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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10. 2023

2. 지혜: 세상의 작동원리

제6장 세상과 환경에 대하여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 생물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 물건은 아래로 떨어진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보면 언짢다. 동일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므로 세상이 어떤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의 작동 원리를 모르고 생각이 많아 생각의 바다에 빠져 있는 사람은 머리 복잡한 사람이다. 생각이 많다고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세상의 작동 원리와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 되는 일은 없고 힘만 든다. 큰 계곡에서 배를 타고 내려갈 수 있어도 올라갈 수 없다. 배를 타고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면 자기만 생고생한다.


나에게 죄지어 미운 사람이 어려운 분 도와줄 수도 있고, 내가 나도 모르게 남에게 해 끼치고 아무 일 없듯 살 수 있음을 모른다(불확정의 원리). 노력했다고 내 생각대로 꼭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모른다. 나보다 더 노력했어도 환경이 맞지 않아 적게 얻은 사람도 많다(인연 상관관계의 원리). 성질부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보기만 해도 짜증 나 내가 먼저 건들고 상대가 짜증 냈는데도 나는 그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왜 성질을 부리는지 모른다(작용 반작용의 원리). 반찬을 빼앗아 먹는 장난에 화를 버럭 낸 친구를 뭔 그만한 일로 화내는지 배부른 나는 배고픈 친구의 심정을 알 턱이 없다(상대성의 원리).


세상의 작동 원리에 따라 살려면 먼저 그 원리를 알아야 한다. 던져 움직이는 주사위의 숫자는 뭐가 나올지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른다(불확정). 주사위를 밀어 던졌다. 주사위도 손을 밀었고(작용 반작용), 하늘을 날다가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인연 상관관계). 주사위는 1을 깔고 앉았는데 사람들은 반대면의 3이라 한다(상대성).


‘불확정의 원리(고정된 것이 없어 변하는 원리)’

멈춰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고, 움직이는 것은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우주는 돌고 있다. 세상도 나도 움직인다. 가만히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구에 발을 붙이고 지구가 움직이는 속도로 같이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면 변한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확정되어 있지 않다. 자기의 신념이나 확정된 생각과 무관하게 변한다. 내 생각대로 되기를 기대해도 순리에 맞지 않는 경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다 변하고 사라지는데 안 변하기를 기대하거나 어디에 붙잡아 메어 둘 수 없다. 고정된 게 없어 집착하려고 해도 집착할 수 없다. 흐름 따라 놓아 버리고 내맡긴다.


세상은 확정되어 있지 않고 확률적으로 존재한다. 세상에는 있기만 한 있음과 없기만 한 없음이란 없다. 현상은 한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측면이 드러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100억 원 벌어서 좋기만 한 게 아니라 교만해지고 향락에 빠져 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가난하다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열심히 할 자세를 숨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확률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연 상관관계의 원리’

불확실한 세상은 인연에 따라 생성되고 성장하며 소멸한다. 모든 것은 인과로 연결되어 있다. 서로 독립적이면서 의존적이다. 원인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가 원인이 되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원인은 통제 가능한 원인과 통제 불가능한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과 같이 통제 불가능한 원인은 광범위하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나무는 땅, 물, 공기, 가지, 줄기, 이파리, 햇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람, 자동차 등과도 관련되어 있다. 사람이 나무를 벨 수 있고,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 나무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자녀, 선생님과 학생들, 학생들과 학생들이 연결되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친다. 보는 것, 말하는 것, 듣는 것, 만지고,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작용 반작용의 원리(상호 작용의 원리)’

가는 대로 오고, 오는 대로 간다. 내가 벽을 세게 때리면 벽도 나를 세게 때린다. 벽도 아프고, 때린 손도 아프다. 인간은 보통 나만 벽을 때린다고 생각한다. 작용 반작용의 힘은 같으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내가 상대에게 물건을 주는 순간 상대도 나에게 똑같은 크기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이익을 보려면 먼저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남도 나하고 똑같이 생각한다. 서로 먼저 받아야 하므로 주는 사람은 없다. 작용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남은 내가 통제할 수 없어 주라고 하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먼저 주는 수밖에 없다.


‘상대성의 원리(다양성의 원리, 속성이 없음의 원리)’

인식 주체 입장에서는 상대성의 원리, 다양성의 원리고, 인식 대상 기준으로는 속성이랄 게 없음의 원리다. 큼과 작음, 앞과 뒤, 정지와 움직임, 좋음과 싫음 등의 속성은 인식 주체의 마음 상태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인식한다. 상대적이다.


인식 대상에는 속성이 없다. 혼자 있거나 눈을 감으면 큰 키, 작은 키는 없다. 외계에 있다면 앞이 어느 쪽이고 뒤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동서남북이 없다. 150km로 등속 운동하는 차의 뒷자리에 타고 눈을 감으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느낀다. 반면 도로변에 서 있는 사람은 그 차가 아주 빨리 달린다고 느낀다. 관찰자에 따라 달리 느낀다. 어떤 게 맞는지 알 수 없다. 도로변에 서 있는 사람이 느낀 150km의 속도가 꼭 맞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구가 돌고 우주가 돌고 있으므로 그 영향도 속도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식 대상에는 속성이 없지만 전혀 없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혀 없으면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해야 하는데 인식 주체는 자기 상황에 따라 무언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냥 빛을 보면 색깔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프리즘으로 빛을 분산시키면 여러 색깔이 나타난다. 없어 보이나 무한한 색깔을 머금은 없음이다.


인간은 다양하게 생각하므로 잘 이해하기 위해 내 기준으로 나를 보고, 남 기준으로 남을 본다. 남 기준으로 나를 보면 자꾸 비교하게 돼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고, 중심이 내 밖에 있어 불안정하다. 또한 내 기준으로 남을 보면 이기적 속성(자기중심 속성) 때문에 남을 공감하지 못한다.



세상은 작동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세상은 불확정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인연 상관관계에 따라 계속 변한다. 직간접적인 원인에 따라 결과가 드러나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호 작용을 한다. 작용이 반작용을 낳고, 다시 반작용이 작용이 되어 반작용을 생기게 한다. 현상은 인식 주체의 기준에 따라 각기 달리 보여 내가 보는 것과 남이 보는 것은 다르다.


세상의 작동 원리를 모르고 내 생각대로 사는 경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으며, 잘 되는 일이 없고 힘만 든다. 변하는 것을 꽉 쥐고 놓지 않으며, 안 보이는 인과관계나 전체와 연결 관계 등을 못 본다. 내 행동이 동일한 반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내가 안 주면 상대도 안 준다. 내 기준으로 남을, 남 기준으로 나를 보고 비교하므로 행과 불행이 생김을 애써 무시한다.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아는 사람은 지혜가 있다고 한다. 지혜를 얻어 내 생각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면 물 흐름에 따라가는 배처럼 일이 잘 풀리고 힘이 들지 않는다. 꽉 붙잡고 놓지 않으면 힘들고 중심 잃고 뒤집혀 떠내려갈 수 있다. 흘러가는 물살은 빨라 위험하므로 집중하고 앞을 잘 바라보며, 흐름에 나를 놓아 버리고 내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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