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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오래 보아야 예쁘다, 치즈도 그렇다.

치즈어랏 특집2. 초반 마케팅. 무엇으로 승부할 것이냐? (마케팅)

치즈어랏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화(열명 중 한명은 안다는 '치즈어랏' 매장 탄생기)에서 다루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며, 치즈어랏 시리즈의 두 번째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라클렛’이라는 아이템을 들여와 어떻게 입소문을 내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마케팅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매장을 오픈하면사람들이 저절로 올까? 절대 아니다. 


치즈어랏의 대표 메뉴인‘라클렛’은 엄청난 특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내 #치즈어랏 해시태그 검색 시 노출되는 상위 인기 게시물 9개


인스타그램에 ‘치즈어랏’을검색해보면 상위 인기 컨텐츠 9개가 모두 똑 같은 구도의 똑같은 동영상이다. 바로, 커다란 치즈를 녹인 후 음식 위에 긁어 내리는 모습이다. 치즈의 맛과 풍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만큼 치즈를 긁는 행위자체가 컨텐츠로써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 포인트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라클렛 치즈 아이템이 대박날것이라고 예상했고, 영국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 배워왔다.


하지만, 라클렛 치즈가 가지고 있었던 아킬레스건은 ‘너무 새롭다’는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너무’라는 수식어다. 사람들은 새로 나온 것들에 매우 열광하지만, 지나치게 새로운 것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음식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내가 그 동안 먹어봤던 것과 조금 다르거나, 내가 예상할 수 없는 맛의 메뉴에 대해서는 극히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라클렛이라는 어려운 치즈 이름에, 한 번도 비슷한 것조차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마음의 벽을 많이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치즈어랏의 메뉴 자체에 대한 홍보에 초점을 두었다. 치즈를 긁어 내리는 퍼포먼스 자체를 홍보 키워드로 잡고 이를 조금 더 효율적이고 빨리 확산시키기 위해 1층 매장 앞에 큼지막한 모니터를 구비했다. 그 모니터 안에서는 치즈가 폭포처럼 흐르는 영상이 반복해서 틀어졌고, 경리단길을 지나다니는 ‘(적당히)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노출시켜 익숙한 그림으로 만드려고 했다. 치즈어랏 직원들의 고정 접객 멘트도 “이제 치즈가 내려가니 동영상 찍으실 준비 하세요!”였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찍어서 올렸을 때, ‘어디선가 한 번 봤던’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사실 초반 2달 동안은 매출이 부진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 오픈을 하기도 했고, 사람들은 마음의 벽을 쉽게내리지 않고 구경을 하기만 했다. 우리는 ‘봄이 되면 조금더 홍보에 힘을 실어서 매출을 끌어 올려 보자. 일단 겨울을 버텨 보자!’는 생각뿐이었다.


<페이스북 ‘식탐의 즐거움’과 ‘오늘 뭐 먹지?’ 페이지에 소개된 치즈어랏>


그러던 중, 올 겨울 최고의 한파가 시작되기 바로 일 주일 전. ‘식탐의 즐거움’이라는 좋아요 50만명의 페이지와, ‘오늘 뭐 먹지?’라는 좋아요 360만명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치즈어랏 치즈폭포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었다. 


어쩌면 버티기 힘들었을 겨울을 그렇게 SNS의 힘으로 극복했다. 영상을 보고 온 손님들은 치즈가 흘러내리는 똑 같은 영상을 찍어서 본인의 SNS에 계속 올렸고, ‘경리단길 맛집’을 검색했을때 상위 9개 컨텐츠가 모두 치즈어랏의 치즈폭포 영상이었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긁어 내리는 행위 자체가 컨텐츠의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초반의 우리의 전략은 사람들을 통해 확인되었고, 우리는 치즈어랏 매장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인증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치즈어랏 지하1층 레스토랑의 'Life is full of cheese' 네온 사인
치즈어랏 지하1층 레스토랑 내려가는 길
치즈어랏 로고가 노출된 물티슈
'HI- CHEESE' 라는 유쾌한 멘트가적혀 있는 인증용 깃발


