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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May 29. 2016

주름과 새치

나이들어 간다는 것

언젠가 내가 30대초반이었을 때,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한 취미교육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강사가 상당히 젊어 보였다. 그런데 그 강사는 첫시간부터, 자신이 상당히 나이가 많은데 대중목욕탕에 가면 새파랗게 어린 20대들이 자기더러 반말을 걸어온다는 자랑을 하였다. 그 강사는 아이들이 대학생이라고 했다. 난 그때, '나이먹어서 제나이로 보이는 것이 정상이지 저게 그렇게 자랑스러울까, 오히려 징그러워 보이는구만'하고 생각했었다.


난 24살에 결혼하여 바로 아이 둘을 낳았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두살 터울의 아이 둘을 혼자 키웠고 본가나 친정 어머님들은 잠시 아이라도 봐줄 사정이 안되었으며, 과묵하고 방관적인 남편은 야근이 잦았다. 나의 2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30살이 어떻게 지났는지 별다른 기억이 없다. 그리고 나에게도 40이라는 나이가 찾아왔다.

머리에 서너개의 새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처음에는 어쩌다 잘못나온거겠지 하며 애써 부정도 해보고 새치머리가 눈에 띌때마다 뽑기에 바빴다. 뽑은 자리에서 다시 검은머리가 나올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보면서...


그 다음에는 눈 밑으로  3개쯤의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가리고 싶은 마음에 웃는 것도 자제하고 잠시 외출이라도 나갈때면 화장품을 찍어바르기 바빴지만 화장품을 덧바를수록  주름은 더욱 도드라질 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를 서글프게 한 것은 얼굴에 밀려 올라오는 잡티와 기미, 그리고 일년에 1키로그램씩 더해지는 나잇살이었다.


여자는 25살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는 이말을 믿지 않았다. 어렸을때는 내가 어리다는 것 만으로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얼굴이 우유빛으로 뽀얗게 빛나는지 몰랐고, 먹고싶은 것을 마음껏 먹어도 25인치 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25살부터 계속 늙어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느덧 40 중반도 벗어나 50이라는 나이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40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더 많아져 이제는 가릴 수 없는 주름과 새치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나이든 것이 실감나서일지도 모르고, 내가 어렸을때부터 한미모 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젊음의 상실감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심지어 가끔씩은 어렸을때보다 나이든 지금의 모습이 더 맘에 들때도 있을 정도다.


아직은 염색을 하지 않지만 나도 50쯤 되면 염색을 해야할 것이다. 나는 이정도 나이의 중년여자로 보이고 더 나이들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이것만 해도 다행이다.


30대 초반에 그 강사를 보고 했던 내 생각이 맞았다.

나이 50이 다되가는 지금에 이르러서 드는 생각은 기왕이면 고상하게 늙어서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외모를 가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도.


옛 성현들이 나이 40이 되면 내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어깨가 무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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