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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23. 2023

6. 정당방위(대항폭력)

제7장 공동체에 대하여

폭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대항폭력은 정당하다.'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 성격의 폭력 사용정당하다. 비폭력은 꼭 지켜야 할 절대적 규범이 아니며 평화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약자는 대항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 약자가 비폭력 저항을 하다가 희생이 커져 비폭력 저항의 무력감을 느끼고 절망할 수 있다. 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강자에게 무시당한다. 아주 웃긴다고 한 대 더 맞는다. 잘해주면 막 대하고 무섭게 하면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인간이다.


'대항폭력으로 저항하여 희생을 줄일 수 있다.' 약자가 비폭력으로 저항하면 조금 공격받 폭력으로 저항하면 많이 공격받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약자가 반격 안 하는 걸 알면 강자는 좋다고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손쉽게 저항자를 폭행, 체포, 구금, 감금 등을 할 수 있다. 비폭력 저항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고 피해와 희생자만 늘린다.


불교에서 중생이 지켜야 할 사항으로 불살생(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음)과 자비심말한다. 자비심은 타인을 나처럼 아끼며, 안쓰러워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심이 사랑과 유사한데 사랑의 범주에 안쓰러워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어 대단한 통찰력이다. 비로소 정의롭지 못한 사람도 억울하지 않게 사랑할 수 있는 비심이라는 수단이 생겼다. 폭력 행사는 자비심에 어긋난다. 내가 맞기 싫어하듯이 타인도 맞기 싫어한다. 다만, 불교에서 남이 폭력을 행사할 때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대항폭력을 쓰는 것이 정당한지는 불분명하다.


노자는 피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항폭력 사용을 인정했다. 전쟁을 반대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수동적이고 비심으로 전쟁에 응하고 수비한다고 했다.


대항폭력은 정당방위와 유사하다. 형법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침해자에게 취하는 가해 행위다. 폭력 사용은 위법이지만 자기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위해 방어 성격의 폭력 사용은 허용한다.


즉 형사책임이 면제되거나 감경되는 정당방위는 '현재' 부당한 침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어', '상당한 이유',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 '상당성'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형법에서는 사회질서를 중요시하며 가해자의 생명권도 존중다. 2022년 싸움의 90%가 쌍방폭행으로 처벌받았다고 하니 현행 한국법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방어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센 방어, 현재 공격받지 않는데 반격하는 행위, 방어를 넘어선 공격 행위, 주먹으로 때리는데 도구나 흉기를 사용하는 방어, 한 대 맞았는데 그 이상으로 때리는 과잉 방어 등은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또 다른 폭행으로 본다. 쌍방 폭행이다.


싸우는 경우 서로 공격이 오가고, 증거가 불충분하며, 서로 말이 달라 현재 법률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다. 서로 상대가 먼저 공격해서 방어만 했고 더 맞았다고 주장하니 먼저 공격한 사람이나 과잉방어한 사람을 판단하기 어렵다.


싸워야 얻는 게 다. 나도 남도 손해다. 싸움으로 다치고 경찰서에서 조서 작성하고 기소되면 돈 써가며 긴 기간 법정에서 또 싸워야 한다. 싸움꾼은 상대가 싸움에 동참하기를 고대한다. 같이 싸워야 자기가 행사한 폭력을 변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하고 소극적으로 방어한다.


먼저 공격하거나 과잉 방어 행위는 범죄다. 애가 팔을 긁혔을 경우 부모가 너도 다음날 가서 긁어주라고 하거나, 아주 밟아줘 등의 말을 듣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면 과잉 방어에 해당하고 현재 공격이 없는데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별건의 폭력 행위다. 범법 행위다.


힘센 자가 주먹으로 때리려 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먼저 그 상황이나 자리를 피한다.  자리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 주먹을 피한다. 못 피해 맞은 경우 신고한다. 그래도 때리면 주먹을 막거나 팔을 꺾는다.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경우 주변에 호소한다. 동영상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막다가 크게 다칠 수 있는 경우 도망친다. 강자가 흉기 들고 쫓아올 것 같으면 급소를 잽싸게 공격하고 빨리 달아난다. 정당방위 벗어났는지 그런 것 따질 상황이 아니고 먼저 살고 본다.


피하고, 피하지 못한 경우 현재 공격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를 한다. 법률적 논란 소지가 있을 때 동영상, 진단서, 주변 CCTV, 증언 등을 확보하여 방어한다.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말 많이 했는데 그러면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경우 싸울 건가? 싸우지 않을 건가?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좋다. 건들면 피곤해지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평소에 힘을 기르고 관리한다. 상대의 침략 의도와 상황을 살펴 가능하면 협상한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싸운다. 대항폭력을 사용할자리이타, 생명 존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내 문제는  죽이려고 하지 않는 이상 가급적 평화적으로 싸운다. 대외 문제로는 외적이 총칼 들고 쳐들어 올 때를 들 수 있다. 웬만해서 칼집에서 칼을 뽑지 않지만 칼을 뽑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심을  가지고 맞서 싸운다. 적의 목숨도 중요하지만 내 목숨도 중요하다. 내가 안 싸우면 내가 죽거나 동포가 죽는다.


강자인 경우 큰 고민은 없다. 약자라면 처지를 받아들이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싸운다. 개방적인 마음으로 환경과 전쟁 흐름을 유심히 살피고 신속하게 움직인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내부의 힘을 모은다. 사방에 침략자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알리고 동조하는 국가나 세력과 연합한다. 양기질의 국가나 세력은 조심한다. 싸울 때나 싸움이 끝난 후 진상 부릴 수 있다. 기질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연합한다. 약자라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으므로 전면전은  피한다. 강자와 싸울 때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덩치 크고 느린 적군의 힘을 소진시킨다.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치고 빠지기를 끈질기게 반복한다.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적군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는다. 적군이 지치고 피해가 누적되어 전쟁을 끝내자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장기전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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