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교묘한 계책으로 이긴다
11.2. 구지 편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 교묘한 계책을 사용해 이기는 전략을 교능성사(巧能成事)라고 한다.
손자병법에서 불의(不意), 불가측(不可測)을 강조했다.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不意) 출격하라(시계 편). 적이 달려오지 못하는 곳을 향해 출동하고, 적이 생각하지 못하는 곳(所不意)으로 달려간다(허실 편). 정중히 병사들을 먹이고 피로하지 않도록 한다. 사기를 한 덩어리로 모으고 힘을 축적하며 군대를 운용하고 계책을 꾸미니 헤아릴 수 없다(不可測)(구지 편).
불의(不意)와 불가측(不可測)의 계략이 승리 확률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본다. 만약 나와 상대가 실력이 비슷하다면 처음 싸움에서 이길 확률은 50%고, 2번 싸워서 2번 다 이길 확률은 50% X50%=25%다.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 교묘한 계책으로 공격하면 승률을 올릴 수 있다. 70%라고 하자. 상대를 약탈하고 파괴하면 상대의 힘은 약해져 2차전 승률이 더 올라가 80%가 되었다. 2번의 전쟁에서 2번 다 이길 확률은 70% X80%=56%다. 불의(不意), 불가측(不可測)을 사용할 때 사용하지 않은 경우보다 승률이 크게 올라간다.
예전에 당구를 많이 쳤다. 회사생활을 쓰리쿠션 당구와 함께 시작했다. 당구비와 밥값 많이 내주었다. 기본기 없이 야전에서 배운 당구 실력은 잘 쳐주어야 120이었다. 고수들의 틈 바구니에서 살아남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은 짠 200, 300, 500 등이었다. 치면 매일 깨졌다. 당구는 확률 싸움이기에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하수가 이길 확률은 줄어들었다.
두 사람이 당구를 친다. 한 사람은 100이고 다른 사람은 300이다. 하수가 고수를 이기려면 불의(不意), 불가측(不可測)의 방법밖에 없다. 불시에(不時), 예상외의 장소에서(所不意), 교묘한 방법을 사용해야 이길까 말까 하다.
시간과 장소를 잘 잡는다. 고수가 가장 피곤한 시간ㆍ하수는 가장 기분 좋은 시간에, 고수가 요청하는 시간이 아닌 하수가 요청하는 시간에, 고수가 자주 가는 당구장이 아닌 하수가 자주 가본 구장을 잡는다. 고수가 익숙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 적응하느라 헤맬 때 하수가 친 큐가 우연인지 실력인지 들어가고, 고수가 치는 공이 어렵게 위치하는 날에 그나마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조금 있었다.
하수가 이기는 날 고수는 더 치자고 할 수 있다. 말려들지 않고 짧게 친다. 당구 치자고 제안할 때 오늘은 바쁜 일 때문에 한 게임만 치고, 다른 사람과 동행하자고 말한다. 실력이 없는 사람이 운으로라도 이길 수 있는 경우는 단기전이다. 시간이 늘어나 고수가 많이 치면 하수의 승률은 확연히 떨어진다. 칠 때 시간을 끄는 동행자는 우군이다. 점수가 낮고 미적여 한 큐 치는데 시간 많이 걸리는 사람이다. 고수는 답답해지고, 덕분에 고수가 칠 수 있는 타수가 확 준다.
불의의 기습으로 하수가 어쩌다 한두 번 이길 수 있다. 불의(不意), 불가측(不可測)의 방법으로 승률을 높일 수 있으나 현격한 실력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실력은 냉정하다. 하수가 힘을 팍 주고 아무리 집중해도 고수를 거의 이길 수 없다. 여러 번 치면 실력 좋은 고수가 금방 적응한다. 하수인데 지기 싫은 사람은 실력 차이가 큰 사람과 안 치는 게 상책이다. 불의의 기습을 하더라도 승률이 상대보다 2배가 넘지 않는 사람, 하수, 지기 싫은 사람 등은 수비에 집중한다.
지더라도 무방한 하수는 염치 불고하고 더 잡아달라고 하거나 마음 편하게 밥값과 게임비 다 낸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