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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Jan 04. 2024

26. 지켜야 할 일관성은 양심뿐이다

8.2. 구변 편

일관성이 있어야 하나? 일관성은 장수의 자질로 보면 믿음(信)과 관련 있다. 자기가 한 말을 지키므로 예측할 수 있어 남이 믿을 수 있다.


형태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계절에 따라 싹 뜨는 나무, 잎이 무성한 나무, 열매 맺는 나무, 이파리를 떨구는 나무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 모습 모두가 나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관성이 없다고 나무를 비난할 수 있는가? 나무는 계절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순환하고 있을 뿐이다. 물은 기체, 액체나 고체 형태, 투명한 물이나 불투명한 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모두 물이다. 물이라는 형태는 변했으나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 액체인 물은 0도 이하이거나 100도가 넘으면 액체 상태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다. 주변에 돌이 많으면 맑고, 흙이 많으면 흙과 어우러진다. 물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변한 형태만 가지고 일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형태나 성향은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 만약 10살 때 대통령, 15살 때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하자. 그 애는 일관성이 없는 것인가? 사람들이 보기에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친구의 일관성의 잣대를 대통령이나 의사처럼 고정된 직업이 아니라 자기 성향에 맞는지에 두는 경우 일관성을 어긴 적이 없다.


일관성 준수 여부는 자기 본성, 신성이나 양심을 따르고 속이지  않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상대가 누군지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대가 나를 아끼는 친구인 경우 나도 친구를 아끼는 마음을 내어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으로 믿음을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적은 싸워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다. 기의 이익을 위해 나를 해친다. 적에게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 적은 나를 예측할 수 있다. 적이 예측할 수 없게 변화무쌍하게 행동한다. 손무는 이를 변칙(奇)라고 표현했다.


손무는 적, 지형과 적 기세의 변화에 따라 아군이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는 항상 같은 형태가 없고 물도 늘 고정된 형태가 없다. 적의 변화에 따라 승리를 거두는 것을 신기라 부른다(허실 편). 군대를 다스리는데 다양한 상황 변화(九變)를 모르면 지리의 이점을 알아도 용병에 활용할 수 없다(구변 편). 정렬된 깃발의 군대나 당당한 군진의 군대는 공격하지 않는다. 이것을 상황 변화를 다스린다고 한다(군쟁 편).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친일파는 일제에 부역했다.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친일파들이 일관성을 지킬 수 없었다는 주장은 정당한가? 일제 치하였으므로 살기 위해 친일을 했다는 주장이다. 사실과 다르다. 친일파들의 부나 권력이 일제강점기에 늘어났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친일마지못해서 했는지 적극적으로 했는지 알 수 있다. 살기 위해 친일 했다는 사람이 일제강점기에 돈과 권력이 유지되거나 늘어났다. 황국의 신민이 되자고 외치던 자가 있었고, 장관을 한 자도 있었다. 해방 후 더 나갔으며, 그 자손들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동포에게 해 끼치며 양심을 저버린 사람이다.


반면 독립투사는 있는 돈 다 털어서 만주에서 고생하며 독립운동을 했고, 그 자손들은 교육받지 못해 대대로 가난하게 산다. 친일인명사전 하나 당당히 만들지 못하고, 국민성금 모아 수년에 걸쳐 만들었다. 자기의 이익을 희생하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헌신했다.


남에게 손해 끼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일관성을 포기한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나무는 추운 겨울날 잎을 떨구지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겨울에 잎이 무성한 나무는 정상이 아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정을 받을 가치가 전혀 없는 자들이 있다. 배운 자 중 배반자, 국민에게 권력, 부와 명예를 얻고도 배반한 자, 문학 꽤 했다는 문인 중 배반자, 자기 나라 지키라고 있는 직업군인 중 탄압의 앞잡이가 된 배반자다."



변하는 상황이나 환경에서 형태가 변하는 게 자연스럽다.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은 본성, 신성이나 양심을 따른다. 나도 남도 좋고, 나도 남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친구인지 적인지 아직 잘 모르는 상대가 나에게 왜 일관성을 지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다음사항을 고려한다. 상대가 일관성을 지키는지, 상호 이익인지, 상호 존중하는지 본다.


변칙을 쓰는 사람이 자기 기준의 일관성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 없다.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고수는 일관성 있게 행동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행동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자기 이익을 위해 예측할 수 없게 행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만 일관성을 지키는 경우 맨날 당한다.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은 본성, 신성이나 양심에 따를 뿐이다. 상대, 때나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변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일관성을 안 지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아끼는 친구, 가족 등에게 뱉은 말을 지키고, 지키는 사정이 있으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자기 이익을 위해 남에게 손해 끼치거나,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또는 적에게 일관성 있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짓은 어리석. 예측할 수 없도록 말하고 행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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