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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09. 2023

1. 때를 기다림

제6장 세상과 환경에 대하여

세상은 스스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때가 있다. 억지로 변화시키고자 하면 오히려 망한다. 가는 것은 가게 내버려 두고, 강한 것은 강하게 내버려 둔다. 나도 내버려 두고 남도 내버려 둔다.


때는 내 노력만으로 오게 할 수 없다. 자기 생각에 맞춰주지 않는다. 통제하지 못하는 환경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빨리 적응할 수밖에 없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도중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산악인이라고 눈사태나 밤이 오는 걸 막을 수 없다. 울고 있거나 원망해 봐야 현실은 더 어려워진다.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 하기보다 일단 피한다. 눈사태가 나면 바위 뒤로 숨고, 밤이 오면 어디에 걸터앉아 때를 기다린다. 용기 있게 전진하면 죽음뿐이다.


때가 오기 전에는 기다린다. 느림의 미학 구간이다. 뜸이 들 때까지 뚜껑을 자꾸 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 시간이다. 때가 되지 않아 기발한 제품이 안 팔릴 수 고, 잘 맞을 것 같은 이성이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있다. 때가 아직 아닌 경우 위기가 아니라 어쩌면 기회다. 기다림은 설렌다. 초조해하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빠른 스피드를 지닌 사자가 바위에 엎드려 쉬고 있는 모습이다.


때와 때 사이에(때가 오기 전이나 때가 지나간 후) 몸과 마음을 훈련한다. 느림과 빠름이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다. 느리기만 한 느림은 힘이 없고 속 터져 죽는다. 빠르기만 한 빠름은 큰 힘을 낼 수 있으에너지 소모가 많아 금방 퍼진다. 빠름과 느림의 균형을 잡는다. 근육, 뼈와 인대를 단련하고 힘 빼는 연습으로 빠른 몸을 만들고, 꼭 이기려는 승부욕이나 두려움을 꺾어 느린 마음을 유지한다.


때가 오면 기다림은 끝난다. 빠름의 미학 구간이다. 때가 온 순간이 느림에서 빠름으로 변하는 변곡점이다. 때가 오면 맹수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마치 사자가 목표물을 낚아채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던 사자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홀쭉해졌다. 목표물의 가속도가 떨어져 최저라고 생각하는 순간까지 기다린다. 목표물에 조심스럽게 접근한 후 정신을 집중하고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들어 먹이를 낚아챈다.


서퍼는 파도가 오도록 할 수 없다. 파도의 높이, 간격이나 방향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때를 기다릴 때 균형감각, 기술, 체력, 인내심, 자연에 대한 겸손, 힘 빼기를 연마한다. 때가 오면 기다림은 끝나고 보드를 들고 잽싸게 바다로 뛰어나간다. 서퍼는 높고 거친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에서 물과 맞서지 않는다. 힘을 빼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 위로 솟아오른다. 물과 친구가 되어 자유롭게 노닌다.


인생에 기다림과 때는 반복된다. 기다림은 길고 때는 짧으나, 여유 있게 기다려서 좋고 때가 되어 배고픈데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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