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기 Jun 07. 2016

향기로 기억되는 추억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추억을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가장먼저 떠오르는 냄새는 엄마냄새가 아닐까 싶다. 엄마에게서 나는 냄새는 향수같은 향기로운 냄새가 결코 아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엄마의 젖냄새를 좋아했을 것이다. 엄마에게선 음식냄새와 땀냄새, 투박한 빨래비누의 향과 엄마 고유의 체취가 섞인, 우리엄마의 냄새가 난다.


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우리 엄마는 6남매에게 차고 넘치는 살가운 마음을 가진 엄마는 아니었다. 그건 아마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엄마냄새는 다른 엄마냄새와 달랐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으며 의지하고싶고 기대어 쉬고 싶은 느낌을 주었다.


대학시절 내가 짝사랑 했던 남학생에게서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그시절 혈기 왕성한 남자아이들에게서 좋은 냄새가 나기란 별로 쉽지 않은데 그 아이에게선 그런 냄새가 났고, 난 그게 좋았다. 하지만 그아이와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지는 않았다. 순진했던 그시절 난 남자와 사귀면 무조건 결혼해야 하는 걸로 여겼고 그래서 다가가기 힘들었는 지도 모르고, 그 아이도 그런 나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직장에 다니게 되었고 같은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는데 우연하게도 그 사람에게서도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어쩌면 난 남편의 향기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게 어머니의 작품이란걸 그때도 알았지만 깔끔한 어머니가 센스있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아마 인연이 있으니 그런 것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난 어렸을때 후각에 매우 민감했는데 그래서 언니들은 나더러 '개코'라면서 유별나다고 타박하였다. 몸까지 허약해서 그랬는지 화학적인 향에 너무 민감하여 자동차가 지나갈때 나는 매연냄새와 오래된 버스를 타면 플라스틱이나 비닐커버 등이 노후되면서 나는 독특한 냄새에 멀미를 심하게 하였다. 지나가는 사람이 향수라도 뿌렸으면 또 속이 메스꺼웠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냄새에 조금은 둔감해 졌고(아마 노화의 결과일 것이다), 좋은 냄새가 나는 향수를 즐기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 지나치거나 머물게 되는 장소에서 문득문득 추억을 느낀다. 어떤때에는 구체적인 사람이나 장소가 바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련한 추억의 느낌만 스쳐지나가게 된다. 그럴때면 떠오를듯 말듯한, 생각날듯 말듯한 간질간질한 궁금증과 추억이 밀려온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냄새의 엄마로 기억될까... 다른이들은 나에게서 어떤 향기와 추억을 느낄까...

좋은 향기를 가진, 따뜻한 추억을 되새겨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주름과 새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