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Jan 19. 2024

2. 나라와 백성이 적은 것처럼 돌본다

도덕경 제80장

나라를 작게 여기고,

백성을 적게 여긴다.


수십 명이나 수백 명의 인재들이 있을지라도 쓸

일이 없으며,

백성들이 죽음을 경시하지 않고 옮김을 멀리하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으며,

아무리 갑옷과 병기가 있어도 펼칠 일이 없다.


백성들이 매듭글자로 되돌아가도록 하여,

문화를 희생하고 이를 사용하게 하더라도,

음식 맛이 좋고, 옷을 잘 입으며,

삶이 편하고, 풍속을 즐기게 한다.


이웃 나라가 마주 보이고,

, 개소리가 서로 들리며,

백성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고 가지 아니한다.


小國寡民.

소국과민.

使有什伯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사유십백지기이불용, 사민중사이불원사.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수유주여, 무소승지, 수유갑병, 무소진지.

使民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사민부결승이용지, 감기식, 미기복, 안기거, 낙기속.

國相望, 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인국상망, 계견지성상문, 민지노사, 불상왕래.


제80장은 리더가 백성이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나라와 많은 백성을 지향하면 군사력을 키우고 남의 나라를 침략한다. 나라와 백성이 적은 것처럼 돌본다. 경쟁사회에서 문화나 유능함을 숭상하는 리더는 말하는 능력, 쓰는 능력, 미적능력, 지적능력, 판단능력 등이 떨어진다고 무시하고 차별할 수 있다. 리더는 백성들의 그런 능력을 키우는 체제를 만드는 것보다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며,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데 힘쓴다. 이웃나라와 싸우거나 경쟁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사회분위기를 만든다.


왕이 아닌 개인에게 소국과민(小國寡民 )은 미니멀리즘의 느낌과 유사하다. 무소유와는 다르다. 있거나 없거나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이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삶을 즐긴다.


집이 크다고 자랑하지 않지만 집이 작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필요한 정도의 크기에 만족한다.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과시하거나 잘 사는 척을 할 필요가 없다.


대개 큰 집, 좋은 차, 넘치는 물건과 많은 수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거나 바란다. 남의 이목 맞추려다 자기가 행복한 삶, 이웃과 어울리는 삶이라는 본질을 훼손한다. 이런 것들을 갖추려면 돈을 많이 벌고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일 때문에 피곤하고 유지하는데도 힘들다. 큰 집 청소하기 힘들고 유지비도 많이 든다. 물건들을 너무 많이 사 오히려 많은 물건 때문에 불편하다. 소비욕에 돈이 축나벌기 위해 일을 더 해야 한다. 많이 사는 만큼 많이 버려야 한다. 안 버리면 쌓여 지저분하고 사는데 불편하다. 가진 게 많을수록 신경 쓸 게 많다. 미니멀리즘은 줄이는 게 목적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줄여 본질에 충실하게 사는 삶이다. 어찌 보면 실익을 챙기는 삶이고 현재를 중시하는 삶이다.


고대부터 백성은 전쟁이나 지배세력의 착취 때문에 편안하 살기 힘들었다. 지배세력은 권력이나 제도 등을 이용하여 착취했다. 동학농민전쟁이 있었을 때도 그랬다. 고부군수 조병감이 횡포를 심하게 부렸다. 그는 무고한 백성에게 죄를 씌워 돈을 수탈하고, 비각과 보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돈을 징수했다. 물에 세금을 매기는 수세(水稅)를 받아 착복했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든지 횡포 부리는 권력자, 부패한 자나 착취자는 백성에게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날강도다. 백성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동학군은 보국안민, 신분제 폐지 등을 외치며 백성들이 편안하게 사는 사회를 꿈꾸었다.


노자는 전쟁 등으로 피폐한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다. 백성들이 즐겁게 살고 착취당하지 않는 공동체 사회를 꿈꾸었다. 리더가 나라와 백성 즉 공동체 사회를 아껴야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백성에게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고, 사치나 군사력으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또한, 리더는 백성들이 즐겁게 일하고 편안히 살며 이웃 나라와 경쟁하지 않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힘쓴다.


