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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MC‘코난 오브라이언’ 열정도로 부른 썰

청년장사꾼이 잊지 못할 <유명인사 코난 부르기> 프로젝트

청년장사꾼은 즉흥적으로 이벤트를 많이 한다. 외식업 특성상 고객의 수요를 사전에 예측할 수 없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이벤트 역량이(?) 몸에 밴 것 같다.

매장에서 즉흥적으로 하는 이벤트도 많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이벤트 중, 본사 마케팅팀이 아주 특별하게 여기는 이벤트가 하나 있다. 

이 이벤트가 마케팅팀에게 특별한 이유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객 대부분이 우리가 그 이벤트를 진행한 것조차 모르지만, 아주 가끔 그 이벤트를 인상 깊게 보았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케팅 팀원들을 포함한 극소수의 누군가에게) 조금은 강렬했던(?)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이 이벤트는 바로 미국의 유명 MC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 소환 이벤트다.


때는 2016년 2월, 아직 추운 겨울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퇴근길에 인스타그램을 접속했던 마케팅팀 S는 ‘코난 오브라이언이 내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실 그녀는 코난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한국의 많은 팔로워가 그의 내한을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고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미국의 텔레비전 진행자다. (미국의 유재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버드를 졸업한 인재이자 <The Simpsons>과 <SNL> 작가로도 활약한 바 있고, 미국 NBC의 대표적인 쇼 프로그램인 ‘레이트 나잇 쇼’와 ‘더 투나잇 쇼’를 담당했던 유능한 진행자로(현재는 TBS <코난쇼>의 호스트이다) 다소 나이가 있음에도 뛰어난 스마트함과 유머 감각으로 넓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MC다.


▶ 원본 영상 유튜브에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MUxgBazcz8E


그런 그가 올해 2월, 한국의 여고생 이승교(Sunny Lee)학생의 편지 한 통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그가 진행하는 TBS <코난쇼>의 팬이었던 여고생 이승교씨는 코난이 있는 미국으로 팬레터와 (심지어 수능 답안지 OMR 카드에 러브레터를 작성하는 섬세함!) 한국 과자를 보내게 되었고, 이를 전해 받은 코난이 감사의 의미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SNS를 통해 사전에 한국 방문을 알렸던 코난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입국하게 되고, 그를 한국으로 이끈 써니 리를 입국장에서 만나게 된다. (네티즌들은 ‘써니 리가 애국자다’, ‘입국장이 코난교 부흥회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을 열광했고, 소수의 코난 덕후들이 그를 추적하며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코난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등을 올렸는데 마케팅팀 S가 여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인스타그램을 관찰하던 그녀는 코난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무엘(Samuel)’이라 이름을 붙인 낙지 한 마리를 애완용으로 샀다는 글을 보게 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코난을, 청년장사꾼이 있는 열정도로 부르면 어떨까? 
그럼 엄청난 이슈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노량진과 멀지도 않으니 열정도에 부르는 것도 가능할 거야!’


이 무모한 도전이 청년장사꾼 본사 내 화두로 떠오르게 되고, 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을 <코난의 날>로 자체 지정하여 마케팅팀 멤버 전원이 코난을 열정도로 부르기 위한 미션을 진행하게 된다.



먼저, 우리는 청년장사꾼의 브랜드 중 ‘열정도 쭈꾸미’ (주꾸미가 올바른 표현이다.)가 있다는 것에서 착안해 코난의 애완낙지 ‘사무엘’의 친구 ‘쭈꾸(Jjuggu)’를 가상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열정도에 오지 않으면 사무엘 친구 쭈꾸를 구워 먹어 버리겠다’는 다소 잔인한 협박을 담은 ‘코난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를 위해 모든 콘텐츠를 영어로 작성했다) 

모든 글에는 코난과 그의 매니저를 태그했고, 그의 쇼에서 진행하는 <MISSION CONAN>이라는 프로젝트를 패러디하여 <MISSION CONAN&SAMUEL>이라는 우리만의 프로젝트 로고도 만들었다. 거의 병적으로 그에게 집착해 그의 모든 것을 조사했는데, 심지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의 위치를 검색하고 조금이라도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진짜 오는 거 아니냐, 지금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설레발을 치기도 했다. 당시는 마케팅팀이 생기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는데 코난 덕에 팀 단합력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그 이후 쭈꾸를 물과 불로 고문하는 영상, 코난을 위한 옛날 과자 선물, 코난과 그의 친구들을 위한 예약석 인증사진, (하늘이 도우려던 계시였는지 신기하게도 그 날이 KBS 9시 뉴스에 우리가 생방송 촬영이 와있어서 길거리에 KBS 보도차량이 가득했다) KBS가 널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협박 글도 올렸다. 3시간 간격으로 그에게 사랑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내고 태그도 걸어보았지만, 그의 매니저가 글 중 하나에 '좋아요'를 눌러주었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코난은 열정도에 오지 않았다. 

물론 코난이 왔으면 우리 열정도 골목과 매장 자체가 엄청난 홍보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집착이면 코난도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니 다음 한국 방문 때는 꼭 방문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혹시 주변에 코난을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일 좋았던 것은 동분서주하는 우리 모습을 본 동네주민과 손님들이 "코난 진짜 와요? 몇 시에 와요?"를 연신 물어보셨고 자연스레 신나고 흥분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KBS 촬영 차량까지 주차되어 있으니 그 날 매장의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고조되어 있었다.

멤버들 역시도 코난이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객의 반응에 더 재미있게 응대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가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본사 멤버들도 야근하며 코난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덕분에 코난을 좋아하는 일부 한국 팬들에게 청년장사꾼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팬 중 일부는 청년장사꾼에 관심을 가지고 2주 교육 프로그램의 교육생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 시기에 청년장사꾼 마케팅팀 채용은 안 하느냐는 문의들도 있었다.


‘무모해서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멤버들을 보며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코난 소환 글을 보면 그때의 상황이 눈앞에 그려져 웃음이 피식 난다. '좋아요' 하나에 흥분하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 열심히 댓글을 달던 멤버들의 열정이 그 글들에 남아있어 너무 예쁘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무모한 도전들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벤트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해서 그 도전이 값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마케팅이 값지지 않은 것 역시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난씨를 꼭 열정도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덧붙이는 글1) 그의 애완용 낙지 '사무엘'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으로 서식지를 옮겨 살고있다. (관련기사보기)

덧붙이는 글2) 청년장사꾼이 왜 코난을 불렀을까? (페이스북 카드 뉴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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