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국을 맛보기

by 장은기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결혼하고 지금까지 수원에서 살고있다.

수년 전부터 우리동네에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동네 재래시장의 가게 주인들이 중국인, 또는 베트남인 등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시장이나 전철역 주변에 나가보면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여기가 한국이 아니고 나는 이방인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3년전 친구가 대만에 잠시 살고 있어, 그 기회를 틈타 대만에 다녀온 적이 있다.

친구와 둘이 갔는데 전철을 타고 걸어 다니면서 대만 구경을 하다가 친구 딸이 맛있다고 권하여 '우육면'이라는걸 먹어보게 되었다.

대만음식이 의외로 맛있었고(초두부를 빼고는) 여행 중 먹었던 음식, 특히 '우육면'이 종종 생각나던 차에 수원역 롯데백화점에 '딘타이펑(대만에 본점을 두고있는 대만 음식점)'이 생겨 한번 가보았는데, 가격도 엄청 비싸고 양도 적어 실망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아파트 초입에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 음식점이 생겼다.

간판과 메뉴사진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는데, 나로서는 도통 읽을 수가 없고 그 뜻은 더욱 모르겠다(내가 배웠던 한자와는 많이 다른 듯).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우육면이랑 흡사한 사진이 내걸려 있다.




오늘 한번 가볼까? 아들이랑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일단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선 순간, 난 공간이동을 하여 중국의 시골마을 식당에 들어왔는줄 착각했다.ㅋㅋ


일단 느껴지는 냄새가 낯설다. 중국 향신료 냄새가 가득하다.

테이블 한쪽에 놓여있는 메뉴판에는 한글이라고는 한글자도 없다.

아들과 내가 당황하고 있는데 여종업원이 다가와 한글로 된 메뉴를 건넨다.

여종업원은 헝클어지고 떡진 머리를 대충 묶고 있다... 그리고 서투른 한국말로 메뉴에 대해 설명한다.

식당안은 과히 깨끗하지는 않다. 사실 지저분하다.

음식을 먹고있는 손님들도 전부 중국인으로 보인다.

그래 우린 중국에 온거야! 비행기타고ㅠㅠ


더 당황스러운건 익히 알고있던 중국음식의 이름이 하나도 없다.

짜장면이야 기대도 안했지만 팔보채, 유산슬, 깐풍기와 비슷한 이름도 없다.

대체로 재료와 조리방법을 그대로 음식이름으로 쓰고 있는듯 하다.

예를 들자면 소고기땅콩볶음, 소내장마늘쫑볶음, 새우고추튀김 등...

일단 우육면으로 생각되는 면을 시키고 매콤할것같은 새우요리를 하나 시켰다. 가격은 엄청 싸다.

요건 좋은데!


그리고 잠시후 새우요리가 나왔다.



오~~ 맛있어 보인다!

양도 많다.

먹어보니 과연 맛이 괜찮다.


또 잠시후 나온 면요리.



그런데 이건 아닌데...

내가 기대했던 그 우육면의 모습이 아니다.

사실 수타면이라고 되어있었지 아무도 이게 우육면이라고 하지 않았다. 나혼자 착각했을 뿐이지...


고추기름을 섞어서 먹으라고 종업원이 말한다.

고추기름이 엄청 맵다고 주의를 준다.

반숟가락 투하.


그런데 이게 웬걸! 맛있다!

우육면 맛이랑 비슷하기까지하다.

양도 많다. 역시 양으로 승부하는군ㅎㅎ.



어쨌든 나는 오늘 한국땅 한복판에서 중국을 맛보았다.

이 가게에 자주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다음에 다시 와서 다른걸 한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한국인들은 일찌감치 미국, 또는 다른 선진국에 이민가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면서 그들의 삶을 개척해 나갔고, 서로 모여 고단한 타국생활의 애환을 나누었다.

중국이 개방되고 주변 동남아 국가들도 해외진출에 눈을 돌리면서 그들도 이같은 과정을 보다 선진국인 한국에서 겪고 있다.


세계는 이제 하나다.

이건 거부할수 없는 사실이고, 기왕에 이런 트랜드라면 이국적이고 색다른 문화를 손쉽게 접해보는 기회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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