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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하나와 작별인사를 한다는 것

3년을 꽉 채운 3호점, 경복궁 철인28호(舊 꼬치집)를 정리하며

<3호점이 철인28호로 리뉴얼하기 전의 꼬치집 모습>


2013년 2월이었다. 정말 추웠던 겨울, 청년장사꾼은 경복궁역 금천교시장 감자집 옆에 3호점 “꼬치집”을 오픈했다. 사실 겨울에는 새로운 매장을 잘 오픈하지 않는다. 소비심리도 떨어져있을뿐더러 공사를 진행하기에 추운 날씨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와 오픈을 감행했던 이유는 먹여 살려야 할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3호점은 감자집에서 재미있게 장사를 하며 좋은 멤버들이 계속 합류했고, 그 멤버들의 급여를 주기 위해 급하게 준비해서 열었던 매장이다. 정말 너무 추운 겨울이어서 공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오픈 날도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2월 4일을 오픈일로 잡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3호점에 멤버들과 함께 모였다. 회의는 길어졌고 어느덧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는데 커다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다. 폭설주의보까지 내려져서 도저히 오픈을 위한 물류들이 도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부득이하게 오픈을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밤 새 금천교시장 골목 전체를 계속 쓸었던 에피소드도 있다.      


<(왼) : 3호점 오픈 전 날 꼬치집 앞 모습 / (오) : 경복궁역 금천교시장 거리 풍경>
<3호점 꼬치집 오픈 준비하며 한 달 내내 구이기 앞에서 메뉴 테스트를 하느라 얼굴이 뒤집어질 대로 뒤집어 져있다.>


청년장사꾼은 단체 특성상 매장의 변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한 아이템을 꾸준히 오래 하는 매장들도 분명 그만의 장점이 있겠지만, 청년장사꾼은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거나, 아이템을 테스트, 또는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며 다양한 장사에 대해 공부한다.     

처음 3호점을 오픈했을 때는 그 골목에 이자카야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감자집 다음으로 꼬치와 일식요리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초반에는 이자카야라는 특성을 살려 점심 장사도 준비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함과 점심 상권을 이해하려는 의도로 돈가스와 카레를 준비했으나 비용 대비 수익을 따졌을 때 오히려 적자여서 접은 경험이 있다. 여름이 되었을 때는 1호점 카페에서 팔던 “블루레몬에이드”를 3호점 앞에서 팔기도 했다. 워낙 음식점이 많은 골목이어서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의 후식으로 레몬에이드를 팔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레몬을 직접 짜는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서 여름 한 철 장사를 잘 마쳤고, 여름이 끝난 후에는 감자집의 메뉴로 추가하기도 했다.



<3호점에서 시도했던 점심 메뉴>
<3호점에서 레몬에이드를 팔던 시절>


청년장사꾼의 3호점이 여러 시도를 하는 동안 경복궁역 금천교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매장들이 많이 들어섰고, 3호점 꼬치집은 그에 맞춰 메뉴와 인테리어 리뉴얼도 크게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청년장사꾼 열정도(용산 원효로 지역 프로젝트)에서 사랑 받는 “철인28호”의 아이템과 메뉴를 가지고, “이자카야”라는 업종 자체를 철판 요리와 와인을 파는 “캐주얼펍”으로 리뉴얼하기도 했다.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청년장사꾼의 3호점은 정말 다양한 시도와 변화,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리뉴얼한 경복궁 철인28호 모습. 출처 인스타그램 @we_0715>


매장 하나에는 많은 추억들이 서려있다.


지금까지 말한 메뉴, 아이템의 변화보다 더 큰 추억들은 매장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일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은 많은 사장님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장사는 생계를 위해서 하는 것이 맞지만, 하루하루 들어오는 돈보다 하루하루 들어오는 손님들과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3호점은 청년장사꾼의 “진골단골”손님들이 많이 탄생한 매장이다. 3호점에는 주방과 붙어 있는 bar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bar에서 요리하며 장사하는 멤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청년장사꾼에게 흠뻑 빠져서 돌아가곤 했다. 이곳에서 단골이 된 손님들은 일주일에 몇 번이고 여러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오시기도 하고, 이후에 오픈하는 매장마다 응원을 하러 오시기도 했다. 


