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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Aug 06. 2016

2016년의 휴가

더위가 극에 달할 즈음 여름휴가가 시작되었고, 짧았던 휴가가 끝났다.


아이들이 어렸을적 내가 전업주부로 살때는 남편의 휴가일정에 맞추어 아이들을 데리고 해수욕장을  다녀오곤 했지만, 휴가지마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피곤한 마음 뿐이었다.


이후 아이들이 수험생이 되면서 특별히 여름휴가가 와닿지도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3박4일의 여름휴가가 꿀맛같다.


난 원래 사람 많은 복잡한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사람 복작거리는 한여름의 해수욕장이나 줄을서서 등산하는 단풍구경도 챙겨가며 다니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덧, 하루종일 움직이면 다음날 하루는 쉬어야 체력이 회복되는 나이가 되어있었다. 더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이놈 하고 혼내실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여행도 젊었을때 다녀야지 나이들면 힘들어서 못다닌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그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요즘은 TV에서 소개해주는 우리나라의 숨겨진 관광명소들 중 가본곳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내가 지금까지 무얼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이번 여름휴가때는 온전히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만끽하고 버려야할 것도 정리하며 여유롭게 보내려고 계획했는데, 계획하지 않았던 일정들이 생겨 바쁘게 정신없이 보냈다. 어쩌면 다행이랄까.


자매들과 가까운 대천해수욕장에 다녀왔고, 거의 매일 미뤄두었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오히려 그사이 짬을 내서 베란다에 묵혀두었던 버려야할 쓰레기(?)도 정리하고 땀을 한바가지 쏟아가며 집청소도 하고 나름 보람있게 3박4일을 보낸것 같아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여러가지 일들을 부지런히 보람되게 한 후에 느껴지는 시간은 찰나처럼 짧게 느껴지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들을 하고 난 후에는 한없이 긴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시간은 고무줄과 같아서 쓰기에 따라서는 한없이 길기도 하고 찰나처럼 금방 지나가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짧았던 여름휴가를 끝내면서, 더 나이들기전에 다음 휴가엔 미리 계획을 짜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곳에 부지런히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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