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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두 팀의 무모한 도전

청년장사꾼과 유타컵밥의 좌충우돌 해외 진출기 - 2

다짐하다


인도네시아 매장의 성공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우리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미국 출장길에 LA Korean BBQ가 인기라고 하길래 3일 내내 고기만 먹었다.

스테이크만 먹어온 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양념갈비는 신세계라고 한다. 그래서 LA갈비는 한인들에게 인기가 좋지만, 오히려 미국 현지인들이 더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청년장사꾼이기에 이대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에 진출해도 되겠다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좀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한식을 현지화해서 미국인 입맛에 맞추자. 한인이 많은 곳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가 아니라 한인이 없는 곳에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번 도전해보자’.


유타컵밥을 좋아하는 한 미국인 친구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한국을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나라였지만 컵밥을 먹고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우리는 이 한 문장이 문화의 힘이고, 음식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모해 보이지만 도전해보려고 한다.



도전하다

1년여 정도의 연애를 마치고 청년장사꾼과 유타컵밥은 본격적으로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다. 함께 만든 벤처팀 이름은 ‘바보 브라더스(Babo Bros)’다. 서로서로 너무 배려하고 믿다가 너무 바보스럽게 계약을 해버려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우리는 상호 간 인적 교류뿐 아니라 시스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교류하며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청년장사꾼 수석 쉐프와 매니저가 미국 유타로 파견되었고 12월에도 두 명의 멤버가 파견된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유타로 멤버를 파견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장사하는 데 왜 한국인이 필요할까?

유타컵밥은 한식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를 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의 ‘덤’ 문화와 ‘정’ 문화를 미국인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손님이 처음 왔다고 하면 조금 더 신경 쓰고 챙겨주고, 소스를 더 달라고 하면 추가 비용 없이 기분 좋게 소스를 뿌려주며 자주 오는 단골들을 기억하고 챙겨준다. 소스 하나를 뿌려도 추가 비용을 받는 미국에서 이런 서비스는 신기하고 감동적인 것이다. 이런 정서를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매장을 운영하면 더욱 성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멤버 한 명이 파견되는 것이 단순히 한 명의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하나의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청년장사꾼과 유타컵밥이 오랜 시간 준비한 첫 매장이 ‘daybreak’라는 이름으로 11월 25일, 문을 열었다.

시내에서 매장까지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제 막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라 부동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러 시도를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매장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한국 음료를 판매하며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자 한다. 이미 한국에서 공수한 한국 음료들과 아이스크림으로 한쪽 진열대를 가득 채웠고, 한국인의 대표 자양 강장제인 ‘박카스’도 가져가서 맛보여주고 판매할 예정이다.



부딪히다

이 모든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언어가 잘 안 통하고, 규정이 완전히 다른 것이 문제였다.

우리나라는 고깃집을 하면 그냥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미국은 후드 시스템을 하나의 테이블에 설치하는 데만 비용이 약 5,000달러(한화 약 588만원)가 든다. 30개 후드를 설치하면 거의 2억원 정도의 돈이 나간다. 심지어 미국은 주마다 정책이 달라서 챙겨야 할 것들과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끝도 없다. 소방법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깐깐하고, 매장 오픈 시 보건 당국의 허락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래서 매장 오픈 예정일이 한두 달 밀리는 것은 기본이다.

다른 점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이해하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 정도의 걸림돌은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대하다

2016년 11월 25일 처음 문을 연 daybreak 매장을 시작으로 우리는 올해 하나의 매장을 더 오픈하고, 내년 초에 하나를 더 오픈 하기로 했다. 내년 3월에는 유타가 아닌 다른 주에 첫 매장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유타컵밥의 송정훈 대표가 우리 청년장사꾼을 보면서 ‘미친 불나방같다'는 말을 자주 쓴다. 무모하게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불나방’ 같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미친 불나방 같은 정신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MLB, NBA, NFL 등 미국의 메이저 스포츠 경기장에 입점해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F&B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이를 위해 함께 계획도 세우고 있다.

청년장사꾼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 다만, 그 수가 좀 많다. 송정훈 대표는 이미 아이가 넷이고 형수님 배 속에 아기까지 다섯이다. 김종근 대표는 아들만 셋, 박지형 대표는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리고 한 명을 더 가질 계획을 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조카만 열 명이 생겼다.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한 가족이 된 우리이기에 따뜻하고 매일 감사하다. 바보 형제들의 이 무모한 프로젝트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이 도전이 설레고 간지러워 잠이 오지 않는다.

청년장사꾼과 유타컵밥, 바보 같은 두 F&B 브랜드의 좌충우돌 미국 확장기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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