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 보살: 어머니

by 누룽지조아


2019년 책 출간 후 구순 가까운 어머니께서 저에게 고생했다고 손 편지를 써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엄마가 힘이 못 되어 미안하다.

아들 스스로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기특하고 장하고 고맙구나.

앞으로도 그 마음으로 살아라.

쓸 말이 많은 것 같더니

쓰려고 하니 없어진다.

올해는 더 건강하고 뜻한 바

다 이루어 지길 바라며 이만.

엄마가!]


젊은 시절 논일과 밭일, 6남매와 4명의 손주 키우느라 척추가 닳아 허리가 아프다. 어머니의 낙은 텃밭 채소 가꾸기다. 지금은 밭일도 쉽지 않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한 달에 한 번 고향집을 방문한다. 내 일손이 필요하면 군소리 안 하고 한 달에 몇 번이라도 내려간다. 어릴 적 일하기 싫어 뻔질거리고 일을 대충 했다. 지금은 내가 대충 하면 어머니가 고생하므로 더 열심히 한다. 풀을 뿌리째 꼼꼼히 뽑는다. 그리 싫던 풀 뽑기가 나이 드니 머리가 맑아지고 좋다. 정성껏 심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밭일이 끝나고 어머니와 차 마시러 나섰다. 원광대에 수덕호라는 큰 호수가 있다. 봄철이면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연꽃이 핀다. 호수 가운데 봉황각이라는 정자에서 차를 마셨다. 허리가 아파 지팡이 짚고 몇 걸음 가시다가 돌에 앉아 쉬어야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는 내 삶의 시작점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모든 생명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의 헌신 속에서 애들이 자란다. 애들은 자기 힘만으로 스스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사이 어머니의 주름은 늘고 허리가 굽어 닳아 없어진다. 자식은 어머니 품속에 안기어 생명을 유지하고, 용서와 위로를 받는다.


주변에 보살이나 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많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해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나도 너무 소박해 비상함만 찾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곁에 없을 때 진가를 느낀다.


보살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평범하고 심지어 초라하고 부족해 보이기까지 한다. 매사에 조심조심하고 우유부단한 것 같다. 곁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그런 모습을 본다.


어머니!! 자식 낳아 똥, 오줌 치우고 어디 아플까 노심초사하며 젖과 밥을 먹여 기른다. 만물을 낳고 기르는 신의 모습을 닮았다. 내 것만 챙기지 않아 선하고 만만해 보인다. 내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챙길 줄 알고 세상 물정 다 알지만 모르는 척 산다.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 자식에게 좋은 일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자식을 보고 자신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식에게 좋은 것을 하면서 ‘내게 뭐가 생기는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제82 불성(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