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덕을 베풀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도덕경 제79장
큰 원망은 누그러져도,
필히 남는 원한이 있다.
어찌 도에 맞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성인은 좌계를 쥐고 있으나,
남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신표를 받아 보관하고,
덕이 없으면 세납을 받고 징수한다.
하늘의 도는 친소가 없지만,
늘 도에 맞는 이와 함께한다.
(주1) 신표: 증거를 삼기 위해 서로 주고 받는 좌계(채권자)와 우계(채무자)
和大怨, 必有餘怨.
화대원, 필유여원.
安可以爲善?
안가이위선?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시이성인집좌계, 이불책어인.
有德司契, 無德司徹.
유덕사계, 무덕사철.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
큰 원망은 원한을 남긴다. 리더는 백성에게 형벌을 무겁게 하거나 세금 과다 부과, 고된 군역 등 억압하거나 착취하여 큰 원망을 쌓지 않는다. 또한, 리더는 덕을 베풀고 상대에게 보답을 바라지 않기에 보답을 독촉하여 원망 살 일이 없다. 이런 사람 곁에 하늘의 도는 늘 함께한다. 리더는 한 걸음 더 나가 원한이 있더라도 복수로 갚지 않고 덕으로 보답한다(報怨以德, 63장).
‘큰 원망은 원한이 남는다.’
왕이 형벌을 무겁게 하고, 세금 과다 부과하여 착취하는 행위로 백성들에게 산 원망은 풀어져도 여한이 남는다. 큰 원망을 품은 사람은 원망으로 되돌려준다. 복수는 또 다른 원한을 낳고 그 원한으로 마음이 상하므로 도에 맞다고 할 수 없다.
‘유덕한 자는 덕을 베풀고 보답을 바라지 않아 원망을 사지 않는다.’
성인이 좌계를 쥐고 있다는 말은 덕을 베풀어 돈 빌려준 채권자와 비슷한 입장이라는 비유적 표현이다. 그러나 성인은 자기를 채권자로 생각하지 않고 베푼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보답을 바라지 않아 독촉할 일도 원한 살 일도 없다.
덕이 있는 사람은 베풀고 상대를 너그럽게 대한다. 베풀고 신표를 받아 조용히 보관하는 사람처럼 별 말하지 않고 티 내지 않는다. 상대는 신세 졌다는 마음에 시키지 않아도 도와주고, 언젠가 그 신세를 갚는다.
'무덕한 자는 베풀고 보답을 독촉하여 원망을 산다.'
덕이 없는 사람은 베풀고 상대를 가혹하게 대한다. 베풀고 세금을 징수하는 세리처럼 상대를 닦달하며 보답을 독촉한다. 상대는 신세를 지고도 괘씸하게 생각한다. 상대에게 원망을 산다.
‘도는 유덕한 자와 함께한다.’
도는 선하든 선하지 않든 대하는데 친소가 없다. 선인(善人; 도를 닦아 도에 맞는 사람)만을 특별히 돕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선인을 돕고 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가 선인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인이 도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선인은 늘 도의 길을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