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장사꾼이 직접 밝히는 ‘열정도’ 탄생 비화 (2)
2014년 11월, 처음 열정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당시 그야말로 이곳은 죽은 골목이었다. 주변에 많은 사무실들과 새로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있었지만, 이 골목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SNS 채널들을 통해 열정도 프로젝트를 알렸고, 주변 지역 주민들과 직장인들을 사로잡기 위해 직접 길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높이는 등 여러 가지 홍보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 회사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무언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당시 ‘우리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집중했다. 찾아와 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스러운 접객도 자신 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도 자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청년장사꾼 다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청년장사꾼은 장사 이외에도 ‘문화 기획’에도 그 방향을 두고 있다. 단순히 상행위만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문화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상권을 살려 상권 안에 있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들도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었다.
청년장사꾼은 이미 1호점인 ‘사원 앞 카페 벗’을 중심으로 ‘이태원 계단장’, ‘월간 우사단’ 같이 문화적인 요소들을 지역에 투입하여 지역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었고, 2호점 ‘감자집(舊 열정감자)’을 통해 금천교시장에 젊은 활기를 불어 넣으며 우리의 흥행 방식을 인정받은 바 있다.
처음에 아무 것도 없는 원효로 인쇄 공장 단지를 선택한 것도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역에 문화적인 색깔을 입힌다면 충분히 상권 활성화를 이룰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야말로 가장 우리다운 것이었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열정도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2014년 11월 겨울, 추운 날씨 때문에 아쉽게도 야시장을 열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드디어 시작된 열정도 야시장 ‘공장’. ‘공장’이란 명칭은 이 곳이 과거 인쇄 공장 단지였다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비어있는 곳(空 빌 공)에서 열리는 장터(場 마당 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첫 장터부터 수제 잼, 아이스크림, 반려동물 간식 등의 다양한 음식과 핸드메이드 악세사리, 휴대폰 케이스, 가죽 수공예품, 향수 등 다양한 소품과 잡화를 판매하는 셀러들과 딸기 음식, 또띠아, 커피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등 50여 팀이 모여 열정도 골목을 가득 메웠다. 열정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조성 과정을 그린 사진전이 지금 열정도 쭈꾸미가 있는 자리에서 개최되었고, 해가 지고 난 저녁에는 열정도 감자집을 배경으로 DJing과 VJing을 진행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골목이 맛있는 음식 냄새와 음악 소리로 가득 차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 낯선 곳에서 야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정도를 찾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장터에서 약 1,000명의 사람들이 열정도를 찾았다. 그 후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진행된 열정도 야시장에서 회를 거듭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의 입에 열정도가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자연스레 최근에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엔 KBS 9시 뉴스에 생방송으로 청년장사꾼 열정도의 모습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tvN 프로그램 ‘프리한 19’에 열정도가 ‘용산에 있는 재미있는 섬’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열정도 야시장은 지난 13일 토요일, 13회 열정도 야시장 ‘공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열정도 야시장 ‘공장’은 다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진행되었다. 바로 거리 버스킹을 하는 청년 예술가들과 공연문화의 활성화,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통한 거리 활성화를 위해 ‘BC 스트리트 박스’와 함께 13회 열정도 야시장 ‘공장’을 함께 진행한 것이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 그전의 야시장 보다 좀 더 풍성하게 열정도 골목을 채울 수 있었으며, 전국을 강타한 폭염에도 불구하고 열정도로 많은 발걸음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말 뜨거운 날씨였지만 이 날의 열기는 해가 지고 나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BC 스트리트 박스와의 협업은 9월, 10월 야시장에도 계속된다.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채워질 열정도 야시장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요식업 시장은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의 영역이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 다가가는 접객만으로는 이 좁은 시장에서 빠져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환경을 만들 여유를 찾기엔 더더욱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악조건을 극복할 한 가지를 찾아냈다. 바로 다 같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화’다. 우리는 계속해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