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기 Aug 07. 2016

직장인의 비애

휴가 후유증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책상위에 일거리가 가득하다.


휴가 전 미처 처리하지 못한일과  휴가기간동안 쌓인 일들이 어서 처리해 달라고 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오전 내내 하나하나 밀린 사무를 처리하고 의뢰인들과 전화통화, 갑자기 방문한 의뢰인 응대, 은행업무를 하고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마주보고 앉은 엄실장에게 말을 건넨다.


"휴가를 가지 말아야 하는 건가봐요..."


엄실장이 하는 말,


"그래서 내가 휴가 안가는거잖아요. 다녀오면 쌓여있는 일거리땜에."


직장인의 비애, 아니 대한민국 가장들의 비애다. 


휴가 후의 각종 잔무들과 휴가기간동안 일을 처리하지 못함으로 인한 의뢰인들의 불만 등이 휴가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그런데 우리의 가장들은 과연 휴가동안이라도 즐거운 것일까? 미리미리 휴가계획을 세워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헉소리 나는 성수기 요금을 치러가며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내내 아이들을 안고 업고 짐을 나르고, 우는 아이를 재우고, 물속에서 놀아주고, 차를 타면 곧바로 곯아 떨어지는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을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일터에는 어서 처리해 달라며 일거리들이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도 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은 아니다. 남편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한창 휴가를 다닐 적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찜통같은 거리를 지나 사무실로 돌아오니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이 천국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나는 다시 내년 휴가를 기약한다. 내년 휴가는 계획을 알차게 세워 좀더 좋은 곳에 가봐야지 하면서.


더운 여름 가족을 위해 고생한 직장인들, 특히 가장님들 모두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2016년의 휴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