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은 생사의 갈림길

1.1. 시계 편

by 누룽지조아

1992년 2월 날씨가 추웠다. 군대에 갔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군 복무기간이 길었다. 30개월이었다. 인생의 두 번째 고비였다. 고등학교 때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강도를 만나 끌려간 게 첫 번째 고비였고, 군대 생활이 두 번째였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102 보충대에서 신병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마칠 즈음 일부 사람을 별도로 차출했다. 친척이나 일가족 중 알만한 사람 있으면 써내라고 했다. 정의감에 불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11사단 작전사령부나 전경으로 갈 사람이었다. 결국 전경에 배속되었고 앞으로 닥쳐올 일을 예견하지 못했다.


전경은 경찰청 소속이므로 계급이 이등병에서 이경으로 바뀌었다. 군기가 셌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젓가락을 사용한 이경이 있어 얼차려를 받았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밥을 빨리 못 먹어 뒤에 대기하는 선임이 기다려야 하므로 이경은 젓가락을 쓰지 않는 선임들의 규칙이 있었다. 사회생활의 상식이나 대화가 안 통하는 곳이었다. 폭력도 난무했다. 높은 학벌은 구박의 대상이었다. 부담감, 비난 등으로 위축시켜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다.


운이 나쁘게 악독한 선임이 있었다. 돈을 뺏고, 때리며, 상대를 갈구어 이유 불문하고 복종시키려고 했다. 동기들을 많이 때렸다. 우리 기수와 입대 개월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군 제대할 때까지 하참으로 생활해야 하는 기간이 길었다. 이런 때 꼬였다고 한다. 아주 힘든 곳이라고 직감했다.


군대 생활의 목적이 뚜렷해졌다. 그 선임과 맞서 싸우면 싸운 이후 군 생활이 고달프다. 동기들도 나 때문에 고생한다.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잡았다. 정신적 타격을 받지 않고 트라우마나 발작 안 하고 군 제대하면 목적 완수다. 어느 날 괴산에 대민 봉사를 나갔다. 논 주인이 꿀을 탄 막걸리를 내주었다. 많이 마셨다. 동기 중에 한 명이 술 많이 먹고 용기가 생겨 그 선임을 죽인다고 낫 들고 쫓아다녔다. 그날 저녁 부대로 복귀하여 하극상 버렸다고 깜깜한 바비큐장으로 동기 모두 불려 갔다. 하늘에 달이 떠있었고 주변은 어두워 두려움이 몰려왔다. 선임들은 인정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었고, 열받아 있었다. 어떻게 맞았는지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가슴에 수건 대고 맞고, 발 빳다를 맞은 것 같다. 수건을 자리를 때려 맞은 부위에 멍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 빳다를 때리는 이유는 잘 안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발이 팅팅 부어올랐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다.


그 선임과 싸울 때 승률 계산이 쉬워졌고 군 생활의 목표가 명쾌해졌다. 군대 생활하는 기간에 어디로 도망가지 못한다. 도망가면 탈영이고 영창을 간다. 기간이 정해진 싸움이고 그 기간 동안 버티면 승리다. 군 생활의 목표는 살아 제대하기였다. 젊은 시절 반항심이 컸고 고집이 셌다. 다 내려놓고 우선 살아야 했다. 그 선임이 갈구더라도 멀쩡한 정신으로, 트라우마 없이, 몸 건강히, 폭력에 물들지 않고 군을 제대하면 목표 완수였다. 엄청난 정신 수련 기간이었다. 어찌어찌해서 2년 6개월간의 군 생활을 잘 견디고 해방을 맞았다.


군대 생활이나 개인끼리 싸움은 몇 사람의 문제이지만 국가 간의 싸움은 훨씬 심각하다. 전쟁에 생사를 걸어야 하고,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다. 전쟁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전쟁할지 여부를 신중히 생각한다. 손자병법을 익힌 자는 막무가내로 싸우지 않는다. 싸우기 전에 승률을 계산하고(勝算), 냉철하게 대처한다. 아군과 적군의 5가지 바탕(오사五事)과 7가지 지표(칠 계七計)를 비교하여 군사력을 측정하고 전쟁의 승패 시뮬레이션을 하여 승률을 따진다(得算). 싸울 때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에 능하고, 적에게 속임수(궤도詭道)도 쓴다.


승률을 따질 때 사용하는 7가지 지표(칠 계七計)는 다음과 같다. 도리에 따르는 군주, 적합한 환경의 흐름(천시와 지리), 유능한 장수, 잘 집행하는 법령, 강력한 군대(군사력), 훈련된 군인, 분명하게 집행되는 상벌을 말한다.

유능한 장수는 지혜롭고 믿을 만하며 인자하나 용맹스럽고 엄한 특성이 있다고 했다. 군형편에서 군사력은 토지의 넓이, 경제력(생산량), 인구수, 병력 규모, 상대와 병력 비교로 평가했다.


회사의 경쟁력을 손자병법의 7계 방식으로 따지면 이렇다. 도리에 따르는 대표이사, 환경ㆍ상황 변화의 적합성, 유능한 부장 또는 팀장, 강한 조직, 훈련된 직원, 잘 설계하고 집행되는 사규, 분명한 벌칙의 지표를 사용할 수 있다. 노자에게 7가지 지표를 물으면 상벌을 지표에서 뺏을 것 같다. 노자와 손자는 가는 길이 다르다. 노자는 장기 전략을 중시하고 되도록 싸우지 않는다. 단기 수단인 상벌을 지표에서 빼고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을 넣었을 것 같다.


7계 중 도, 천과 지에 대해 도덕경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환경의 흐름(도, 천, 지에 대해 설명)에 대해서는 도경에서, 도리를 따르는 군주는 덕경에 내용이 있다. 전쟁터 장수, 군사력에 대해 손자병법에, 법과 상벌에 대해 한비자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싸울 때 훈련된 군인이 중요하지만 평화 시대에는 수양하는 개인으로 바꿀 수 있다. 불경에서 관련 내용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아 찾아온 행복이라는 글도 그 관점에서 썼다.


전쟁은 사람이 죽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다. 전쟁 목표를 이기는 데에 두지 않고 이익 극대화나 피해 최소화로 명확히 한다. 싸우기 전에 승률을 꼭 따져 본다. 이길 싸움만 하고, 이왕 싸우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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