했다. 각 면들을 겹치고 교차시켜, 건물이 땅에 굳건히 뿌리내린 중량체가 아니라 공간 속에서 가볍게 부유하는 조형물처럼 보이게 했다. 흰색과 회색의 면들이 기본 구조이며, 검은색 선들은 구조를 명료하게 구획하는 추상적인 좌표축이다.
이러한 비대칭적이고 비장식적인 형태는 구시대의 계급과 권위를 상징하던 건축 양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곳곳에 배치된 레드, 블루, 옐로우 의 원색 요소들은 중성적인 배경 위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조형적 악센트이며, 이 집이 지향하는 낙관적인 미래를 공간내에 암시한다.
이 집의 가장 깊은 혁명은 유동하는 내부 공간이다.
집주인 투르스 슈뢰더 부인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저는 고정된 벽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렸다.
특히 2층은 이 집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낮에는 슬라이딩 패널을 모두 열어 하나의 광활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이 패널들을 움직여 개별적인 방들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되는 특성은, 건축이 삶에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새로운 나만의 건축 철학을 구현한 것이다. 집 전체가 마치 거대한 '레드 블루 의자'처럼, 부재 요소들이 결합하여 기능과 형태를 창조하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재조립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릿 리트벨트, 슈뢰더 하우스(Rietveld Schröder House), 1924
슈뢰더 하우스가 탄생한 1920년대 양자역학이 과학계에 혁명을 일으키던 시기이다. 불확정성과 관찰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새로운 세계관이 대두되었다. 나의 건축 또한 이러한 시대의 메아리를 담고 있다. \2층 공간의 '가변성'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공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2층 공간은 패널이 움직여 '침실'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한 형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거주자가 패널을 움직이는 '행위(관찰)'를 통해서만 비로소 공간의 '상태'가 확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공간이 사용자의 자율적인 의지에 따라 생성된다는 개념은, 슈뢰더 하우스를 주택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의 철학을 담은 그릇으로 승화시킨다.
건축가로서의 꿈, 즉 새로운 삶의 방식과 보편적인 미학을 구현하고자 했던 데 스틸의 이상이 현실로 펼쳐진 무대이다.
그것은 고정된 껍데기가 아니라,
자유롭고 유연하게 변화하며
우리 삶을 지지하는 살아있는 조형 예술인 것이다.
하우스, 리트벨트 관점에서 예술품 읽어 가기
게릿 리트벨트(Gerrit Rietveld, 1888-1964)는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데 스틸(De Stijl) 운동의 주요 인물이었으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사용이 특징인 《적청 의자(Red and Blue Chair)》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슈뢰더 하우스(Rietveld Schröder Hous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