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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Jul 17. 2016

어떤 주말

주말 이틀동안 정신없이 운전을하고 돌아다니고 먹고 수다를 떨었다. 토요일은 자매들과, 일요일은 대학동창들과.


집에 돌아와 앉으니 이제서야 제정신이 돌아왔건만 체력은 바닥을 치고도 더 내려갈 곳을 찾고, 그렇게 먹었는데도  허기져서 먹을것을 찾고있다.


예전부터 느끼던 것인데, 말을 많이하고 돌아온 날은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들어야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그게 쉬운일이 아니다.

자매들은 가족이라 속마음을 마음놓고 내보이며 온갖 넋두리와 옛얘기를 해도 그렇지 않은데, 친구나 학부형모임 등에서 말을 많이 하고온 날은 더더욱 기분이 좋지않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감정이입이 되어 목소리가 높아지며 동조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사는게 힘들다거나 자식 또는 남편이나 가족들이 속을  썩인다며 넋두리를 쏟아놓기 시작하면, 나는 더힘들다며 그래도 넌 나보다 낫다는 식의 이야기를 또 앞다투어 쏟아내기 일쑤다.


주말에 만난 친구들은 대학시절 한창 꽃다운 나이에, 말그대로 청춘의 한가운데서 정열과 사랑과 고뇌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이다.


내가 제일 일찍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키웠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 친구들이 날 만나고 싶어도 내가 여유가 없고 몸과맘이 힘들어 소원했었는데, 그 이후에 내가 아이들을 어느정도 키우고 여유로워 졌을 때는 반대로 그친구들이 여유가 없었다.


아직도 그 친구들은 늦둥이 출산 또는 늦은 결혼으로 초등학생과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우린 서로가 너무나 다른 각자의 삶을 살고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고 너무 반가웠는데 우리들은 어느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얘기를 앞다투어 털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각자 너무나 많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누구보다 나을 것도 없고 누구를 부러워 하거나 저친구가 나보다 돈이 많아서 좋겠다거나 내자식보다 공부를 잘해서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너도 나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이 힘들었구나 또 앞으로도 많이 힘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서글프기도 했다.


그 찬란했던 젊은날의 꿈과 패기는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삶의 책임과 의무로 채우고 있는 우리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내 얘기는 좀 미루어 두고 너희들의 얘기를 더 들어줄걸... 하는 후회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열심히 살았다. 친구들아 그렇지않니?  담에 만나면 쉼없이 열심히 달려왔던 시간들에 대해  더 얘기하며 회포를 풀어보자. 내가 더 들어줄께. 맘속으로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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