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Nov 13. 2023

5. 분명함과 모호함(이분법의 극복)

제6장 세상과 환경에 대하여

진리는 대립되는 것을 모두 포괄하는 한 덩어리이므로 딱 부러지지 않고 모호하다. 모호해서 답답하지만 모호함에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모호해서 ‘~이다.’라고 확정  않는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좌가 좋아, 우가 좋아?”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다. 이렇게 질문해 답변자를 이분법의 프레임에 가두려고 한다. 사실 둘 중에 하나를 꼭 선택해 답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하는 것 봐서 내가 꼭 선택해야 하는 순간 그때 선택한다. 그 후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이분법적 사고로 온전한 것을 반으로 나누어 반절만 선택한다. 나눈 반절만이 참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 말려들어 하나를 선택한 답변자는 다른 하나를 잃어 자기편이 줄어든다. 이런 이분법 질문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모호성 원리를 활용한다. “응~, 잘 모르겠는데.”, 또는 “다 좋아.”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 말이 맞다.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변하므로 선택한 반절이 늘 맞을 수 없다.


다른 예로 ‘중국과 러시아 중 어느 국가와 우호친선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들 수 있다.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다. 선택이 불가피하지 않은 경우 명확히 대답할 필요가 없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대답이 현명하다. 미리 한 나라를 포기할 필요 없다. 평화를 유지하면서 상황이나 실리에 따라 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선택해야만 하는 때에 해도 늦지 않다. 답변자의 선택 기준은 평화다. 큰 나라 옆에 있는 국가에게 평화라는 가치가 아주 중요하다. 평화를 깨는 국가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며 그런 국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


온전한 것을 여러 토막으로 나눈 후 선택을 강요하거나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경우 질문의 타당성을 먼저 생각한다. 괜히 나누는 질문에 선택을 확정하여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답해야 한다면 질문자가 고정시킨 선택기준이 아니라 답변자의 선택기준에 따라 답한다. 내 선택 기준도 고정시킬 필요 없다. 세상은 변하고 환경도 변한다. 내 몸도, 내 마음도 변하며 상대도 변한다. 고정시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안개가 낀 길을 걷는 것처럼 세상살이가 모호하더라도 답답하거나 두렵지 않다. 길을 알 만한 사람에게 물을 수 있어 답답하지 않다. 알 만한 사람이 없어도 두렵지 않다. 일단 씩씩하게 흐름대로 길을 걸어간다. 걸어가다 만난 사람에게 묻고, 틀렸다면 괘도를 수정한다. 계속될 것 같은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밀려든다.


늘 모호한 태도만 취하는 것은 아니다. 꼭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명하게 선택한다. 상황에 맞추어 선택할 뿐이므로 어떤 선택을 할지 자신도 모른다. 상황이 변하는데도 일관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자기의 기대가 지나친 것이다.


예로 핸드폰을 자율에 맡겨야 하는지 통제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다. 자율에 맡긴다고 해 놓고 왜 강압적으로 하냐고 따질 수 있다. 상황이 변했는데도 남만 일관되기를 기대해 발생하는 불만이다. 지나치며, 자기에게 해롭고, 자기 힘으로 통제 불가능할 때 주변에서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미성년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이 나설 수 있다.


생각이 다르거나 지나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이거나 못 본 척 넘어갈 수 있다. 자기를 해칠 정도면 부드러운 말로, 안되면 서약서에 서명하고 준수하도록 한다(하단 서약서 사례 참조). 그래도 안 되면 법정대리인인 부모는 핸드폰을 뺏는 등 미성년자에게 강제력을 동원하여 매몰찬 행동도 할 수 있다. 애들이 싫어해 가슴 아프지만 애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슴 아픈 사랑의 조치다.


나쁜 습관이 굳어지기 전인 무를 때 가르치는 게 반발이 적고 효과가 좋다. 이미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란 당사자에게 아주 가혹한 일이다. 한쪽으로 치우쳐 자기를 해치는 애를 바라보는 부모도 가슴이 아프다. 마치 상처 입었는데 약 못 발라주고 보고만 있는 부모 심정이랄까? 애들은 아직 부모 심정을 모르겠지만 부모자녀를 끔찍이 아낀다. 부모는 뻔히 예상되는 결과에 안타깝다. 나쁜 습관이 들어 버린 자녀커서 배우자와 주변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자녀가 과도한 때 부모가 분명한 규율을 정하고 지키 하는 일이 힘들지만 하늘이 불인(不仁)한 것처럼 부모 모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제한에 대한 서약서


스마트폰 자율규제에 따라 행복이 크게 달라짐을 통감하며 이 서약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1. 사용시간: 1일 3시간 이내(밤 12시 디지털 웰빙 기준). 딸의 마음을 이해하여 정했다. 아빠는 1시간 이내로 생각하여 반대 입장이었으며 차차 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1일 사용시간이 3시간 이내인 경우 원하면 미리 말한 후 이월 사용이 가능하다.

-> 상기 조항 위반 시 스마트폰 1주일 사용 금지


2. 사용장소: 불허(학교, 스터디카페, 이동할 때), 허용(학원. 다만 안전을 위해 이동시 금지). 부모는 학원에서도 불허하고 싶었지만 딸의 의견을 존중하여 정하였으며 불가피하거나 필요시 부모의 동의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 상기 조항 위반 시 스마트폰 1일 사용 금지


3. 우선순위: 학교 끝나 집에 온 후 숙제를 먼저 한다. 숙제 끝난 후가 아니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한다. 숙제 종료되었는지 여부는 엄마의 승인이 필요하다.

-> 상기 조항 위반 시 스마트폰 1일 사용 금지

<숙제 시간표>                    

내용 생략(요일, 과목, 집에 숙제할 수 있는 시간대 등 적기)


4. 비밀번호, 검열: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는다. 부모가 수시로 검열해도 불만을 갖지 않으며 이에 동의한다. 부모는 자녀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한다.

-> 상기 조항 위반 시 스마트폰 반납


5. 보관: 거실 충전대. 귀가 시나 사용 후 거실 충전대에 놓는다.

-> 상기 조항 위반 시 스마트폰 1일 사용 금지


6. 제한 프로그램: 아빠와 딸은 제한 프로그램 설치에 동의한다.


7. 기타:

① 상기 서약서의 조항은 서명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개정할 수 있다.

② 오프라인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놀이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지원한다.

③ 상기 서약서는 서명한 날로부터 유효하다.


2023.9.**


서명자

아빠:

엄마:

딸:


매거진의 이전글 4. 다양한 가치를 존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