‘나라와 백성을 아끼는 통치’

크거나 많으면 함부로 사용하고 없어져도 모른다. 리더는 나라와 백성이 작고 적은 것처럼 애지중지하고 소중히 보살핀다.


‘지식으로 차별하지 않고, 백성현재 삶과 자유를 아끼는 통치’

리더는 지식 등 기교로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다. 백성들을 기교 없이 순박하게 진심으로 대하고 지식만 뛰어난 인재보다 진실한 인재를 뽑아 쓴다. 백성들도 벼슬하기 위해 품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윗물이 맑아 백성들도 본성에 따라 소박하게 만족하며 산다.


또한 리더는 백성들전쟁이나 먹고살기 힘들어 죽음을 경시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 백성들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면서 사는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


옮김을 멀리하지 않는다를 어떤 의미로 이해하여야 하는가?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으며 가더라도 먹고살 만하다. 무주(無住)의 비유적 표현으로 보인다. 물과 같이 정착하지 않고 흐르며 어디에도 얽매지 않는 자유의 의미다. 백성이 정착 생활을 하는 경우 국가는 호구 조사 등으로 백성통제하기 쉽다. 왕은 백성들의 정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백성을 통제하거나 구속하지 않고 자유를 보장하며, 백성이 그 자유를 꺼리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치나 군사력으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통치’

 왕은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비싼 물건으로 꾸민다. 사치가 심한 왕 때문에 국가 재정은 어려워지고 백성들에게 매기는 세금은 많아져 백성고생한다. 또한, 왕이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군대를 늘리면 백성은 군대에 끌려가 군역을 치른다. 왕이 권위를 내세우면 백성들은 세금과 군역으로 고생하므로 진정한 리더라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박하다.


배와 수레는 사치의 상징이다. 현대의 느낌으로 이해하면 리더가 고급 요트가 있고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느낌과 비슷하다. 춘추시대에 재상이었던 관중이 지은 관자에 배와 수레를 왕이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사치품으로 표현했다. 管子 1권 권수(權修)에 나라가 가난한 것은 왕이 배나 수레를 화려하게 꾸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금이 무거워지며 백성이 왕을 원망한다고 설명했다.


‘문화보다 백성의 본성을 추구하는 통치’

문자로 쌓아 올린 문명으로 인간은 자연스러운 삶에서 멀어졌다. 손에 흙 묻히지 않고 머리를 굴리며 산다.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병이 생기고, 암과 같은 무서운 신체의 병도 생긴다. 노자는 이런 삶보다 편안히 살면서 즐거이 일하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의 삶을 예찬한다.


'문화를 희생하고 매듭글자로 돌아가더라도'의 의미는 선한 마음으로 자연과 벗하고 노동을 하며 사는 삶의 비유적 표현이다. 문화는 말과 글로 축적된다. 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거나 공간을 옮기면 전달할 수 없어 축적할 수 없다. 따라서 문화를 대표하는 매개체는 문자다. 문자는 인간의 사고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문자를 사용해 사물을 개념화하고 이론을 정립한다. 반성의 과정을 거쳐 개념을 재정립한다. 인간은 문자를 논리적으로 사용해 머리 굴리는 능력이 발전했다. 문자화한 글을 배우고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역사가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식을 축적하고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땀 흘린 후 상쾌함도 자연 속의 한적함도 느낄 수도 없다. 인간이 자연스러움과 멀어질수록 소외 문제가 커진다.


‘이웃 나라와 쟁하지 않아 평화로운 통치’

이웃 나라와 전쟁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백성이 닭 울고 개 짖는 한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통치한다. 전쟁이 나거나 경쟁하면 서로 오간다. 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 버리고 피난 가거나 남이 많이 벌어 부러운 사람은 고향 버리고 돈 더 주는 외국으로 다. 리더는 백성이 남과 경쟁하는 환경보다 한적함 속에 본성에 따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어 통치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 꾸밈없이 말하고 통합적 사고를 하며 먼저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