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허언과 비전

제4장 관계에 대하여

by 누룽지조아

사장은 회사가 잘되면 승진시켜 주며, 상여금을 많이 지급하고, 스톡옵션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한다. 대통령 후보자는 몇 퍼센트의 경제성장률 달성, 몇 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 얼마 이상의 주가지수를 달성 등 공약을 내세운다.


직원과 국민은 명확한 비전을 가진 강력한 리더를 좋아한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는 권력 남용으로 직원과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흔하다. 강력한 리더의 비전이나 공약은 대부분 거짓이고 기대하는 직원과 국민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매출, 성장률, 일자리 등 경제지표는 리더가 의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설령 달성했더라도 인위적으로 부양하면 거품이 발생하며 거품이 붕괴할 때 희생이 따른다.


사장이 인위적으로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영업직원, 생산직원 등 인원을 늘리고 싸게 팔아야 한다. 손실과 추가 운영자금을 메꾸기 위해 투자자금과 차입금이 늘어난다. 인건비, 이자비용 등이 증가하여 회사 살림은 더 어려워진다. 회사가 손실을 는 경우 그런 약속들은 지킬 수 없다. 또한, 회사가 잘돼도 상황이 바뀌어 회사 규모나 업무성격에 적합한 인물을 외부에서 충원해야 하거나, 사장의 마음이 바뀌어 약속한 승진, 상여금 지급 등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이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 세금이 늘어나고 국민은 세금 때문에 고생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원이 줄면 경쟁력 없는 회사는 망해 다시 일자리는 줄어든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리더는 국민의 자유, 평등, 평화 등의 가치를 보호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경제나 정치를 대리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봉건제처럼 국민이 리더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리더가 국민에게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을 고생시키는 일은 할 짓이 아니다. 리더가 공정한 경쟁환경 구축, 불평등 해소, 개인의 자유 보호 등 간접적 역할을 하면 국민은 만족할 만하다.


허언이 사기 수준인 경우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큰 손실을 보고 자기는 이익을 얻게 설계한다. 자기가 손해 본다 말은 거의 사기다. 손해 보는 일을 고생해서 할 이유가 없으며, 진짜 손해라면 사업과 자기가 망하기 때문이다. 당하는 사람이 큰 노력 없이도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기대를 높여 사기를 친다.


자식들도 때론 사업한다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다. 사업성이 안 좋아 외부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부모에게 기댄다. 자식들은 허풍 잔뜩 섞어 돈 걱정 없이 살게 해 드리겠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돈 다 줘버리고 노후자금 없어 고생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뭘 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다. 키워 주었으면 할 일 다 했고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 것만으로 큰 일 한 것이다. 이미 커버린 자식에게 부모는 과거에 정성껏 돌봐줬던 동네 아저씨나 아줌마와 같은 존재다. 사업성이 없으면 투자 안 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한다. 사람들은 부모와 자식 간에 매정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 잃고 자식 잃는 것보다는 낫다.


부모는 사업이 타당한지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고 질문한다. 자식이 애처로워 보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식을 도와주는 길이다. 자식도 사업을 꼼꼼히 검토하고 실질적으로 사업계획을 짤 수 있다. 부모의 지원을 못 받은 자녀는 돈 없어 고생하지만 가볍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여러 업무를 자기 손발로 직접 처리하면서 인생을 배우고 스스로 사업을 일굴 수 있다.


허언을 사기 수준으로 하는 사람은 말의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문서화한다. 투자사가 투자 전에 검토하는 것처럼 사업설명서, 신용 상태, 법인등기부등본,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등을 요구하고 사업에 투자할 만한지 검토한 후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물론 자식인 경우 그동안 행실을 감안하여 일부 구두 설명으로 갈음할 수 있다.


금전 피해를 당한 경우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 등 관련기관에 신속하게 고발하고 신용정보회사 등에 채권 추심을 의뢰한다. 또한 피해가 어쩔 수 없다면 후회하지 않고 털고 일어난다.


회사에 대해 이런 기대를 한다. '회사에 뚜렷한 비전과 목표가 있고, 하는 일에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다. 동료는 인간애가 있고 친했으면 좋겠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는 기대에 불과하다. 회사는 친목 집단이 아니므로 불법이 아닌 일로 돈 벌고 급여 주면 최소한의 할 일은 한 것이다. 사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아무 문제없다. 없을 때가 더 좋은 경우도 많다. 비전은 자기가 찾으면 된다. 또한 동료도 친하지 않지만 안 싸우고 그럭저럭 지낼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 정 쌓고 마음 나눌 친구가 회사에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불평할 게 아니다. 번지수가 틀렸다. 마음이나 관심사 나눌 친구는 동호회, 동창 등에서 찾으면 된다.


개인의 삶과 관련된 많은 부분은 회사나 국가가 아니고 각자 선택하고, 행동하며 책임져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삶이 자유로워진다. 남 탓하지 않으므로 남과 좋은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꿈 부풀리고 책임지지 못할 말하는 리더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기대를 버린다. 오히려 그런 리더는 신뢰성이 떨어지고 구성원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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