사람들이 치즈 메뉴를 찍을 때 옆에 살짝 걸려서 우리 로고가 노출될 수 있도록 치즈어랏 전용 냅킨과 물티슈를 제작했고, 치즈 메뉴에 꽂아 주는 치즈모양 깃발도 제작했다. 지하1층 치즈어랏 레스토랑에 내려가는 길도 심심하지 않게 우리가 치즈어랏 메뉴를 런던에서 배워 온 사진들을 액자에 넣어 전시했고, 매장 내에는 ‘Life is full ofcheese’라는 네온 사인도 만들었다. (네온 사인은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컨텐츠 형태중 하나이다. 정말 많은 트렌디한 매장에서 네온 사인을 활용한 슬로건, 그림을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소자본 창업을 한 매장들, 프랜차이즈가 아닌 매장들은 이렇게 인증 요소들을 많이 넣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청년장사꾼이 우리만의 생각에 갇혀있을 때 다른 매장을 견학하여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간판깨기’를 통해 단점을 극복하는것처럼, 본인만의 매장을 내고 싶으면 비슷한 느낌의 가게들을 많이 가 보는 것, 인터넷으로 국내와 해외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테이블위에 있는 작은 POP와 메뉴판을 일부러 치즈를 자르는 나무 도마로 선택한 것 모두 우리가 노렸던 인증 요소중 하나이다. 


놀부 창업자 ‘오진권’씨는“디테일이 없이는 스케일도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사소해 보이지만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면, 요즘 컨텐츠 프로바이더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가고 싶은 매장’이 될것이다. 

이렇게 대형 SNS에 몇 번 공유되면 게임 끝이냐? 이것 또한 절대 아니다. 

실시간으로 좋아요, 공유, 댓글이 늘어난 후 방문하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방문하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재방문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매체 소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치즈어랏이 SNS에 공유되고 정말로 급격하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계속 이어지는 웨이팅을 만족할만한 공간이 없었으며, 매장이 만석이 되었을 때 대응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타격 중 하나는 매장에 왔던 사람이 “양이 너무 적었어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만큼 주지 않았어요.”라고 댓글을 적었을 때였다. 사람들은 공유된 사진을 보고 기대를 했지만 최신 댓글에 안 좋은 후기를 보고 “실망이네요.”, “이 만큼 주는 거면 안 가야겠네요.”라는 댓글을 또 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계속되자 처음 댓글을 달았던 사람은 자기가 서빙 받았던 플레이트 사진까지 올렸는데 우리가 봐도 그 양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양이었다.(추후에 아르바이트가 교육을 덜 받은 채로 메뉴를 서빙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엄청난 매체에 소개되어 상승 곡선을 그리려는 때 바로 이런 일이 터졌던 것이다. 아마 밤 12시 쯔음이었다. 치즈어랏 단체카톡방에서 점장, 매니저, 마케터, 디자이너할 것 없이 대책을 빨리 세우자고 얘기를 나눴다. 일단 말도 안 되는 양을 받았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우리측에 실수였으니 다음에 다시 오시면 꼭 제대로 된 메뉴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치즈어랏이 공유되었던 원 게시글에 마케팅 담당자가 직접 장문의 사과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에 달린 부정적인 피드백 댓글에 단 마케팅 담당자의 공식 사과 말씀


이렇게 진심으로 사과한 공식 댓글에 사람들은 더 많은 반응을 했고, 치즈어랏은 다시 “꼭 가야 되는 맛집”이 될 수 있었다. 


초반 매장을 운영하며 생기는 나쁜 피드백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을 받았을 경우,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해답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안 좋은 피드백이 계속 노출되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이 없다면 관심을 가지려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 


매출이 오른 이후 또한 마찬가지다. 매출이 오른 이후 자세가 바뀌거나, 나오던 서비스가 안 나오거나, 직원들의 태도가 불성실해 보인다면 손님들은 이를 즉각 알아채고 반응한다. 오시는 손님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잘 해드려야 기대를 가지고 왔던 손님들이 기대를 충족하고 다른 지인들을 데리고 재방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매일 매일 치즈어랏으로 올라온 리뷰들을 확인하고 댓글을 남긴다. 좋은 피드백엔 감사하다는 댓글로, 안 좋은 피드백이 있다면 전체가 공유하고 어떻게 대응할 지 결정한다. (물론 안 좋은 피드백을 준 손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긴다. 그 분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를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청년장사꾼의 느낌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치즈어랏 지하 1층 레스토랑 모습


이렇게 치즈어랏은 정말 손이 하나하나 많이 가는 매장이다. 청년장사꾼의기존의 분위기와 성격이 달라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치즈어랏을 통해 매일 매일 새로운 마케팅을 배운다.


다음 글에서는 러프한 인테리어만 최소 비용으로 진행하던 청년장사꾼이치즈어랏과 같은 느낌의 매장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인테리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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