<3호점에서 단골손님이 만들어지는 bar 자리>


손님들뿐만 아니라 많은 멤버들도 3호점 철인28호를 거쳐 갔다. 아마 철인28호로 리뉴얼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철인28호보다는 “꼬치집”을 거쳐 간 멤버들이 많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지금은 열정도쭈꾸미의 사장님이 된 2주 교육 프로그램 1기 운석이도 꼬치집에서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했고, 청년장사꾼의 1대 셰프인 현도도 꼬치집을 오픈하며 합류하여 주방 메뉴를 만들었다. 현재 청년장사꾼의 교육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수진이도 꼬치집의 점장으로 많은 멤버들을 가르쳤고, 이후 매장을 옮길 때마다 수진이를 보러 옮겨 다니는 단골을 만들 정도로 서비스 담당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3호점 꼬치집을 거쳐간 멤버들>
<3호점 꼬치집을 거쳐간 멤버들>
<2013년 10월 31일, 3호점 꼬치집의 할로윈 데이>


사실 3호점은 바로 옆에 있는 감자집처럼 엄청 대박이 나는 매장이 아니기도 했고, 상권이 변화하며 떨어지는 매출 때문에 매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매장이었다. 인원 투입 대비 수익률이 좋은 매장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운영했던 이유는 열정도가 오픈하기 전까지 청년장사꾼 매장 중 유일하게 “요리”를 파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감자나 사이드메뉴를 튀기기만 하면 되는 감자집, 지금은 없어졌지만 복고풍 분위기에서 골뱅이무침을 먹을 수 있는 골뱅이집 모두 단일 메뉴로 구성된 매장이었다. 반면 리뉴얼하기 전 꼬치집의 경우, 숯에서 굽는 꼬치 메뉴들, 간단한 튀김류들, 그리고 주방에서 준비하는 요리메뉴가 있어서 매장 운영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매장이었다. 이는 멤버들에게도 꼭 필요한 공부이자 연습이었다. 한꺼번에 손님이 들어왔을 때, 몇 되지 않는 테이블에 손님들을 어떻게 받아야 할 지, 주방에 너무 많은 메뉴가 몰리지 않게 어떻게 주문을 받을 지는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셰프 베이스의 멤버들이 조금 더 큰 역할을 가지고 메뉴를 바꿔볼 수 있기도 했고, 근처에 있는 감자집과 인력을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운영의 묘를 살리기도 했다.      


<멤버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찼던 주방쪽 bar>
<꼬치집 오픈을 준비하며. 지금 보이는 모습이 매장 1층의 전부다>


이렇게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매장을 우리는 결국 정리했다. 장사를 여러 해 하며 느꼈던 점 중에 하나는,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매장을 정리하는 것도 장사를 “잘” 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공부를 했던 매장이었지만, 현재 열정도에 5개 매장을 운영하며 집중하고 있는 청년장사꾼에게 있어서 한 명, 또는 두 명의 멤버를 투입시키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의 힘을 조금 더 “잘” 쓰기 위해, 그렇게 많은 순간들을 함께한 3호점을 닫게 되었다.     


<손님들과의 추억이 가득했던 3호점>
<손님들과의 추억이 가득했던 3호점>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장사는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재미있다. 


‘3호점을 닫은 게 잘 한 선택일까?’라는 고민을 하기엔 어려움을 재미있게 헤쳐 갈 “오늘”의 매장들이 많다. 3호점에 대한 작별 인사는 이것으로 하고, 오늘도 청년장사꾼은 즐거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도록 하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만큼이나 3호점을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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