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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Jan 26. 2024

9. 주제넘게 강하고 굳센 기운을 버린다

도덕경 제73장

감히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면 죽이고,

감히 씩씩하고 굳세지 않으면 살린다.

이 두 가지는 이롭기도 해롭기도 하다.


감히 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하늘이 싫어하는 것이라는 그 변고를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 때문에 성인은 감히 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오히려 어렵게 생각한다.


하늘의 이치는

싸우지 않으나 잘 이기고,

말하지 않으나 잘 응하며,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고,

늘어지게 편해도 일을 잘 꾀한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으며,

사이가 떴으나,

놓치지 않는다.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용어감즉살, 용어불감즉활.

此兩者, 或利或害.

차양자, 혹이혹해.

天之所惡, 孰知其故?

천지소오, 숙지기고?

是以聖人猶難之.

시이성인유난지.

天之道,

천지도,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불쟁이선승, 불언이선응,

不召而自來, 繟然而善謀.

불소이자래, 천연이선모.

天綱恢恢, 疏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노자는 순리의 저항과 수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순리에 씩씩하게 저항하면 죽이고, 부드럽게 순응하면 살린다고 과격하게 말한다. 전쟁할 때는 저항과 수용은 생사에 걸린 문제이나 일상에서 저항하면 고생하고 되는 일이 없으며, 순응하면 편하고 일이 술술 풀린다.


노자는 남들이 무시하는 무위, 약함과 음을 강조하는 괴짜다. 무위, 약함과 음을 드높여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무위와 부드럽고 약하게 다스림은 단기 결과는 이익일 수도 손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는 일 없이 만물을 운영하는 하늘처럼 엉성해 보여도 빈틈이 없으며 백성들은 잘 어우러져 살아간다.


감히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면 죽이고, 감히 씩씩하거나 굳세지 않으면 살린다.’

용감함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주제넘게 강하고 굳센 용감함이다. 하단에 감히 씩씩하고 굳센 기운에 대해 전쟁하는 짓, 명령하는 짓, 불러서 시키는 타율, 꽉 조여 불편함을 일으켜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짓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의욕으로 자연의 이치를 바꾸려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강한 용감함이다. 저항할수록 힘이 든다.


둘째 유약하고 무위의 주제넘지 않은 용감함이다. 하단에 감히 씩씩하거나 굳세지 않는 것에 대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명령하지 않고 평등하게, 부르지 않아도 스스, 느슨하고 편안해도 자연의 순리대로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의욕으로 자연의 이치를 바꾸려 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용감함이다. 부드럽고 약하고 무위의 다스림을 말하며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용감함이다.


감히 씩씩하거나 굳세지 않은 사람은 자연의 힘에 의해 우주가 움직인다고 믿고 따르는 ‘피동적 수용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개인의욕으로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 없으므로 개인은 ‘피동적’이다. 개인은 누구나 자연의 운영원리에 영향받는 존재이므로 ‘수용자’다. 수용할수록 편안하다.


그러나 개인은 결과를 통제할 수 없지만 자연의 일부로써 미미하게나마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신속히 따라갈 수 있다. 개인대응에 따라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또한 자기의 노력만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없기에 상대와 협력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며, 결과는 수용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역류의 용감함은 죽이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순류의 용감함은 살린다. 상승하는 기세(운기運氣)에는 때(운때)가 있다.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을 때는 일을 뒤로 미루어 썩히고, 자연의 이치에 맞는 때는 쏜살같이 따른다.


이 두 가지는 이롭기도 해롭기도 하다.’

유약하고 무위의 용감함을 발휘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잘될 수도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강하고 굳센 용감함도 마찬가지다. 어떤 행위의 단기 결과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주제넘게 강하고 굳센 용감함을 하늘은 싫어한다.’

노자의 기발한 역발상이다. 세상의 흐름에 역류하는 용감함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세상은 주제넘게 강하고 굳센 용감함 의지로 상황을 바꾸려고 한다고 높이 평가하고 장려한다. 그러나 하늘은 그것을 싫어한다. 사람들이 생각조차 못했던 느닷없는 사고와 같은 충격적 사실이다. 도통한 성인들도 의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넘게 강하고 굳센 용감함을 어렵게 생각한다.


하늘의 이치: 무위로 운영하나 잘 어울려 살아간다.’

하늘은 싸우지 않으나 밤을 물리치고 새벽을 부른다. 말하지 않지만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고 봄에 싹이 튼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보여 늘어지게 편해도 별 탈 없이 잘 운영한다.


하늘은 유약하고 무위로 평화, 평등, 자유, 안정을 이룬다. 싸우지 않음은 전쟁이 없는 평화다. 말하지 않음은 명령하지 않는 평등이다.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은 자유다. 늘어지게 편함은 안정을 의미한다. 천도는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무위로 하는데 저절로 평화, 평등, 자유와 안정을 이룬다.


‘하늘의 관계망: 엉성한 듯 보이나 잘 어울려 살아간다.’

하늘의 관계망은 눈에 보이지 않고, 너무 커 있는 듯 없는 듯 엉성해 보인다. 그러나 하늘 아래 만물은 촘촘히 연결되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늘은 과감히 행하지 않고 무위로 다스려도 만물에 빠짐없이 영향을 미친다. 하늘은 빈틈없이 운영하며, 하늘 아래 만물은 잘 어울려 살아간다.


눈, 귀, 입, 생각, 감정과  의욕의 힘을 유약한 상태로 세상의 흐름에 내맡기면 스스로 그러함의 이치에 따라 모든 일이 순항한다. 그런 사람은 너무 크고 넓어 어벙해 보이나 놓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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