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집에서 법과 상벌 놀이를 하다

1.2. 시계 편

by 누룽지조아

상대와 전투력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7계 중에 법과 상벌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집에서 법과 상벌을 잘 집행하는 경우 효과가 있을까?


애들이 유치원 다닐 때 자기들 멋대로 해서 집에 법을 만들었다. 법규를 제정하고 지키는 놀이를 했다.


가정의 국민이자 보호 대상자인 애들이 내용을 발의하고, 행정부 수반이자 내무부장관인 엄마가 그 내용에 대해 동의했고, 행정부 수반이자 외무부장관인 아빠가 그 내용을 집대성했다.


<집의 법(法)>

제정 2015.5.25


제1조(법령 취지)

집의 법은 가정 구성원들이 각각 삶의 주체로써 행동에 책임을 지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정하는데 목적이 있다.

제2조(먹다)

① 돌아다니지 않는다.

② 골고루 먹는다(특히 채소).

③ 농부, 요리하는 엄마와 돈 버는 아빠를 생각해서 감사히 먹는다.

제3조(싼다)

하루에 한 번씩 싼다.

제4조(치운다)

① 싼 다음 휴지는 잘 치운다.

② 놀고 난 다음 휴지를 잘 치운다.

③ 놀이한 후 정리한다.

제5조(자율과 생각 연습)

① 집에서 자율 학습을 한다.

② 자율 학습을 하지 않으면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③ 존중하고, 겸손히 들으며(보기를 포함한다), 느끼고 생각하며, 말하고, 신속히 행동한다.

④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제6조(잔다)

오후 10시 이전에 잔다.

제7조(벌칙)

① 제2조 1항(먹을 때 돌아다님), 제4조 2항(놀이 후 휴지 치우기), 제5조 2항(자율 학습을 안 하고 텔레비전 시청)을 위반한 자는 회초리형에 처한다.

② 제2조 2항(골고루 먹기), 제4조 3항(놀이한 후 정리), 제5조 1항(싼 다음 휴지 정리)을 위반한 자는 잔소리형 이상에 처한다.

③ 제2조 3항(감사한 마음먹기), 제3조(싼다), 제4조 1항(싼 후 치운다), 제5조 3항(존중 등 5가지 일), 제5조 4항(새로운 일에 도전)을 위반한 자는 잔소리형에 처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그때 큰애에게 물었다. ”집에 법이 있으니 어떠니?” 큰애는 좋다고 했다. "뭐가 잘못한 행동인지 분명하니까 잘못을 알 수 있고, 잘못을 했을 경우 벌칙을 받아들일 수 있어. 회초리와 잔소리라는 분명한 벌칙이 있어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해. 잘못이 줄어들고 잔소리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엄마의 잔소리가 줄어들었어.”라고 했다. 큰애가 한 마디 덧붙인다. "칭찬도 많이 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 당시 집에 법을 정하니 예방 효과가 있었다. 매번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고 잔소리 듣고, 잊어버리고, 다시 똑같이 행동했다. 법을 정한 이후 규정되어 있는 행동할 때는 유념했다.


법은 엄격히 적용하면 무섭다. 중단기적으로 질서가 잡히고 잘못을 예방할 수 있다. 그때 자율 학습을 빨리 끝내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엄마는 신나 좋아하는 선물을 사줬고, 반대로 자율 학습을 하지 않고 텔레비전 볼 때 잔소리를 했다.


시간이 흘러 애들이 학교와 학원에 다녔다. 학교와 학원 숙제가 늘어났고 자기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모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전 제정한 법은 지금은 유야무야 되었고 지금 따져보니 지키고 있는 게 많지 않다.


세상에 지켜야 할 법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집에서까지 법을 만들어 지키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감사, 존중, 도전 등 좋은 내용이 많으나 마음대로 하도록 그냥 놔둬야 하는 내용도 있다. 이유가 있어 하루에 2번 쌀 수 있다. 유치원 때야 10시 이전에 잘 수 있었지만 일이 있거나 숙제로 바빠 10시 넘어 자는 게 편할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호하다.


부모가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애들에게 지키라고 말해봐야 효과가 없다. 또한, 잘 만든다고 말이나 조문이 많으면 기억하기 어려워 지킬 수 없고, 엄격하게 법과 상벌을 적용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는데 귀찮아 바꾸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사문화된다.


죽고 사는 전쟁 상황에서 엄격하게 집행하는 군령과 상벌로 병사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는 다르다. 애들이 자기를 해치는 지경의 단기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존중하고 애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게 법이나 상벌보다 오래가는 것 같다.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일을 지키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모른 척 바라보며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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