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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12. 2023

4. 다양한 가치를 존중

제6장 세상과 환경에 대하여

절대적 가치가 있는지, 가치 간에 우열이 존재하는지, 절대적 가치는 아니지만 세상을 잘 운영하는 가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A는 사과를 좋아한다. 절대적일까? 시대,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변하지 않아야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A에게는 그 순간 절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A는 시간이 흐르면 선호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또한 B는 배를 좋아할 수 있다. 각자에게는 그 순간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각자 다르게 생각하므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절대적인 가치∙신념∙사명∙자아의 존재 이유∙삶의 목적 등을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이 어떻게 하든 절대적인 가치를 찾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절대적 가치인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 가치를 찾았다고 주장한다면 찾은 것인지, 선택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절대적 가치가 왜 없어? 살생 금지가 있지 않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 세계까지 확장하면 살생 금지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 살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 생물을 잡아먹는다. 대의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하면서 사람을 죽인다. 죽인 자는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언론, 종교 등에서도 비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살기 위해 소, 돼지, 말, 염소, 닭, 물고기 등의 생물을 죽인다. 살생 금지는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내가 남을 죽이면 남도 나를 죽일 수 있고(작용 반작용 원리), 형법상 살인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살인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왜 인간은 절대적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걸까?

‘인식 주체인 인간이 변하는 존재이므로 절대적인 것도 절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나의 상태로 확정되어 있지 않고, 인연 상관관계에 따라 변한다. 관찰자인 인간이 변하므로 절대적 가치가 있더라도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식 주체마다 자기 생각, 느낌 등 주관적 요소가 달라 동일한 인식 대상을 보더라도 각기 다르게 인식한다.’ 둘째가 유치원생일 때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옷을 기워 입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한 반찬만 더 나와도 진수성찬이라고 느끼지만, 금으로 장식한 옷을 입은 공주는 맨날 진수성찬으로 먹기 때문에 소박하다 느낀다.’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속성이 없다.' 인식 대상은 속성이 없거나 여러 속성이 동시에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식 대상인 사물에 앞과 뒤는 항상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면의 끝과 뒷면의 끝을 이어 붙여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 보면 이런 생각은 박살 난다. 뫼비우스 띠는 앞면과 뒷면이 붙어 있어 따로 앞뒤가 없다. 앞과 뒤가 서로 따르고 있다. 단면을 보면 앞과 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면을 연속선상에 보면 우리가 믿는 상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앞과 뒤가 따로 존재하지 않거나 공존한. 미추, 선악 등 가치와 윤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미와 선의 존재는 비교 대상인 추와 악이 있어야 존재한다. 서로 관계를 맺고 비교해야 비로소 각각 존재한다. 둘은 서로 생기게 하고, 공존한다. 선만 따로 존재하지 않고 악과 공존한다. 또한 선하기만 한 선과 악하기만 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절대적 기준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우주 속 먼지와 같은 인간은 전체를 조망하여 변하지 않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인간 능력 밖의 문제다. 어쩌면 인간이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개미가 산을 묘사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간은 절대적 가치를 증명할 수 없고, 절대적인 가치를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으며, 찾은 가치가 절대적 가치라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한다.



가치 간에 우열이 존재하는지 살펴본다.

A, B, C가 있고, 선한 순서가 서구권에서는 A, B, C라고 생각하는데 동양권에서는 C, A, B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부등호로 표시하면 선한 순서는 A < B < C < A다. A와 B를 비교 시 B가 선이다. 그러나 B와 C를 비교하면 B는 악이다. B는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B는 절대적인 선이 아니라 A와 비교할 때 선이다. 또한 A와 B는 순환 관계이므로 B는 A보다 선하다고 말할 수 없다. 즉, 선악의 가치는 비교 기준에 따라 변하고 반전될 수 있다. 인간이 인식하는 가치에 차이는 있지만 우열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적 기준을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이 사물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비교하고 우월 등의 가치를 부여한다. 어쩌면 수양이란 나와 다른 무수한 가치를 포용하여 고정된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는 훈련이다. 단순히 있다,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집착이다. 있다고 생각하면 없어지고, 없다고 생각하면 무수히 존재한다. 있음과 없음을 한 바구니에 담는다.


절대적 가치는 아니지만 세상을 잘 운영하는 가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우주다. 우주는 수백억 년 전에 태어났고, 지금도 무너지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우주 작동의 원리(이하, 자연의 이치)는 오랫동안 별 무리 없이 우주를 운영하고 있어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주는 개별적인 우주 만물의 합이고, 우주 만물 각자가 스스로 정하는 기준들의 합이 자연의 이치다. 하나하나를 보면 제각기 다르지만 우주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오차 없이 잘 작동한다. 우주 만물 중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변하는 것들이 뒤섞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여러 가치를 상대적으로 인식하고 절대적 가치인지 증명할 수 없다.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이상 지향하는 가치가 있든 없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든 욕할 수는 없고 강요할 수 없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가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가치의 우열 관계를 알 수 없으므로 나와 다른 가치를 배척하거나 싫어할 이유도 없다. 여러 가치를 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치는 가지고 있는데 가치대로 살지 않는 경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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