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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래서 치즈로 어디까지 갈 텐가?

치즈어랏 특집4. 치즈어랏 탄생 비화와 앞으로의 길(생산, 유통, 확장)

치즈어랏의 키 포인트인 아이템, ‘치즈’로 다시 이야기를 돌려 보자. 라클렛이라는 메뉴의 동영상을 보고 바로떠났던 영국 행. 나와 청년장사꾼 공동대표 연석형은 영국 현지 업체에게 연락하여 견학을 요청했다. 치즈가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치즈 보관이나 공장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그리고 제일 관건이었던 것은 결국 치즈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 지였다. 


런던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의 오글리쉴드 치즈(Ogleshield cheese)
영국 런던 현지 공장 견학
영국 런던 현지 공항 견학



런던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의 카파카세인(kappacasein) 매장에서 파는 라클렛 메뉴는 오글리쉴드(Ogleshield)라는 치즈가 주 재료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오글리쉴드 치즈가 비살균치즈라 한국으로는 수입이 안 되는 제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치즈 수입 업체 중에서도 오글리쉴드 치즈를 취급하는 회사는 없었다. 최대한 비슷한 치즈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우리가 원하는 원통 형태의 치즈 중 경도가 맞는 치즈는 찾을 수 없었다. (라클렛 메뉴 영상을 보면 일정 형태의 치즈가 아니면 기계에 치즈를 녹여서 “긁어 내리는” 퍼포먼스를 할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YouTube - Raclette at Borough Market- Street Food by. aris1234


결국 우리는 추후 브랜드 확장을 위해서도 치즈를 자체 생산해야겠다고 판단했고, 국내 치즈 업체에 연락을 시작했다. 임실에 있는 여러 치즈 업체에 연락을 하던 중 한 군데에서 새로운 치즈를 만들 수 있다고 답변이 왔고, 바로 임실 공장으로 미팅을 진행하러 떠났다. R&D 팀에게 라클렛 메뉴 영상을 보여 주고, 공장 투어도마친 후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원하는 염도와 풍미의 레시피를 맞추기 위해 회의를 거듭했고, 생산에 들어갔다. 라클렛 치즈 특성상 최소 숙성 기간이 2달이었다. 그 동안 우리는 치즈어랏 브랜드를 준비했고, 치즈가 완성되자마자 오픈할 수 있도록 D-DAY를 잡았다.


임실 치즈 공장 견학
경리단길 치즈어랏 1층 메뉴


라클렛 치즈를 생산함과 동시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치즈 중 라클렛 치즈와 병행할 수 있는 치즈들을 찾았다. 제일 처음에 찾아서 치즈어랏 매장에서 판매했던 치즈는 에담 치즈였다. 에담 치즈는 네덜란드 치즈로 부드럽고 짠 맛이 있는 치즈다. 원래 치즈를 좋아하던 분들은 라클렛 치즈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지만 라클렛 치즈의 풍미와 향이 너무 강하다고 느끼는 분들께는 에담 치즈를 추천 판매했다. 이후 스위스의 대표 치즈인 에멘탈 치즈도 메뉴에 추가했으나 “긁어 내리는” 퍼포먼스와 약간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좀 더 부드럽게 흘러 내리는 고다 치즈로 변경했다. (현재 치즈어랏에서는 라클렛, 에담, 고다 치즈를 이용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등심과 더운 야채를 곁들인 라클렛 치즈
보코치니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


치즈어랏 1층 매장에서는 이렇게 라클렛, 에담, 고다 치즈 중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메뉴를 구성했다면, 지하1층 레스토랑에서는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더 많은 메뉴들을 구비했다. 지하1층 레스토랑 또한 거의 모든 메뉴에 다양한 치즈들이 재료로 쓰인다. 샐러드도 동그란 새알 모양의 보코치니 치즈를 넣어서 개발했고, 와인과 함께할 수 있는 간단한 타파스에도 크림치즈를 바게트에 바른 후 토핑을 추가했다. 파스타도 에멘탈치즈가 들어간 크림파스타를 준비했고,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는 모듬 치즈 플레이트도 만들었다.


이렇게 치즈어랏은 이름만큼이나 치즈가 깊숙이 배어 있는 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라클렛이라는 치즈 하나였지만,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는 매장으로 포지셔닝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치즈 전문 브랜드를 청년장사꾼은 왜 만들었을까? 




치즈어랏 1층 매장에서 판매 중인 라클렛 소분 치즈
치즈어랏 1층 매장에서 판매 중인 라클렛 소분 치즈


첫 번째. 치즈어랏의 1층매장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치즈어랏 1층 매장에서 결제할 때 서게 되는 카운터 오른쪽에는 쇼케이스가 하나 있다. 쇼케이스 안에는 라클렛 치즈와 함께 테이크아웃하기 쉬운 원글라스 팩와인이 있고, 와인과 함께할 수 있는 치즈, 그리고 치즈어랏 자체 생산 소분 치즈가 패키지 되어있다. 라클렛 소분 치즈는 기계를 통해 녹인 후 긁어 내리는 퍼포먼스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작은 사이즈지만, 집에서도 라클렛 치즈를 먹고 싶거나, 와인과 함께 나들이 갈 때 풍미 깊은 라클렛 치즈를 먹기 위해서라면 매력적인 치즈가 될 수 있다. (라클렛 치즈는 원래 굳은 상태로 잘라 먹는 테이블 치즈의 한 종류다.) 이런 소분 치즈는 치즈어랏 매장 내에서 추가 수입원으로 작용하며,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치즈어랏의 라클렛 소분 치즈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현재 유통 채널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치즈”라는 아이템 자체의 확장성을 봤다. 우리 나라는 원유가 많이 남는다. 국내 대기업들이 근래 몇 년 동안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6차 산업과 관련해서 매일유업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6차 산업이란 1, 2, 3차 산업이 복합된 산업이다. 예를 들면 농촌 관광을 들어볼 수 있는데, 1차 농업을 통한 특산물을 이용해 2차 제조를 하고, 이와 연계한 3차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접목시킨 것이다. 매일유업에서 일본 모쿠모쿠 농원을 벤치마킹하여 전북 고창에 ‘상하농원’을 개장하였고, 재배-생산-소비-교육을 한 곳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상하농원의 큰 골자이다. 


매일유업 기사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42128381


청년장사꾼이 청년장사꾼의 방식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6차 산업이 치즈어랏과 닿아있다. 1차 치즈를 청년장사꾼의 레시피로 생산하고, 2차 치즈를 유통하고, 3차 외식업 매장을 운영하는 것. 매장에서 파는 소분 치즈뿐만 아니라 직접 제조한 라클렛 치즈를 타 외식업체에 유통을 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소분 치즈들을 골라 담아 ‘치즈 팩’을 만들어 유통하고, 치즈어랏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치즈 전반을 다루는 미디어를 만들어 파급력을 키우고, 치즈 클래스를 운영하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치즈어랏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쪽으로 분명 작용할 것이다.


해외 여행이 늘면서 한국 사람들이 외국 맛을 본 아이템 중 하나인 ‘치즈’. 우리는 이 치즈를 통해 기존의 청년장사꾼 매장과 아이템으로는 할 수 없었던 정말 다양한 일들을 진행 했고, 진행 하고 있고,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치즈를 가지고 어떤 분야까지 뛰어들 수 있을 지, 우리도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일단 발을 내디뎌보려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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