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기 Jan 23. 2017

부부는 일방통행

결혼한지가 24년이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라면 아직 신혼이라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결혼식을 올린적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고, 꿈을 꾼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있고, 다 자라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내가 결혼을 하긴 했나보다, 결혼한지 꽤됐구나 하고 깨닫곤 한다. ㅎㅎ


내가 어렸을때, 우리 부모님들이 내나이였을때부터 내가 결혼할 무렵때까지는 주변에 이혼한 사람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간혹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있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았었다. 또 이혼한 남성보다는 여성에 대해 더 진한 색안경을 쓰고 보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젖는줄 모르다가 문득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걸 깨닫듯이, 주변에 이혼한 남녀들이 많아진걸 깨닫게 되었고, 보수적인 엄마의 영향으로 이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었던 나조차도 점점 그들을 이해하는 쪽으로, 심지어는 내심 그들의 용기와 결단을 부러워 하기까지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24년을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당연하게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부부관계에 대해 성찰을 해보게 되었다. 


지인중 누군가는,
"결혼계약이라는 것이 있어서 20년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고, 다시 갱신하지 않으면 이혼절차 없이 자동으로 남남이 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자식을 낳아 기르게 되니까 15년은 짧고 20년이 적당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는데,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세상이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이혼이라는 절차를 밟으며 진흙탕싸움을 하면서 원수지간이 되고, 자식들에게 못볼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좋을 것도 같다.


나의 결혼생활도 순탄치는 않았다. 

어렸던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마저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남편만 믿고 따라가면 알콩달콩 살 수 있을 줄 알았고, 남편이 뭐든지 다 해줄줄 알았으며, 결혼으로 인하여 연결되는 안팎의 가족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으므로, 그러한 관계가 너무나도 버거웠다.


그러다가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가족 혹은 친구들이나 학부형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일 힘들게 느끼고 있고 자기자신을 제일 불행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나의 남편도 24년 동안 나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도 아내에게 의지하고 싶고 때로는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싶었을지 모른다.


시대를 불문하고, 태생적으로 다정다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한 사람도 있는 것이긴 하지만, 격변의 시대를 살고있는 내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다정다감하고 아내를 배려할 줄 알고 가사나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남편들이 많아진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남편은 그런축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는 그런 남편이 힘들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아래 4가지만 아니면 이혼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1. 외도
2. 폭력
3. 경제적 무능력
4. 도박


부부 쌍방이 위 한가지라도 한다면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내생각에, 여기에 중요한게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5. 의사소통


1번부터 4번까지가 일어나는 원인의 일부는 5번이 결여되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은가.


우리부부는, 아니 많은 부부들이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있으면서 이혼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같은 사실을 가지고 어쩜 그리 판이한 주장을 하는지 놀라울 때가 많다. 진실과 거짓말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각자 마음속에 자기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막상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부계약 20년이 법으로 정해진다면, 그리고 내가 그 시기에 맞닥뜨린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작가의 이전글 빵이 너무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